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수혈 없이 인공관절 수술… 손상 부분만 정밀하게 깎아 교체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10/16 09:21
무릎 인공관절 부분치환술
퇴행성 관절염 말기, 수술해야
7㎝ 절개… 전치환술의 3분의 1
조직 보존해 기능 최대한 회복
첨단 장비 도입돼 수술 결과 향상
경험 많은 의사 찾아야 예후 좋아
나이가 들면 가장 걱정되는 질환은? 암(癌) 다음이 관절염이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자신에게 발생할까봐 걱정하는 질환에 대해 국민 406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관절염(10.2%)이 암(13.6%) 다음으로 높았다. 관절염은 그만큼 삶의 질과 직결되는 질환이다.
관절은 뼈와 뼈가 만나는 부위로, 뼈와 뼈 사이에는 연골이 있어 움직임을 부드럽게 도와준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관절 사용이 많아지면서 연골이 닳아 퇴행성 관절염이 생긴다. 퇴행성 관절염은 특히 하중을 많이 받는 무릎에 잘 생긴다. 무릎 연골이 모두 닳아 뼈와 뼈가 맞닿을 정도로 퇴행성 관절염이 심한 말기에는 무릎 관절을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아야 한다. 인공관절 치환술은 주로 무릎 관절 전체를 통째로 들어내고 인공관절로 갈아 끼우는 전치환술을 많이 한다. 최근에는 무릎 관절의 일부만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부분치환술도 늘고 있다. 건강보험 빅데이터 통계에 따르면 무릎 인공관절 부분치환술 건수는 2012년 2683건에서 2016년 3516건으로 5년 새 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무릎 인공관절 전치환술은 4만8636건에서 5만3839건으로 10% 증가했다.
◇전치환술, 출혈 많아 수혈 필요
인공관절 전치환술은 무릎의 피부와 근육을 15~25㎝ 광범위하게 절개하고, 슬개골(무릎뼈)과 슬개골을 감싸고 있는 십자인대를 제거한 다음 무릎 관절 전체를 깎은 뒤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큰 수술이다. 인공관절 수술은 주로 고령에서 하는데, 수술이 안정적이지만 큰 수술을 하기에는 마취나 합병증에 대한 부담이 있다.
일례로 전치환술을 하면 수술 중 출혈량이 평균 1500㎖에 이른다. 그래서 수혈이 필요하다. 수혈을 하면 드물지만 가려움증·혈압 저하·쇼크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피부와 근육의 절개 범위가 넓고 슬개골과 인대를 제거하다보니 수술 후 통증이 심하고 입원 기간도 3~4주나 된다. 연세건우병원 조승배 원장은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 말기 관절염 환자라고 해도 무릎 관절의 모든 부위가 손상된 것은 아니다"며 "무릎 관절의 내측 혹은 외측 한 부위만 집중적으로 손상됐으면서 무릎을 감싸는 인대 등 구조물의 손상이 덜한 환자는 부분치환술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분치환술, 관절 기능 최대한 살려
인공관절 부분치환술은 피부와 근육을 7㎝만 절개하고 무릎 관절의 일부만 깎아내면 된다. 전치환술과 달리 슬개골·십자인대 등도 살릴 수 있다. 입원 기간도 7~10일로 전치환술에 비해 짧다. 부분치환술 시 출혈량은 평균 300㎖ 정도로 전치환술의 5분의 1에 불과해 수혈을 안해도 된다. 조승배 원장은 "부분치환술을 하면 환자의 관절 일부와 인대 등을 살리기 때문에 수술 후 무릎을 완전히 굽힐 수 있을 정도로 관절 기능을 최대한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부분치환술 후 결과가 좋지 못하면 전치환술을 해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공관절 부분치환술은 지금까지 활발하게 시행되지 못했다. 수술 시 무릎 절개 부위가 작아 수술 의사가 시야가 좁은 상태에서 인대·힘줄 등을 살리면서 무릎 관절을 깎고, 인공관절을 정확하게 넣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세건우병원 배의정 원장은 "부분치환술에 능숙한 의사가 아니라면 수술이 어려워 1970년대에 도입됐지만 수술을 활발하게 하지 못했다"며 "최근 5~10년 사이 술기가 발전하고 네비게이션 등 수술 보조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수술 결과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분치환술은 무릎 내측 혹은 외측만 손상된 환자가 할 수 있다. 부분치환술을 할 수 없을 때는 ▲다리가 너무 휘었을 경우 ▲관절염이 광범위하게 진행된 경우 ▲십자인대나 내측인대가 손상된 경우이다. 연세건우병원에서는 전체 인공관절 수술의 5~10%를 부분치환술로 시행하고 있다.
◇컴퓨터 시스템 도입, 수술 정확도 높여
연세건우병원에서는 컴퓨터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도입해 부분치환술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네비게이션 시스템은 환자의 무릎 뼈를 어떤 각도로 어떻게 자를지 사전에 정밀하게 계측하는 장비이다. 환자의 다리 정렬 상태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컴퓨터는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각 관절의 중심점을 찾는다. 네비게이션은 환자의 몸에 적합한 절개 각도와 범위, 인공관절 삽입 각도 등을 알려준다.
배의정 원장은 "컴퓨터 네비게이션이 도입되면서 절개가 작아 잘 보이지 않던 부위를 볼 수 있게 됐다"며 "안보이는 부분까지 계측을 하고, 환자마다 조금씩 다른 무릎 관절의 위치나 뼈의 두께를 고려해 무릎 뼈의 절삭 범위와 인공관절 삽입 각도를 안내받다 보니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수술 중에도 실시간으로 수술 부위 좌표를 추적해 수술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할 수도 있다. 조승배 원장은 "이런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수술 하는 의사의 테크닉"이라며 "부분치환술을 잘 할 줄 아는 의사에게 수술을 받으면 환자는 부분치환술, 전치환술을 모두 고려한 수술 처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