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경색과 허혈의 차이
글 안지현(KMI 한국의학연구소 의학박사)
입력 2017/09/30 10:00
알쏭달쏭 의학용어
70세 남성 김모씨는 최근 한 시간가량 가슴에 심한 통증이 있어 응급실로 실려왔다. 통증 부위는 왼쪽 가슴이었고,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났다. 의사는 심전도 검사 결과 허혈성 심장질환인 급성심근경색이라며 심장혈관을 빨리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술 이후 회복한 김씨에게 의사는 이것저것을 물어보더니, 3년 전 뇌경색이 생긴 김씨가 몇 달 전부터 임의로 뇌경색 약을 중단한 게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경색과 허혈은 무엇일까?
경색(梗塞)
신문을 보면 정치·사회·국제 면에 경색이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한다. ‘사드 정국으로 중국 시장이 경색되었다’, ‘여야의 대치 상황으로 정국 경색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등 소통이 되지 않고 꽉 막힌 상황을 표현할 때 ‘경색’이라고 한다.
이때 경색은 의학에서 사용하는 경색(infarct 또는 infarction)과 한자가 같다. ‘피떡’ 등으로 혈관이 막힌 것을 경색이라고 하는데 뇌혈관이 막히면 뇌경색, 심장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이 된다. 혈관이 막히면 조직에 산소와 영양소가 공급되지 않으므로 빠른 시간 내 막힌 부분을 뚫지 않으면 뇌 조직이나 심장근육 조직이 죽어간다. 회복되더라도 반신마비나 심부전처럼 큰 후유증이 남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다.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은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이 질환의 대부분이 혈관이 갑자기 막혀 생기는 뇌경색과 급성심근경색증이다. 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원인 중 하나가 죽상동맥경화증이다.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데 관리하지 않거나 흡연과 과음을 지속한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허혈(虛血)
허혈(ischemia)은 신체 조직으로 피가 덜 가는 상태를 말한다. 혈관이 좁아져 혈액 흐름이 약해진 것에서 부터 혈관이 막힌 상태인 경색까지 다양하다. 즉, 허혈은 경색이란 개념을 포함한다. 뇌, 장, 심장근육 등의 각 장기에 피가 덜 가면 각각 뇌허혈, 장허혈, 심근허혈이라고 부르는데, 흔히 알려진 협심증도 심장혈관인 관상동맥이 좁아져 생긴 대표적인 심근허혈이다.
허혈이 원인인 심장질환을 ‘허혈성 심장질환’ 또는 ‘허혈성 심질환’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죽상동맥경화증으로 인해 혈관이 좁아져서 주로 운동할 때 가슴이 아픈 안정형 협심증에서부터 죽상동맥경화증 부위가 찢어지거나 터져서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진행 중인 단계인 불안정형 협심증, 그리고 심장혈관이 막히는 급성심근경색증까지 포함된다.
경색이 생기기 전, 혈액 흐름이 약해진 허혈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할수록 경과가 좋다. 허혈이 심하지 않을 때에는 조직 손상이 덜하기 때문이다. 노인 가운데 걷다가 오금이 당겨 얼마 걷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나이가 들어 쇠약해진 것이라 오해도 하지만 다리의 말초동맥에 죽상동맥경화증이 생겨 허혈인 경우가 있다. 혈액순환을 돕는 약물을 처방받거나 좁아진 혈관 넓히는 시술을 받으면 증상이 좋아진다.
허혈의 가장 심한 형태가 경색이기 때문에, 관리법이 경색과 비슷하다.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고,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면 허혈 예방에 도움된다. 평소에 탈수가 되지 않도록 충분한 양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허혈 예방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