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포커스] 급성 심장마비
급성 심장마비는 피를 몸 전체에 전달하는 심장의 펌프질이 갑자기 멈추는 것이다. 바로 치료받지 못하면 뇌사(腦死) 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할 수 있다. 심장마비의 주된 원인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에 의해 관상동맥(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는 것이다. 결국 심근경색(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것)으로 이어져 사망한다. 그 다음으로 흔한 원인이 '유전성 심장질환'인데, 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 대표적인 유전성 심장질환에는 심장 근육에 이상이 있는 심근병증, 유전성 부정맥이 있다. 이중 특히 '유전성 부정맥'은 심장 구조마저 정상이어서 자신의 병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나 보호자가 잘 대처하지 못한다.
최근 국내 급성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 원인 중 유전성 부정맥이 생각보다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대한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필자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인데, 국내 급성 심장마비 사망 원인의 약 15%가 유전성 부정맥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양의 경우 5% 미만, 일본도 10% 정도로 보고되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뛰어넘는 통계가 나왔다. 또한 심장마비 예방을 위해 제세동기(심장박동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심장에 전기충격을 전달하는 장치) 삽입술을 받은 환자 중 21.2%가 유전성 부정맥을 앓고 있었다.
그런데 유전성 부정맥은 첫 증상이 돌연사인 경우가 많고, 대부분 10~40대 젊은 연령대에서 발생해 예방이 쉽지 않다. 실신한 경험이 있거나 심장돌연사·부정맥 등의 가족력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부정맥 전문의를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국가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유전성 부정맥이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등록돼있지만 제세동기 삽입 치료에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환자는 이미 명백한 심장마비를 겪었던 사람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국민 건강검진 필수 항목에 부정맥을 진단하는 심전도 검사를 추가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서양과 다른 유전성 부정맥의 발병 기전, 양상을 밝힐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연구 지원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