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신규옥의 미용학 개론
피부미용 선생 하게 될 운명이었는지 어려서부터 ‘피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피부는 80%가 유전이라고 하는데 어른들 표현으로 ‘살성이 좋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그 고민 많다는 사춘기 시절에도 피부 때문에 고민해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피부에 문제가 많아 전공을 선택했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 사람의 진로를 결정할 만한 큰 걱정거리가 되는구나’ 생각한 적도 있다. 어려서부터 여드름 등 피부 염증이 심해서 고민이었다는 동료 교수와 친해지면서 피부에 좋다는 것은 무엇이든 찾아서 먹고 바르는 그녀의 부지런함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러던 나에게도 피부 고민이 생겼다. 그 누구도 비켜갈 수 없다는 ‘세월의 흔적’이다. 마흔이 지나면서 말갛던 피부에 색소가 하나둘 올라오고, 뽀송뽀송 탄력 있던 피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늘어져서 이제는 팔자주름이 원래 자연스런 내 얼굴의 일부분인 양 돼버렸다. 명색이 피부미용 선생인데 그대로 둘 수만은 없어서 일 년에 한두 번 보톡스도 맞고 때로는 의료적 도움을 받으면서 색소를 조금씩 없애곤 했는데, 그 관심이 먹는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으로 옮겨 간 것은 지난 봄부터다.
5년 새 10배 성장한 이너뷰티 시장
진정한 외모 관리는 속부터 진행돼야 한다는 ‘이너뷰티(Inner Beauty)’의 개념에 동의하고, 복부비만과 셀룰라이트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오메가3와 피부 유산균을 한 알씩 먹기 시작했다. 피부 활성과 콜라겐 생성에 도움이 된다는 비타민C, 날로 꺼져만 가는 피부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콜라겐 파우더까지. 이렇게 하나둘 늘리다 보니 이제는 매일 챙겨먹는 양이 어느새 한 주먹이 됐다. 물론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 등을 잘 챙겨 먹는 것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꽤나 제 몸을 아끼는 듯 유난 떤다는 느낌도 좀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이너뷰티 산업의 성장세만 살펴보더라도 이러한 추세는 나만의 변화는 아니다. 한 금융기관의 조사 자료를 빌리면 2011년 500억원 규모에 지나지 않던 국내 이너뷰티 시장이 5년 새 10배가 넘는 약 53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외국에서 신기해 하며 사오던 콜라겐 파우더나 마시는 태반 음료 등을 이제는 우리나라 브랜드로도 출시되고 있고, 이미 이너뷰티 시장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일본만 보더라도 앞으로 사업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다만, 주변에서 좋다고 하니 나도 먹어보자 하기 전에 적어도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이너뷰티 제품을 어떻게 선택하면 좋을지 정도는 꼭 같이 짚어보면 좋겠다.
피부 재생 돕는 비타민A, 면역 효과 높은 아연
이너뷰티 제품에 들어 있는 영양소가 인체에, 특히 피부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부터 알아보자. 비타민A는 피부 재생을 돕고 피지선과 한선의 기능을 조절한다. 당근이나 달걀노른자, 우유, 간 등에 많이 들어 있는데 부족하면 피부가 쉽게 푸석해지고 세균 감염으로 인한 탈모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백화장품 성분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비타민C는 피부의 콜라겐 성분을 유지하고 과도한 손상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항산화 영양소이다. 참깨나 콩, 간, 시금치 등에 많이 들어 있는 아연(Zn)은 최근 들어 피부뿐 아니라 인체 면역작용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성장기 아동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한편 비타민B군은 여성에게 좋은 효과가 많아 여러 이너뷰티 제품에 많이 들어가 있다. 티아민(B1)은 민감성 피부에 저항력을 키우고 점막 상처 치유 등에 도움이 된다.
리보플라빈(B2)은 ‘항피부염성 비타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모세혈관 강화 및 혈액순환 촉진, 여드름 치료 등에 도움이 된다. 피리독신(B6)은 피지선의 기능 조절로 피지분비 억제작용 및 여드름 등의 피부 염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비타민D는 피부의 습진과 건조증을 예방하고, 토코페롤로 잘 알려진 비타민E는 콜라겐 생성의 모체가 되는 섬유아세포를 증식시켜 ‘노화 예방 비타민’으로 불린다. 또한 감귤류의 색소인 플라본류를 총칭하는 비타민P는 비타민C의 작용을 도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함과 동시에 다양한 항균작용을 한다.
비타민 A·C·E, 건성피부 개선에 도움
나열된 각종 영양 성분을 피부 타입별로 간단히 대입해보자. 먼저 각질층의 수분 함유 능력이 저하돼 10% 이하로 떨어진 건성피부는, 항산화 비타민 A·C·E를 섭취하고, 각질이 심해지면 비타민B 함유량이 높은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매일 2L 정도의 충분한 양의 물을 섭취하고 수분이 많은 채소와 과일, 양질의 동물성단백질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성피부는 일반피부보다 피부 두께가 두껍고, 특히 이마나 코 등 T존의 피지 분비가 매우 활성화된 피부 타입으로 모공이 커져 있는 것이 특징
글 신규옥(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 사진 셔터스톡이다. 피부가 두껍고 힘이 있기 때문에 중년이 되면서 잔주름 걱정은 조금 뒤로 미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지성피부는 염증성여드름의 발생이 높은 특징 있는데, 여드름은 비타민B1결핍에서 생기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예방과 처방을 동시에 하는 비타민B군 섭취가 많은 이너뷰티 제품을 선택하면 좋다.
민감성 피부는 피부가 쉽게 민감해지고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것을 대비해 피부의 저항력을 증가시켜 주는 비타민B군과 비타민P를 많이 섭취하고, 가공식품과 지나친 당분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남성의 외모 고민에서는 탈모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큰데, 유전에 의한 요인을 제외한다면 먼저 외식으로 인한 고열량·고지방 식이를 개선한다. 모발 생성의 근원세포인 모모세포에 악영향을 줌으로써 세포 증식 기능을 저하시키고, 모발의 노화가 촉진돼 탈모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탄수화물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식단을 살펴본다면 비타민B1 섭취는 탄수화물 대사 증진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지루성피부염으로의 전환을 예방하기 위한 비타민B군의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용성비타민은 과잉 섭취 주의
다양한 이너뷰티의 적용은 우리 삶에서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한 방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나의 영양 성분만 한 캡슐에 별도로 들어 있는 단일제제가 아닌 여러 영양소 복합제제로 이너뷰티 제품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성분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섭취할 것을 권한다. 특히 수용성비타민은 필요량보다 섭취량이 많으면 소변을 통해 외부로 배출되면 그만이지만, 지용성비타민인 A·D·E·K는 과잉 섭취하면 몸속에 축적돼 과잉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뼈를 튼튼하게 하겠다고 섭취한 비타민이 신장 결석을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피부 건강의 시작은 ‘골고루 먹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아무리 좋은 명약이라고 해도 인체 안에서 대사과정, 그 변수까지 다 따진다면 균형 잘 잡힌 음식을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거기에 운동까지 곁들인다면 피부건강 A+!
신규옥
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 한국미용학회 이사이며, 미용산업문화학회 부회장이다. 원주MBC 편성제작국 아나운서를 지낸 적이 있고, 《New 피부과학》, 《미용인을 위한 New 해부생리학》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