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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전통요리 아목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셔터스톡
입력 2017/10/14 08:00
글로벌 건강 푸드 열전
뛰어난 건축양식과 아름다운 미관을 가진 앙코르와트의 나라 캄보디아.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 나라의 명절에 자주 등장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아목’이다. 밥과 함께 먹는 생선요리 아목에 대해 알아보자.
물자 부족 환경에서 발달한 생선요리
캄보디아는 오랜 기간(1975~1989) 전쟁을 겪은 나라다. 베트남 등 인접한 국가들과 국경 관련 다툼이 주된 원인이었다. 전쟁 기간이 길다보니 생활에 필요한 각종 물자가 풍족하지 못했다. 먹거리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따뜻한 기후 덕에 코코넛나무는 흔했고, 캄보디아 면적의 약 15%를 차지(호수 규모로는 세계 3위)한다고 알려진 톤레삽 호수가 있어 생선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캄보디아는 코코넛이나 생선을 이용한 요리법이 많다. ‘아목’도 그중 하나다.
코코넛의 부드러움, 담백한 생선의 조화
아목의 주재료는 코코넛밀크와 잉어 같은 민물생선, 각종 향신료다. 생선 대신 닭고기나 소고기, 돼지고기를 넣기도 한다.
아목 요리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바나나잎을 이용해 작은 그릇을 만든다. 갈랑갈(galangal, 양강근), 레몬그라스, 강황 등 아목에 들어가는 향신료는 모두 다진 뒤 섞어준다. 만약 집에 이러한 향신료가 없다면, 태국식 그린 카레 소스를 구해 사용해도 비슷한 맛이 난다. 다진 향신료에 코코넛밀크를 넣고 섞는다. 코코넛밀크는 최근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가정에서도 만들 수 있다. 코코넛 속 흰 과육을 착즙기 등으로 짜내거나, 끓는 물 약간에 코코넛 과육을 넣고 우린 뒤 헝겊으로 걸러내면 코코넛밀크가 된다.
향신료와 코코넛밀크를 섞은 데에 생선살을 버무리고 바나나잎으로 만든 그릇에 담는다. 그릇째 찜기에 넣고 20~30분간 쪄낸다. 쪄낸 후에는 코코넛밀크나 크림(코코넛밀크를 만들 때 나오는 기름으로, 대형마트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을 한 스푼 얹고 잘게 썬 라임잎, 고수, 고추 등을 올려 장식한다. 코코넛의 부드러움과 생선의 담백한 맛이 제법 잘 어울리는 요리로, 향신료의 매콤한 맛이 있어 단품으로 먹기보다 쌀밥과 함께 먹는다.
향신료 ‘갈랑갈’, 항암 효과까지
아목이 건강식인 이유는 들어가는 각종 향신료에 있다. 생강의 일종인 갈랑갈은 아목에 많이 들어가는 항신료인데, 영국 킹스칼리지 피터 호튼 교수팀에 의해 암세포 공격 효소를 활성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알려졌다. 피터 호튼 교수팀은 갈랑갈을 간세포에 첨가했을 때, 발암 억제와 관련된 해독효소 GST 활동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강황은 치매 증상을 예방하거나 늦추는 효과가 있다. 강황에 들어 있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 ‘커큐민’ 덕분이다. <영국영양저널>에 실린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2개월간 커큐민 500mg이 든 캡슐을 하루 세 번 섭취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언어·기억력 검사 결과가 더 좋게 나타났다. 강황은 카레의 주성분이기도 한데, 카레를 자주 먹는 인도인은 알츠하이머 발생률이 미국인의 4분의 1수준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생선 역시 건강 식재료다. 생선은 단백질이 풍부하며 소·돼지고기 섭취에 비해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되고, 오메가3 지방산이 들어 있어 혈관 건강에도 좋다.
아목, 이렇게 먹어보자
국내에는 아직 캄보디아 레스토랑이 드물고, 있다 해도 아목을 파는 곳은 찾기 어렵다. 집에서 시판 카레 소스에 다진 생선살, 코코넛밀크와 구할 수 있는 향신료 일부를 이용해 만드는 편이 훨씬 빠르다. 잉어살을 이용하는 편이 좋지만, 잉어를 구하기 어렵다면 대구나 광어 등 구하기 쉬운 생선의 살을 발라내 사용해도 큰 문제 없다. 생선이 싫다면 닭가슴살을 사용해도 된다.
아목은 주로 흰쌀밥과 함께 먹는데, 이때 식이섬유질 섭취가 부족할 수 있다. 현지에서 아목을 먹을 때는 갈랑갈의 양이 많아 큰 문제가 없지만, 국내 가정집에서 아목을 해 먹을 때는 시판 카레 소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채소 섭취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 이때는 아목과 같은 과(科)인 자색 생강이나 일반 생강을 듬뿍 썰어 넣는다. 생선의 잡내도 잡을 수 있고, 건강에도 좋다. 만약 매운맛이 꺼려진다면 파프리카나 양파를 볶아 넣어도 궁합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