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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퇴치 밴드·기피제, 효과 있을까?

글 정재훈(약사) | /사진 셔터스톡

모기와 비행기, 둘 중에 어떤 게 더위험할까? 대부분 비행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모기가 더 위험하다. 체중으로 치면 성인 남성의 2800만 분의 1에 불과한 작은 동물이지만, 매년 모기로 인한 사망자 수는 70만 명이 넘는다. 반면, 전 세계에서 항공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매년 1000명 이하로, 2016년에는 325명이었다.

모기가 왜 위험할까
모기가 위험한 이유는 모기가 옮기고 다니는 감염성질환 때문이다. 최근 많이 알려진 지카바이러스 외에 뎅기 열, 황열병, 일본뇌염도 모기에 물릴 때 감염될 수 있다. 그러나 모기를 가장 위험한 동물로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말라리아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에 감염되는 사람 수는 매년 무려 2억 명, 사망자 수는 40만 명이 넘는다. 해외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내가 타는 비행기가 안전한지 체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내가 여행할 지역이 말라리아 위험지역인지는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 특히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를 방문할 때는 예방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좀더 자세한 정보는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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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매개 질환, 백신 없어
무엇보다 모기를 피해 다녀야 하는 것은 말라리아 같은 치명적인 모기 매개 질환에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말라리아는 약으로만 예방할 수 있다. 사실 이것도 엄밀히 말해 예방약이라기보다는 치료약이다. 여행기간 중에는 말라리아를 감염시킬 수있는 모기한테 물릴 수도 있다고 가정하고, 치료약을 미리 써서 잡는 방식이다. 출발하기 전에 미리 복용을 시작해야 하고, 말라리아 위험지역에서 돌아와서도 약을 1주일에서 한 달까지 복용해야 할 수 있다. 어느 지역으로 여행하느냐에 따라 약의 선택이 달라지고 약에 따라 복용 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여행 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리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상담받아보는 게 좋다. 말라리아 위험지역을 방문한 뒤 1~2주 이내에 이유 없이 열이 난다면 즉시 가까운 보건소나 의료기관을 찾아야한다. 말라리아 증상이 나타날 때는감염된 지 이미 일주일 이상 시간이지났다는 의미로, 즉시 치료받지 않으면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외에도 모기가 옮기는 다양한 감염성질환이 있으므로, 말라리아 예방약 복용 중이라고 방심하면 안 된다. 모기는 피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여름에 야외에 안 나갈 수도 없다. 어떻게 하면 모기를 피해 다닐 수 있을까? 모기가 흡혈하는 시간은 주로 밤이므로 야간에는 외출이나 야외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해가 지고 다시 뜰 때까지는 모기를 조심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기억해두자. 특히 새벽이나 황혼 무렵에는 모기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이므로 외출할 때 긴소매 상의,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 밝은 색상 옷을 입고 야외에 나가면 벌레가 달라붙었을 때 더 잘 보여서 쫓기 쉽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해도 모기가 사람을 피하기 쉽지, 수천만 배 큰 덩치의 사람이 모기를 피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모기기 피제를 써서 모기를 쫓아낼 필요가 있다.

모기 기피제 성분도 여러가지
모기 기피제 성분도 여러 가지 다양한 모기기피제가 있지만, 그중 가장 효과적인 성분은 몇 가지로 추려낼 수 있다. 주로 추천하는 것은 DEET(N,N-diethyl-m-toluamide) 성분 또는 이카리딘 성분을 함유한 기피제이다. 우리 주변에 보면 모기에 더 잘 물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유 중의 하나가 체취나 땀 냄새로 인한 것이다. 모기는 이산화탄소나 체열을 감지하여 사람을 물지만, 이에 더해 땀, 피부분비물의 냄새도 모기 의 사람 감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DEET 같은 기피제는 피부와 옷에 적용하면 모기가 싫어하는 냄새의 증기를 발생시켜 모기와 진드기 같은 곤충을 쫓아낸다. 이카리딘은 곤충이 사람 냄새를 맡는 것을 방해하는 식으로 우리가 모기나 진드기를 피해 다닐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기피제를 사용한다고 하루 종일 모기를 피해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 속 성분의 농도에 따라 짧게는 4시간, 길게는 8시간 정도 효과를 낸다. 모기 기피제는 6개월 미만의 영아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이때는 모기장과 의복을 사용하는 게 최선이다).

천연 성분 기피제를 찾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시트로넬라 오일, 정향 오일 같은 천연 성분 기피제는 효과가 떨어지는데다가 안전성에 대한 근거도 부족하다. 예를 들어 시트로넬라 오일 효과는 짧게는 겨우 20분, 길어야 2시간에 불과하다. 이런 성분이 들어간 기피제는 지난 7월 식약처 재평가 이후 추가 제조가 중지되었다.
최근에는 집에서 스스로 만들어 쓰는 DIY 모기기피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효과도 떨어지는데다 작용 지속시간도 짧아서 사용을 권장하기 어렵다.

모기기피제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올바로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제품의 지시사항에 따라 피부 또는 옷 위에 적용할 수 있는데, 효과 지속시간에 따라 4~8시간마다 한 번씩 사용해야 한다. 어린이는 성인용이 아닌 어린이 전용의 저농도 제품을 쓰는 게 좋고, 2세 미만의 유아에게는 DEET보다는 이카리딘이 들어 있는 기피제를 쓰는 게 좋다. 찢어지거나 상처 있는 부위에 바르면 피부를 자극할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좋고, 특히 어린이의 손·입·눈 주위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모기가 옷을 뚫고 물까봐 걱정되더라도 옷으로 덮인 피부에 기피제를 뿌리면 안 된다. 그럴 때는 옷 위에 기피제를 뿌려주어야 한다. 이때 옷감에 따라 변색을 일으킬 수 있으니 미리 체크하는 게 좋다. 얼굴에 기피제를 뿌리면 곤란하다. 먼저 손에 분무한 다음 손으로 얼굴에 발라주는 게 안전하다.

모기 밴드 큰 기대 말아야
모기 밴드에 큰 기대를 걸지는 말자. 기피제를 넣은 밴드를 착용하더라도 팔 주변에나 조금 효과가 있을까 모기의 공격을 전부 막기는 어렵다. 다양한 모기 기피 스마트폰 앱 효과에 대한 근거도 없다. 모기와 모기로 인한 감염성질환을 피하려면 효과가 입증된 약을 올바른 방법으로 쓰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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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과학·역사·문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관점에서 약과 음식의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탐구하는 데 관심이 많은 약사다. 현재 대한약사회 홍보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방송과 글을 통해 약과 음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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