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안전성 비슷한 '아바스틴'
항암제로 암 환자만 처방 허가
"저렴한 약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황반변성 환자가 5년 새 50% 증가한 가운데, 고가의 치료제 대신 효과는 비슷하면서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에 대한 의사와 환자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부에 있는 시신경 조직인 황반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 변성이 생기면서 실명에 이르는 질환으로, 신생혈관이 자라는 것을 막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주사를 매달 맞아야 한다. 현재 황반변성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주사는 2007년 출시한 노바티스의 '루센티스'와 2013년 출시한 바이엘의 '아일리아' 2개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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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아바스틴’은 황반변성 치료에 효과가 있고 치료 비용이 저렴하지만, 안과 의원에서는 처방받기 어렵다./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이 두 약이 등장하기 전에는 로슈의 '아바스틴'이라는 항암제를 썼다. 아바스틴은 신생혈관이 생기는 것을 차단해 암의 진행을 막는 기전을 가진 항암제인데, 분자량을 작게 하면 황반변성 치료에 효과가 있다. 아바스틴과 같은 작용 기전으로 황반변성 치료에 특화한 루센티스와 아일리아가 나왔으며, 효과와 안전성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안과학계의 중론이다. 2011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발표한 대규모 논문에 따르면 120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두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한 결과, 두 약물이 모두 동등했다. 대한안과의사회 이재범 회장은 "아바스틴은 눈과 관련해 2000건이 넘는 연구가 나왔을 만큼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 받고 있다"라며 "미국, 일본, 유럽 등 거의 모든 나라에서 황반변성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루센티스·아일리아의 경우 14회까지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그 다음에는 환자의 본인 부담금이 10만원에서 90만~100만원으로 크게 올라간다. 치료제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맞아야 하니, 1년 2개월이 지나면 환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다행히 아바스틴은 15만~20만원만 부담하면 되는데, 현재 아바스틴은 대장암·유방암·난소암 등의 환자에게만 처방하도록 허가가 나 있어 황반변성 치료를 위해서는 허가외 용도(off-label)로 사용해야 한다. 허가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정한 임상시험 실시기관이나 병원 내 의학연구심의위원회(IRB)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대한안과의사회 이성준 보험이사는 "이러한 절차를 거칠 수 있는 곳은 종합병원급 이상의 큰 병원"이라며 "황반변성 환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개원 안과의사는 제도적으로 아바스틴을 사용할 수 없어 매달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신문고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는 이에 대한 환자 민원이 많아 2016년 아바스틴 사용제한 제도 개선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한편, 영국에서도 아바스틴이 루센티스·아일리아만큼 효과가 있으며 약 값이 훨씬 저렴해 황반변성 환자가 약을 선택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루센티스·아일리아 대신 아바스틴을 사용하면 향후 5년간 지역 국가보건서비스(NHS)의 비용 부담을 연간 1350만 파운드(약 197억원)씩 절감할 수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