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스타틴, 고령자 효과·부작용 논란… "그래도 失보다 得 많다"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JAMA 논문 "고령자 사망률 높여"
사망 원인 모든 질환 포함돼 한계… 당뇨병 증가, 우려할 정도는 아냐

스타틴 제제는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쓰이는 약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 1~2위를 다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복용한다. 스타틴 제제는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장마비 예방 효과가 있어 출시된 지 30년이 됐지만 여전히 거의 모든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복용하고 있다. 그러나 많이 복용하는 약인 만큼 부작용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 고령의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는 스타틴 제제의 효과가 미미하고, 오히려 스타틴 제제를 복용하지 않은 그룹보다 사망률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7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 'JAMA(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된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고혈압·이상지질혈증이 심하지 않은 65세 이상 노인 2867명을 대상으로 1400명에게는 운동·식이 조절만으로 질환을 관리하게 하고, 나머지 1467명에게는 스타틴을 투여했다. 그 결과, 약을 복용한 그룹과 복용하지 않은 그룹의 심장병 발작 빈도는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률은 스타틴을 복용한 환자가 64~74세의 경우 1.08배, 75세 이상의 경우 1.34배로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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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쓰인 ‘스타틴’에도 단점은 있다. 일부 환자는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를 충분히 보지 못하거나 근육통 등 부작용으로 고생한다. /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이 연구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아닌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을 결과로 잡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받는다. 다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으면 뇌출혈·만성폐쇄성폐질환(COPD)·림프암·혈액암 등으로 인한 사망이 증가한다는 기존 연구결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의 재료로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부족하면 건강상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있다.

지난 몇 년간은 스타틴이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가장 최근 발표된 호주 연구에서는 스타틴을 복용하는 75세 이상 여성의 당뇨병 위험이 복용하지 않은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3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도 스타틴을 복용한 사람은 당뇨병 위험이 1.9배로 높다고 보고됐다. 201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스타틴이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는 "당화혈색소가 소폭 상승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약을 곧바로 끊지는 않는다"며 "대신 혈당수치를 확인하면서 스타틴의 용량을 줄이거나 당뇨병 약을 추가한다"고 말했다.

스타틴은 근육통, 간기능 저하, 손발 저림, 기억력 감퇴 같은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환자 중 15%가 이런 부작용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근육통이다. 스타틴 제제를 복용하는 사람의 일부는 운동을 하지 않는데도 근육통이 생긴다. 1만명당 한 명 꼴로 근육이 저절로 분해되는 '횡문근융해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근육통으로 시작해 전신이 무력해지고 오줌색이 검게 변하는 과정을 거쳐 사망할 수도 있는 질환이다. 스타틴 복용 후 근육통 증상이 나타나면 주치의에게 이를 알리고, 용량을 줄이거나 약제를 바꿔야 한다.

이런 한계 때문에 최근 스타틴과 다른 기전의 약이 개발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PCSK-9 억제제가 대표적이다. 스타틴과 다른 기전으로 작용해서 기존에 스타틴이 잘 듣지 않거나 부작용이 심한 환자에게 쓸 수 있다. 스타틴이 LDL콜레스테롤의 합성을 막는다면 PCSK-9 억제제는 분해를 방해해 혈중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최근 임상 3상에 통과해 출시가 임박한 CETP 억제제도 있다. LDL콜레스테롤을 낮출 뿐 아니라 몸에 이로운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약들이 스타틴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할지는 미지수다. 스타틴은 경제적이면서 장기간 사용돼 대부분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여전히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이기 때문이다. 스타틴의 부작용과 관련해 의학계에선 심장병 예방 효과로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고 강조한다. 대한지질·동맥경화학회 김효수 이사장(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당뇨병 위험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라며 "스타틴을 복용했을 때 당화혈색소 수치가 조금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타틴을 복용한 모든 환자가 당뇨병을 앓게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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