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증상에 따라 대처법 다르다 어지럼증에 대한 모든 것 ①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셔터스톡
입력 2017/11/29 08:00
MEDICAL 헬스 톡톡
살면서 한두 번쯤은 어지럽다고 느낀다. 그런데 똑같이 ‘어지럽다’고 표현해도 느끼는 증상은 다양하다. 그 때문에 어지럼증이 심각해도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지럼증,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1. 원인 찾기 힘든 질환
어지럼증 환자가 늘고 있지만, 상당수 환자가 정확한 원인을 바로 찾지 못하고 고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어지럼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2년 68만595명에서 지난해 83만5959명으로 늘었다. 어지럼증은 대부분 우리 몸의 ‘평형’이 맞지 않아서 생긴다. 인체가 어떤 상황에서도 평형을 유지하려면 눈으로 본 정보와 손과 발을 통해 느낀 감각이 신경을 통해 뇌로 잘 전달되고, 뇌가 이 정보들을 종합해 평형유지를 담당하는 전정기관에 올바로 전달해야 한다. 이 과정 중 어느 한 부분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평형이 맞지 않아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어지럼증이 생기면 빨리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사망과 직결되는 뇌졸중이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고, 생명과는 관계없어도 방치하면 심리적·정신적 공포증까지 유발하는 만성 어지럼증도 많다. 하지만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다양하고 속설도 많다보니 정확한 원인을 신속하게 찾기 어렵다.
2. 자신의 증상 파악이 중요
제대로 된 진단을 신속하게 받으려면 자신에게 생긴 어지럼증 증상을 잘 살펴야 한다. 어지럼증 증상은 원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이를 알면 어느 진료과부터 가야 하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지럼증이 생겼다면 다음과 같은 점을 꼼꼼히 체크해보면 좋다.
▲빙빙 도는 어지럼증인지
▲급성(갑자기 심하게 어지러워 쓰러지거나 주저앉음)인지
▲만성(가벼운 어지럼증이 계속 반복됨)인지
▲동반 증상이 있는지
▲어지럼증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이다.
빙빙 도는 어지럼증
5분 간격으로 두통 동반 시
이때는 뇌졸중일 수 있으므로 바로 응급실에 가야 한다. 어지럼증 자체는 별로 심하지 않지만 손발저림, 보행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증상이 지속되면 혼자 서 있지 못한다. 뇌졸중은 전체 어지럼증 원인의 5% 미만이지만 사망과 직결되므로 꼭 감별해야 한다. 어지럼증이 바로 사라져도 2차 뇌졸중이 닥칠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
1분마다, 움직일 때 심해지면
귓속 전정기관에 붙어 있어야 할 이석(耳石)이 떨어져 반고리관 안으로 들어간 이석증일 가능성이 높다. 이비인후과에 가면 된다.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이석이 흔들리면서 반고리관이 자극을 받아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이다.
짧고 아주 심한 어지럼증이 갑자기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하루 정도 지속된다. 전체 어지럼증 중 20%를 차지한다. 두통이나 청각 이상은 없다.
감기 끝물에 2~3일간 생기면
귓속 전정기관에 염증이 생긴 ‘전정신경염’으로, 갑자기 생기는 급성어지럼증이다. 2~3일간 계속 되다가 괜찮아진다. 아무리 어지러워도 혼자 설 수 있는 것이 뇌졸중과 다른 점이다. 감기에 걸린 이후나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바이러스가 귀 쪽으로 침투해 생긴다. 괜찮아졌다고 그냥 두면 전정기관과 인접한 청신경등에도 영향을 미쳐 청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비인후과에서 치료한다.
