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담배, 가격 장벽 높아야 청소년 흡연 줄인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08/21 09:18
이금숙 기자의 헬스 톡톡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서민 감세 법안의 하나로 담뱃값을 인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의료계에서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담뱃값은 2015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80% 인상됐다. 담뱃값 인상 후로 성인 남성의 흡연율(2014년 43.1%→2015년 39.3%)은 소폭 떨어졌지만, 담배 가격에 민감한 청소년(중 1~고 3)의 흡연율은 2014년 14%에서 2015년 11.9%, 2016년 9.6%까지 하락했다.청소년은 경제적 여력이 낮아 담뱃값이 상승하면 금연을 하거나 흡연을 예방하는 효과가 성인보다 크다. 세계은행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담배 수요의 가격 탄력도가(담배 가격에 따른 흡연 양의 영향 정도) 3배나 된다. 최근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이언숙 교수팀이 2015년 담뱃값 인상 후 청소년의 흡연 습관 변화를 조사한 연구에서도 흡연을 하는 중·고등학생 5123명 중 30.1%(1534명)가 담뱃값 인상 후 금연하거나 흡연량이 줄었다. 이언숙 교수는 "이런 변화는 2015년 이후 더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담배는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흡연을 시작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류정선 교수는 "흡연은 청소년기에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청소년기 담배에 접근하지 못하게 해 흡연 인구를 줄이는 것이 금연 정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런 점에서 담배 가격의 장벽을 높이는 정책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에 흡연을 하면 건강 피해가 더 큰 것도 문제다. 이언숙 교수는 "청소년기는 인체 각 장기가 충분히 분화하거나 성장하지 않은 상태로, 이때 담배 속 독성 물질을 흡입하면 장기나 세포가 약하게 성장하게 된다"며 "청소년기에 흡연을 하면 미성숙 폐발달, 폐활량 감소 문제가 나타나고, 폐암 등의 발병 위험도 더 높다"고 말했다.
청소년은 뇌도 미성숙해 담배에 중독되기 쉽고 다른 중독 질환에 빠지기도 쉽다. 이언숙 교수는 "청소년기 흡연을 시작한 사람은 담배에 중독이 강하게 돼 금연에 실패할 확률이 성인이 돼서 흡연을 시작한 사람보다 높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흡연이 중독의 발단이 돼 약물·알코올 중독과 같은 다른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흡연 자체가 우울·불안증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있다.
전문가들은 금연에 가장 강력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으로 담뱃값 인상을 꼽는다. 이언숙 교수 연구에서 청소년은 담뱃값 인상과 더불어 금연 홍보(금연 캠페인, 금연 광고 등)에 노출된 그룹에서 금연 효과가 컸다. 청소년 흡연을 줄이기 위해서 금연 홍보 등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