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맛집
세계 와이너리 TOP 4
글 모은희 | /사진 셔터스톡
입력 2017/07/22 08:00
힐링 명소
와인 한 잔은 때때로 마음의 피로를 풀어준다. 드넓은 와이너리 풍광을 만끽하면서, 나에게 어울리는 와인과 함께 낭만적인 시간을 즐겨보자. 와인애호가는 물론 전 세계 여행객들을 사로잡는 와이너리 네 곳을 소개한다.
와인의 진수를 맛본다 프랑스 보르도
세계 최대 여행 전문 출판사 론리 플래닛은 해마다 여행하기 좋은 도시를 선정하여 발표하는데, 2017년에는 프랑스 와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보르도가 1위로 꼽혔다.
프랑스 남서쪽에 위치한 보르도는 전 세계 와인 산지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지역이다. 세계에서 일류 와인 양조자가 가장 많은 와인 산지기도 하다. 보르도 와인의 연간 생산량은 프랑스 전역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등급의 와인 중 4분의 1을 차지한다.
보르도에는 세 개의 중요한 강인 지롱드강, 도르도뉴강, 가론강이 흐른다. 이 물줄기들은 보르도 지역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나아가 이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드로의 따뜻한 해류와 강은 와인을 생산하는 데에 온화하고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보르도에 가면 가도 가도 끝이 없을 정도로 포도밭이 이어지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 와이너리 투어를 하면 보통 지롱드강을 따라 와이너리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주로 이어진다. 투어에서는 와인 시음은 물론 직접 와인을 블렌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보르도의 주요 포도 품종은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세미용, 소비뇽 블랑이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모두 항상 두 가지 품종 이상을 블렌딩 한다.
또한 보르도 와인 생산량의 80% 이상은 레드 와인이다. 보르도에서 가장 대표적인 와이너리 마을을 꼽으라면 와인애호가들은 포이악을 언급할 것이다. 포이악에서는 샤토 부통 로칠드와 같은 명성 높은 와인을 대거 만든다. 남단에 위치한 마을 마고 역시 세련되고 귀족적인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명성이 높다.
기록에 따르면 영국의 수상 로버트 월폴 경은 3개월마다 100상자의 샤토 마고 와인을 구입해 갔다고 한다. 와이너리 투어가 끝나면 시내에서 크루즈를 타고 바람을 만끽하면서 그동안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것도 특별한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TIP
와이너리 역시 관광지이다 보니 프랑스어뿐 아니라 어디서든 영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와이너리 방문은 사전 예약이 필수이며, 대형 와이너리의 경우 각 홈페이지 예약 이메일 주소로 신청이 가능하다. 와이너리 시음은 대부분 무료이다. 보르도 와이너리에서는 중세시대에 지어진 고성에서 하룻밤 묵으며 와이너리 내 특급 레스토랑에서 프렌치 퀴진을 함께 맛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인 미국 나파밸리
나파밸리는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약 80km 떨어져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를 타고 약 1시간 반쯤 달리면 도착한다. 중심지인 나파는 작은 마을이지만 주변 6개 마을을 포함하여 미국 와인의 본산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미국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세계 네 번째 와인 생산국이다. 캘리포니아의 태양이 만드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와 화산재로 이루어진 비옥한 땅, 큰 일교차가 포도 기르기에 최고인 환경을 만든다. 특히 나파 밸리는 소량으로 까다롭게 만들어 와인 마니아 사이에서 초고가로 유통되는 컬트 와인의 본고장이다.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와인 생산지로도 꼽힌다. 이곳은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로맨틱한 영화 <구름 위의 산책(A Walk in the Clouds)>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나파밸리에서는 생산하는 와인 종류에 따라 카베르네 소비뇽, 샤도네이, 메를로 등 다양한 포도종을 재배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최초로 기업적 와이너리로 성장한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와 샤토 몬틀레나 앤 베링어 등이 주요 관광지로 꼽힌다. 나파밸리 와인 투어를 좀더 쉽게 즐기려면 와인 트레인을 이용하면 좋다. 빈티지한 열차에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와이너리 풍광을 감상하면서 와인과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나파밸리가 전 세계 와인애호가는 물론 여행객들에게 더욱 인기 있는 이유는 세계적인 맛집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미슐랭 스타급 셰프들이 제안하는 캘리포니아 현지 요리는 물론 각 지역의 장점만을 살린 퓨전요리 등 셰프가 만드는 창의적인 음식들을 와인과 함께 맛볼 수 있다.