한 시간 가까이 지속될 때는
편두통 때문에 생긴 만성두통일 가능성이 있다. 신경과를 찾으면 된다. 전체 어지럼증의 10% 정도다. 두통과 함께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가만히 있을 때거나 누워 있을 때도 어지럽다. 어지럽다가 괜찮다가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어지러운 상태가 한 시간 가까이 오래 지속된다. 진통제를 복용해 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줄이면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중심을 잃는 어지럼증
사물이 두 개로 보이면
갑자기 사물이 흐려지고 두 개로 보이면서 어지러우면 마비성 사시가 원인일 수 있다. 신경과나 안과에 가야 한다. 한 물체를 바라볼 때 두 눈에 맺힌 상을 뇌에서 입체적인 하나의 물체로 인식하는데, 마비성 사시는 눈과 뇌를 연결하는 시신경에 이상이 생기면서 두 눈의 상이 다르게 인식돼 두 개로 보이면서 어지럼증이 생긴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어지럼증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면
부정맥, 기립성저혈압, 빈혈 등과 같은 심혈관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띵’한 느낌이 들면서 주저앉는 것이 특징이다. 순환기내과를 찾아 혈액검사를 해보면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어지럼증 원인의 20% 정도다. 반복될 경우 낙상 위험이 크므로 치료가 필요하다.
손발 저리고 중심 못 잡으면
신경에 이상이 생겨서 발과 손에서 느낀 감각이 뇌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서 생기는 어지럼증이다. 오랜 시간 증상이 점점 악화될 수 있으므로 신경과를 찾아야 한다. 중심을 잘잡지 못하고 걸을 때도 한쪽으로 자꾸 기울어진다. 뇌와 다리를 잇는 말초신경이 지나친 자극이나 당뇨 때문에 손상을 입어 생기는 증상이다. 어지럼증 단계에서 치료를 하면 신경이 많이 손상돼 감각 이상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몸이 뜨는 듯한 어지럼증
특별한 증상 없이 몸이 공중에 ‘붕’ 뜨는 느낌이 들거나, 주변 사물이 전후좌우로 흔들리는 느낌이 들면 정신과적 문제일 수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뇌가 여러 감각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생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불안장애,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해당 질환을 찾아내고 치료받으면 증상이 없어진다.
증상 파악 어려울 땐 ‘어지럼증클리닉’
자신이 느끼는 어지럼증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어떤 진료과를 찾아야 할지 헷갈린다. 이비인후과·신경과 전문의들은 “그럴 때는 어지럼증클리닉을 먼저 찾으라”고 말한다.
어지럼증클리닉은 종합병원에 많고, 개원 이비인후과의원이나 신경과의원에서 연 곳도 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든 신경과 전문의든 어지럼증클리닉 담당 의사는 이석증·메니에르병·전정신경염 같은 이비인후과 질환과 편두통·기립성저혈압 등 신경과 질환을 복합적으로 공부한 전문가이다. 따라서 두 진료과 중 어느 쪽 전문의가 담당하는지 크게 따지지 않아도 된다.
어지럼증클리닉을 찾으면 대부분 비디오안진 검사를 한다. 적외선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쓰고 여러 자세를 취하면서 눈동자를 관찰한다. 어지럼증의 원인이 귀와 뇌 중 어디에 있는지 비교적 간단하게 분석할 수 있다. 무조건 MRI부터 찍는 대신 이 검사를 하면 경제적 부담도 덜하다.
아이가 어지럽다고 할 때는
아이가 “어지럽다”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해도 증상이 금방 사라져서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아는 어지럼증과 두통을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아서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쉽지 않다. 만약 이런 증상과 함께 구토, 복통 등을 동반한다면 ‘소아편두통’을 의심해야 한다. 10세 미만의 경우 편두통이 있으면 성격이 예민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져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두통과 복통,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1주일에 두세 번 함께 나타나면 소아청소년과를 찾아 편두통인지 확인해보자. 치료하면 60~80%가 증상 완화 효과를 본다. 올바른 생활습관을 지키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숙면, 영양섭취가 중요하고 수분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초콜릿, 카페인 음료 등은 먹지 않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