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보습제 쓰기 전 ‘보습’부터 알자

글 신규옥(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 | 사진 셔터스톡

COLUMN 신규옥의 미용학 개론

이미지

계절의 변화가 무섭다. 5월부터 급격하게 높아진 기온은 9월초까지 30℃를 오르내리며 연일 기상청 관측 이래 최고 수치를 쏟아냈는데, 이제는 겨울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다. 떠나간 연인의 마음이 이렇게 급격하게 바뀔까. 분명 학창시절 교과서에 적혀있던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라는 내용에 전혀 이견이 없었는데 요즘엔 마치 봄, 가을이 실종된 느낌이다.

피부고민이 많아졌다며 친한 선배가 전화를 해왔다. 처음엔 색소가 많아졌다는 고민을 꺼내놓더니 푸석푸석하고 볼품없는 피부 때문에 거울 보기도 싫고 바깥 외출도 재미없어졌다는 얘기며 수분크림은 어느 브랜드가 좋은지, 치료 잘 하는 피부과를 알고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말까지…. 당시엔 간단히 설명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이러한 고민이 비단 선배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기에 피부 보습 관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온도 18~22℃, 습도 60%가 피부보습에 좋아

피부는 인체의 가장 바깥에 위치해 몸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환경에 민감하다. 아무리 선천적으로 좋은 피부를 타고 태어나 좋다 하더라도 내적 신체 이상과 외부 환경의 변화로 시시각각 그 상황이 달라진다. 피부는 민감한 지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조절을 한다. 특히 최외각에 위치한 각질층은 마치 벽돌과 시멘트 반죽으로 담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듯이 각질세포와 지질을 번갈아 쌓아 매우 안정화된 구조로 인체를 보호하고 있는데, 이를 ‘피부장벽’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화장품에 많이 사용되는 세라마이드 성분이 각질층 지질의 40%를 차지하며 지방산 25%, 콜레스테롤 20%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피부장벽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는 외부환경, 바로 온도와 습도의 변화를 들 수 있다. 피부장벽과 온도의 상관관계를 밝힌 간단한 연구가 있다. 피부에 얼음을 접촉시켰더니 이후 피부 회복이 거의 일어나지 않다가 다시 실온에 방치하자 회복이 빨라지는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결국 18~22℃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피부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한편 습도는 60% 정도를 유지하는 게 좋은데 이 수치는 사실 우리나라 가을의 평균습도와 비슷하다. 그런데도 건조함을 크게 느끼는 이유는, 70~85%의 고온다습한 여름을 지내다가 급격히 떨어진 습도에 피부가 단시간 내에 적응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자연스레 피부의 수분 저하로 연결되고 피부는 그냥 땅겨서 불편한 정도를 넘어 잔주름이 뚜렷해지고 피부색마저 윤기를 잃고 만다.

 건성피부는 각질층의 수분 함량이 10% 이하로 떨어질 때를 말한다. 건강한 상태인 각질층의 수분 함량이 15~20%인 점을 감안하면 그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결국 피부건조는 수분 손실에 따른 각질세포의 응집력 저하, 즉 피부장벽의 기능 이상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하면 피부장벽의 요소들 중 어느 하나 결핍되거나 균형이 깨지면 각질세포의 수분 감소로 각질층의 유연성이 감소되고 정상적인 각질 박리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결국 각질층 최상부에는 각질이 축적되거나 아니면 각질덩어리가 한꺼번에 탈락되는 현상이 생기는데, 이러한 손상으로 인해 건조피부가 나타난다. 게다가 거칠고 고르지 못한 피부 표면의 빛 반사율은 낮아지니 윤기 없이 칙칙해 보이고 피부의 탄력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보습제의 3가지 유형

이렇듯 피부에서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전문용어로 ‘경표피수분손실(Transepidemal Water Loss, TEWL)’이라고 하는데, 인체는 부위마다 TEWL의 차이가 난다. 일례로 우리가 늘 염려하고 가꾸는 얼굴보다 발뒤꿈치의 허옇게 갈라진 각질이, 피부건조를 먼저 일깨워 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화장품 회사에서는 TEWL을 적게 하여 피부장벽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 산물이 바로 보습제다.
피부 보습에 관한 연구는 1950년대부터 시작돼 현재 보습제는 세계적으로도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화장품이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히 생각되는 개념이지만 당시 블랭크(Blank)가 세웠던 연구 가설은 ‘피부건조는 피부의 낮은 수분 양에서 비롯한다’는 전제였다고 한다.