TIP
나파밸리 비지터 센터 홈페이지에는 와이너리뿐 아니라 이벤트, 액티비티, 쿠폰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다. 나파밸리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접한 소노마 카운티도 함께 방문한다. 미국 정부에 등록된 포도 재배 지역이 캘리포니아에만 100여 곳에 달하는데 나파밸리 다음으로 유명한 곳이 소노마 카운티다. 이곳은 나파밸리보다는 숙박료나 식사비 등이 조금 더 저렴하다.
세계 5대 와인 산지에 속하는 스페인 리오하
리오하는 프랑스 보르도,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과 함께 세계 5대 와인 산지로 꼽힌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 산세바스티안에서 남쪽으로 2시간 남짓 지나면, 스페인 와인의 중심 리오하에 도착한다. 스페인 대표 와인 산지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역사 깊은 지역이다. 스페인 와인은 가성비가 높고, 풍요로운 대지의 깊은 향이 큰 매력으로 꼽힌다.
리오하가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와이너리가 된 데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19세기 포도 나무의 흑사병으로 불리는 ‘필록세라’ 때문이었다. 필록세라는 진딧물의 일종으로 19세기에 유럽의 포도밭을 병들게 했다. 특히 프랑스 와이너리 중 75%가 큰 피해를 입었고, 현지 와인 생산자들은 새로운 땅을 찾아야 했다. 그중 보르도 지역 생산자들은 보르도와 토양 특성이 비슷한 리오하로 대거 이주를 했다. 이후 리오하 와인은 단숨에 세계적인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리오하에서는 토착 포도 품종인 템프라니요를 주로 이용해 와인을 만든다.
리오하 와인 투어 프로그램의 특징은 와인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포도가 자라는 토양,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 양조장에서의 시음까지 모든 것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소믈리에가 진행하는 와인스쿨 프로그램을 통해 와인 테이스팅은 물론 와이너리 역사와 전통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와이너리 체험 후에는 포도씨 오일 마사지나 와인 트리트먼트 등으로 피로를 풀 수 있다.
TIP
리오하에서는 드넓은 와이너리를 액티브하게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열기구나 글라이더를 통해 상공에서 리오하의 경치를 감상할 수도 있고, 승마를 하면서 포도밭 사이를 누빌 수 있다. 이런 색다른풍경을 선사한다.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을 가진 칠레 마이포
칠레는 포도 재배에 매우 이상적인 자연 환경을 자랑할 뿐 아니라, 땅값이나 노동력이 저렴하여 가격 대비 훌륭한 와인이 생산되는 곳이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포도나무의 흑사병인 필록세라의 피해를 입지 않은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있는 나라이다. 이런 배경 덕분에 유럽의 고유 와인, 1860년 이전의 고전 와인 맛이 남아 있다. 칠레는 16세기 중반 최초로 포도농장이 들어섰다. 1980년대부터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와인 산업을 발전시켜, 지금은 생산량 대비 수출점유율 1위인 수출 주도형 와인 생산국으로 꼽힌다.
마이포는 칠레 대표적인 와인 산지다. 칠레의 대표 산지답게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와이너리가 대부분 이곳에 위치한다. 이곳은 16세기 당시 인디언 원주민들의 공격 방어를 위한 요새 역할을 했던 곳이다. 칠레가 식민지 시대를 거치는 동안에도 이런 지형적 특성으로 마이포의 와이너리는 안전하게 보호되었다고 한다. 땅을 안전하게 보호해준 신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이곳 와인 라벨에는 교회를 상징하는 이미지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마이포 밸리의 카베르네 쇼비뇽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며 베를로, 시라, 말벡 등이 강세이다.
마이포는 충분한 햇볕, 안데스 산자락에서 발원한 강물,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 등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마이포는 안데스산맥에서 발원한 마이포강이 흐르던 자리로, 강물이 끌고 온 퇴적된 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땅에서 자란 포도는 미네랄이 풍부한 와인으로 숙성된다. 특히 마이포의 와이너리 대부분 화학 비료나 제초제는 물론 유기농 비료조차 쓰지 않고 소량의 퇴비만을 이용하여 재배하는 바이오다이내믹 기법으로 포도를 재배한다.
TIP
마이포에서는 카베르네 쇼비뇽를 비롯하여 이 지역 특산인 까르미네르가 유명하다. 칠레는 기후가 안정적이어서 빈티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2001, 2003, 2005년 빈티지는 특히 좋게 평가받고 있다. 또한 마이포는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80km 떨어져 있어, 와이너리 체험 후 안데스산맥, 산티아노의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