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쿠바 뇌졸중 전문가 대담
―이영배: 뇌졸중은 뇌혈관이 터져서 혈류가 안가는 뇌출혈,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이 있다. 뇌출혈은 고혈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고혈압을 방치했기 때문에 뇌출혈이 훨씬 많았다. 과거에 비해 혈압 관리가 잘 되면서 뇌출혈이 줄고 있다. 뇌경색은 나이가 중요한 요인이다. 혈관은 나이가 들수록 좁아지고 딱딱해지기 시작하는데, 고혈압·이상지질혈증·당뇨병·대기오염 등이 중요한 원인이다. 이 요인들은 나이가 들수록 위험이 증가한다. 현재 뇌경색과 뇌출혈의 비율은 5대1 정도 된다.
―산체즈: 쿠바도 한국처럼 뇌경색의 비율이 훨씬 높다. 뇌경색은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관리와 생활습관의 변화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 쿠바 정부는 뇌졸중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쿠바에는 지역별로 담당 주치의가 배정돼 있어 지역 주민을 뇌졸중 위험 요인을 관리한다. 주치의는 자신이 맡은 지역의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혈압과 혈당 체크는 물론 음주·흡연·식습관에 대해 조언과 과제를 주고 잘 수행했는지 체크를 하면서 주민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Q. 뇌경색의 종류도 변화한다.
―이영배: 최근 심방세동(부정맥의 일종,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면서 혈전이 발생, 뇌혈관을 막을 수 있음)으로 인해 생기는 뇌경색의 비율이 늘고 있다. 서구는 심방세동 같은 심장병에 의한 뇌경색이 30% 가까이 되지만 우리나라는 10~15%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심방세동 환자가 늘면서 점점 상승하는 추세다. 또 서구에서는 심장에서 뇌로 가는 경동맥이 막히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머리 안의 혈관이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서구처럼 경동맥이 막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Q. 뇌졸중 치료는 어떻게 발전하고 있나?
―이영배: 뇌졸중을 빨리 치료해야 생명을 살리는 것은 물론, 후유장애도 최소화 할 수 있다. 뇌경색은 혈관이 막히고 최대 4시간 30분 안에 정맥 내 혈전 용해제를 투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혈관이 괴사한다. 최근에는 동맥 내 카테터를 넣어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시술을 하는데, 이 시술의 경우 뇌혈관이 막히고 6시간까지도 시행할 수 있다. 동맥 내 혈전제거술에 사용되는 기기(Trevo, Solotaire)가 개발되면서 부작용 위험은 줄고 치료 결과가 좋아지고 있다. 뇌출혈 치료는 아직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 뇌출혈이 발생했다고 무조건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혈압 조절 등을 하면서 혈액이 흡수되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뇌출혈이 뇌경색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Q. 뇌졸중의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
―산체즈: 뇌졸중 환자의 5년 내 재발률은 20~40%나 된다. 그만큼 재발 방지가 중요한데, 쿠바에서는 시술 의사가 환자 상태를 수기로 작성해 1차의료를 담당하는 주치의에게 보내고 수시로 소통을 한다. 주치의는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와 함께 후유장애가 있으면 재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뇌졸중 환자는 항혈전제인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하는데, 쿠바에서는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전 생성을 막는 폴리코사놀을 같이 처방한다. 폴리코사놀은 사탕수수 껍질에서 추출한 천연 성분 약제이다. 실제로 뇌경색 환자를 두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아스피린(125㎎/일)만 처방하고 다른 그룹은 아스피린(125㎎/일)과 폴리코사놀(20㎎/일)을 함께 처방한 뒤 6개월을 지켜본 결과, 아스피린과 폴리코사놀을 같이 투여한 그룹에서 뇌경색 환자의 신경학적 회복이 더 개선됐고, 혈소판 응집 감소, 혈중 저밀도(LDL) 및 총 콜레스테롤 수치의 감소 정도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