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65세 이상 폐렴 사망률 '70배', 증상 없어 더 치명적
이보람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10/18 06:05
노인 폐렴
폐 기능 저하, 기침 잘 못 만들어
균·이물질 배출 안 돼 폐렴 유발
열 없고 병변 안 보이는 경우 많아
무기력하고 의식 저하되면 의심
왜 노인들은 폐렴에 걸리기 쉬운걸까? 전문가들은 노화로 인해 폐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폐 기능과 방어능력 저하=나이가 들면 폐를 구성하는 부위에 변화가 생긴다. 특히 폐포(폐 내에서 산소·이산화탄소 교환이 이루어지는 기관)는 나이가 들수록 크기가 줄어든다. 이산화탄소와 산소 같은 공기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폐에 병원균이 머물 가능성이 커서 각종 감염에 취약해진다.
또한 우리 몸은 세균이나 유해 물질이 들어오면 반사적으로 호흡근과 인두근(음식물을 삼키는 근육)을 움직여서, 세균 등을 빼낸다. 이 현상이 바로 기침이다. 하지만 노화로 인해 호흡근과 인두근의 반사 능력이 떨어지면, 기침이 만들어지지 않고 가래를 뱉기도 어렵다. 이진국 교수는 "코와 목에는 늘 상재균이 서식하는데, 일반인에게 상재균은 별다른 해가 되지 않지만 노인은 이 상재균조차도 폐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면역력 감소=나이가 들면, 면역 담당 세포 중에서 T세포가 감소하고 기능이 저하된다. 이렇게 되면 일반 감기 바이러스가 폐까지 침투해서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폐렴을 일으키는 폐렴구균은 일반인의 약 40%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한 세균이다. 일반인은 폐렴구균이 있어도 폐렴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해진 노인들은 폐렴구균에 감염되면 대부분 폐렴으로 진행된다.
▷흡인성 폐렴 위험 증가=노인들은 음식물에 의해서도 폐렴에 걸릴 수 있다. 이를 흡인성 폐렴이라고 부른다. 노인 폐렴 환자의 5~15%가 흡인성 폐렴이다. 흡인성 폐렴은 음식물 등이 기도로 들어가 폐까지 침투해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음식물을 잘못 삼켰을 때 건강한 사람은 사레에 들리고 기침을 크게 해서 이물질을 밖으로 내보내는 반사 작용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기도 신경과 근육 감각이 떨어지고, 폐가 부풀었다가 작아지는 탄력성까지 약해져서 폐까지 이물질 등의 침투가 쉽고, 반사작용이 약해져 이물질을 밖으로 내보내기도 어렵다. 김창오 교수는 "식사 도중에 자주 사레가 걸리는 노인들은 흡인성 폐렴에 걸릴 위험이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기력하고 입맛 없으면 의심
일반적으로 폐렴에 걸리면 체온이 38.3도 이상이고, 흉부 엑스레이에서 폐 염증(침윤)과 분비물(가래 등) 등이 보인다. 하지만 노인은 열이 거의 없으며, 엑스레이서도 병변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폐렴 증상과 상관없는 ▲무기력 ▲의식 저하 ▲식욕 부진 ▲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대부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라 폐렴을 의심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린 연구를 보면, 총 1812명의 성인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증상 빈도를 조사했는데, 65세 이상의 환자군에서는 폐렴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김창오 교수는 "폐렴 증상이 전혀 없어 뇌졸중으로 의심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입원 치료… 백신 접종해야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을 통해 폐렴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노인은 폐렴구균 접종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독감) 접종도 필수이다. 김창오 교수는 "노인들은 독감을 앓다가 폐렴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폐렴 백신만 접종하기 보다는 독감 백신과 폐렴 백신을 같이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렴 치료는 입원한 상태에서 항생제 투여 등의 치료를 시행한다. 이진국 교수는 "하루 이틀만에 병세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입원을 해서 치료를 한다"고 말했다.
노인은 폐렴에 걸리지 않도록 생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습도는 40~50%로 유지하고, 면역력 강화를 위해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게 좋다. 또한 구강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습관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