건강정보
이비인후과에서 주로 쓰는, 코에 관한 용어들
글 안지현(KMI 한국의학연구소 의학박사)
입력 2017/12/06 08:30
알쏭달쏭 의학용어
30세 남성 이씨는 코가 자주 막히고 재채기를 자주 한다.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다, 최근에야 이비인후과를 방문했다. 기구로 코 안을 들여다 본 의사는 코 안에 ‘비용종’이 있고, 뼈는 ‘비중격만곡증’이 있다고 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콧물과 재채기가 심한 것은 ‘알레르기비염’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비인후과에서 주로 쓰는 용어를 일반 환자가 단번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코 질환에 관한 용어들에 대해 알아보자.
이비인후과(耳鼻咽喉科)
의학용어 앞에는 ‘비’라는 말이 곧잘 들어간다. 대표적으로 ‘아닐 비(非)’와 ‘코 비(鼻)’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수술을 하지 않는 치료를 비(非)수술적 치료라고 하고, 콧물이 주된 증상인 질환을 비(鼻)염이라 한다.
이비인후과는 귀(耳), 코(鼻), 목구멍(咽喉)에 증상이 있을 때 주로 찾는 곳이다. 대형병원의 이비인후과에는 귀, 코, 목구멍을 각각 나누어 세부적으로 진료하는 의사들이 따로 있다. 상식적인 내용 같지만 아직도 이비인후과를 이빈후과로 잘못 알고 있거나, 정확히 어디를 진료하는 과목인지 몰라 비뇨기과 등과 헷갈려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어권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비인후과는 영어로 ‘otorhinolaryngology’다. 단어가 길고 발음도 쉽지 않다. 고대 그리스어인 ‘귀(oto-) + 코(rhino-) + 목구멍(laryngo-)’에서 나온 말들의 합성어여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의 입에도 잘 붙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귀(ear), 코(nose), 목구멍(throat)의 첫 글자를 따서 ‘ENT’로 부를 때가 많다.
비용종(鼻茸腫), 비중격만곡증(鼻中隔彎曲症), 부비동염(副鼻洞炎)
다시 코 비(鼻) 얘기로 돌아가면 이비인후과에서 코 안을 들여다 볼 때 사용하는 기구가 ‘비경’이다. 코 안에 혹(폴립)이 생긴 것은 ‘비용종’이라고 한다. 코 안 쪽에 좌우를 구분 짓는 경계를 ‘비중격’이라 하고 이것이 휘었을 때 ‘비중격만곡증’이라고 한다.
코를 중심으로 광대 또는 이마와 같이 얼굴뼈 안에 있는 빈 공간을 ‘부비동’이라 한다. 흔히 축농증으로 알려진 부비동 안에 염증이 생긴 질환은 ‘부비동염’이다.
간혹 의학전문서적에나 나올 법한 표현이 병원 안내문이나 일반 칼럼에 등장하기도 한다. 코피를 뜻하는 ‘비출혈’, 콧물을 뜻하는 ‘비루’, 코막힘을 뜻하는 ‘비폐색’ 등이다. 코피, 콧물, 코막힘처럼 누구나 쓰는 쉬운 우리말 표현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코뼈가 부러진 상태를 이비인후과에서 비(鼻)골 골절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형외과에도 비골 골절이 있다. 이때 비골은 종아리뼈를 구성하는 뼈인 경(脛)골과 비(髀)골 가운데 비골에 골절이 생긴 것으로 코뼈를 말하는 것이 아니니, 구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