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교정
치아 안 뽑는 게 무조건 좋은 것 아냐… 의사 진단 따라야
안정섭 서울대치과병원 치과교정과 교수
입력 2017/09/20 04:30
[메디컬 포커스] 교정치료
교정전문의라면 흔히 겪는 사례다. 특히 이를 뽑지 않는 '비발치(非拔齒)' 교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치과가 많아지면서 모든 교정치료가 이를 빼지 않고 진행될 수 있다고 오해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물론 치아를 배열할 공간이 충분하고 입이 돌출된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비발치 교정을 하는 게 원칙이다. 이때는 치아를 빼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앞니가 지나치게 뒤로 쓰러져 입이 들어가 보이는 이른바 '옥니'가 될 수 있고, 이를 뺀 공간이 나머지 이로 다 채워지지 못하거나, 이 뿌리가 손상될 수도 있다.
반면 이를 뽑아야 하는데 안 뽑아도 문제가 된다. 이를 뽑아야 하는 경우는 ▲치아끼리 많이 겹쳐 있어 모든 이를 가지런히 배열할 공간이 모자라거나 ▲이가 비교적 가지런하더라도 앞니가 뻐드러져 입이 나와 보일 때 등이다. 이런 경우 무리하게 이를 뽑지 않고 교정치료를 하면 앞니가 뻐드러져 입이 나와 보이고, 치아와 잇몸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이를 뺄 때는 비교적 하는 일이 적은 작은 어금니(소구치)를 우선적으로 고른다. 심미적, 기능적으로 중요한 큰 앞니(중절치), 작은 앞니(측절치), 송곳니(견치), 큰 어금니(제 1, 2 대구치)는 되도록 그대로 둔다.
물론 경우에 따라 기능성이 큰 이를 뽑아야 할 때도 있다. 어떤 이를 몇 개 뽑을지는 전문가의 신중한 분석과 진단에 따라 결정돼야 할 사항이다.
간혹 무리한 비발치 교정으로 이가 뻐드러졌지만 치아 뿌리까지 심하게 짧아져 더는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볼 때가 있는데, 매우 안타깝다. 최근 교정치료 기술이 발달해 많은 경우 발치 없이 교정치료가 가능해진 게 사실이지만, 무분별한 비발치 교정이 능사일 수는 없다. 의사들은 치아를 한번 빼면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여러 자료를 종합, 면밀한 분석을 통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고자 한다.
의사가 교정치료를 위해 발치를 권유할 때는 이러한 숙고를 거쳐 내린 결론이라는 것을 환자가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