보습제 성분은 그 작용기전에 따라 크게 함습제나 밀폐제, 연화제로 나눌 수 있다. 함습제(humectants)란 표피 기저층과 대기 중에서 수분을 끌어들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바르면 경미한 부종현상이 일어나, 주름도 적어보이고 표면도 매끈하고 윤기 있어 보이게 한다. 글리세린과 프로필렌글리콜이 대표적인데, 아이러니한 것은 실제로는 주름개선 효과가 없는데도 주름 개선효과가 있는 성분인 것처럼 사용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밀폐제(occlusives)는 피부 표면에 막을 형성해서 피부의 수분이 증발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수분을 잡아두는 보다 강한 성분이기 때문에 주로 건성피부에 사용된다. 지질도 용해 가능한 지성 성분이기 때문에 화장품에 많이 쓰이며 대표 성분으로는 페트로라튬이나 라놀린 성분을 들 수 있다. 연화제(emollients)는 탈락된 각질세포 사이 공간을 채워 피부를 매끄럽게 만든다.

좋은 피부는 수분을 충분히 머금고 있기 때문에 피부색이 선홍빛을 띄고 주름도 적으며 윤기와 탄력이 느껴진다. 지금껏 좋은 피부로 거듭나기 위해 피부가 건조해 지는 원인을 알아보고 개선책을 생각해 봤다면 이제는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

-  클렌징을 할 때는 자극이 적거나 없는 세안제를 선택하여 미지근한 물로 세안한다.
-  딥클렌징은 피부에 자극이 되지 않는 효소 등을 잘 개어서 바른다.
-  항산화비타민인 비타민 A, E가 함유된 유연화장수, 영양 세럼과 영양 크림을 바른다.
-  계란노른자팩 등 피부에 영양을 주는 팩은 주1~2회를 한다.
-  보습제는 샤워 후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자주, 소량씩, 충분히 흡수시키는 게 좋다. 
-  사우나나 온탕의 뜨거운 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피한다.
-  충분한 수면과 하루 7~8잔의 물을 챙겨 마시는 습관을 기른다.
-  생활공간에서는 가습기 등을 활용하여 적정 온도와 습도에 맞춘다.

‘1일 1팩’ ‘슬리밍 팩’은 뭘까

‘1일 1팩’, ‘슬리밍 팩’. 이제는 K-뷰티의 중심에 있는 제품이지만 제품 출시 때는 갸우뚱하며 의구심을 갖게 했던 것이 제품들이었다. 팩은 1주일에 1번만 실시하는 것이 전통적인 관리법이었는데 어느 날 피부 타입에 관계없는 ‘1일 1팩’이 등장하더니 곧이어 아예 바르고 자는 ‘슬리밍 팩’도 출시되었다. 다음에는 얼굴 전체에 바르는 아이크림까지. 잘 살펴보니 마케팅을 위해 기존에 있던 다른 제품의 이름과 용도 등을 적절히 차용해 나온 제품이었다. 이처럼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전통적인 명칭이나 제형을 선택하지 않은 제품이 많다. 보습제 선택 하나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성분과 적용법을 먼저 확인하고 오늘, 지금 내 피부는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꼼꼼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미지

신규옥
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 한국미용학회 이사이며, 미용산업문화학회 부회장이다. 원주MBC 편성제작국 아나운서를 지낸 적이 있고, 《New 피부과학》, 《미용인을 위한 New 해부생리학》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꿔꺂��옙占쎌삕占쎈낌�뺧옙醫묒삕 �좎럡�쀯옙��쇿뜝占� �좎럩伊숋옙恝�숋옙�깆굲占쎌쥜��

�좎럩伊숋옙��숋옙�녿쫯�좎럥�뺧옙��삕影��덈튉占쎌쥜�� �좎럩伊숋옙�듭쭍占쎈굞�뺝뜝�숈삕占쎌슜�삼옙醫묒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