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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의 이름은 무기질
글 남기선(풀무원 식생활연구실 실장) | /사진 셔터스톡
입력 2017/06/10 09:30
필수 영양소 재발견
몇 해 전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남자주인공이 별에서 왔다는 드라마의 내용은 허구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사실 별과 무관하지 않다. 바로 인체의 구성 성분인 ‘무기질’ 때문이다. 우리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는 수십 가지다. 그 기원은 우주의 탄생과 함께한다. 인체의 무기질(미네랄)은 별의 잔해물이고, 지구(흙)과 불가분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생명체와 전혀 무관해 보이는 원소가 결합하여 물,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핵산 등의 화합물을 만들고 그것이 생명체가 돼 수만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은 오묘하기 그지없다.
인체 생존에 필수적인 무기질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는 산소를 필두로 탄소, 수소, 질소까지 합해 네 가지가 체중의 약 96%를 차지한다. 이원소들은 대부분 탄소와 결합한 유기물 형태로 존재하며, 다른 개별 원소들은 무기질이라 부른다. 무기질은 생명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로지 흙이나 물 같은 자연에서 유래된 것으로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내 몸의 일부가 된다. 칼슘, 인, 마그네슘, 철, 나트륨, 칼륨, 염소, 아연, 요오드, 세레늄 등이 해당된다. 영양학에서는 무기질을 필요량에 따라 분류하는데 몸이 하루에 100mg 이상 필요로 하면 다량무기질로, 그 이하는 미량무기질로 분류한다. 칼슘·인·마그네슘·나트륨·칼륨·염소·황은 다량무기질이고 철·아연·구리·요오드·셀레늄·망간·크롬 등은 미량무기질이다. 무기질은 종류가 많은 것만큼 역할도 다양하다. 기본적인 역할은 인체의 성장과 발달, 생존에 필요한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칼슘은 골격과 치아를 만들 뿐 아니라 피가 났을 때 멈추게 도와준다. 신경전달이나 근육의 움직임으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은 칼슘 없이 이뤄질 수 없다. 인이나 마그네슘은 칼슘과 함께 골격과 치아를 구성하고 체내의 효소 활동을 돕는다. 나트륨은 수분과 혈압 조절에 꼭 필요하다. 칼륨은 세포와 신경, 근육 기능에 관여하며 심장박동과 혈압 조절을 돕는다. 철분은 우리 몸에 산소를 전달하는 데 꼭 필요하다. 요오드는 체내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을 만든다. 인체에 필요하고, 그 기능이 알려진 무기질만 해도 수십 가지가 되어 이를 다 언급하기 어렵다.
부족한 칼슘, 뼈째 먹는 생선으로 보충
무기질 중 인체에 가장 많은 게 칼슘이다. 칼슘은 우리가 부족하게 섭취하고 있는 영양소이기도 하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칼슘 섭취량은 권장량 대비 70~80% 정도다. 60% 이상의 사람들은 평균 필요량만큼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 칼슘이 골격의 주요 구성성분인 만큼, 튼튼한 뼈를 만들거나 충분히 성장하려면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그 내막을 살펴보면 칼슘의 핵심 역할은 골격에 있지 않다. 인체 칼슘의 99%는 뼈에 있지만, 이는 유사시를 대비한 ‘저장’이 목적이다. 인체는 1%에 불과한 혈청 칼슘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신경 전달, 근육 수축은 물론 많은 세포의 대사에 필요한 칼슘을 즉각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혈청 칼슘 농도는 칼슘 섭취량에 그다지 영향받지 않고 몇 가지 호르몬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절대량이 부족하면 칼슘의 보고인 골격에서 꺼내 쓴다. 이때 칼슘이 부족하면 골다공증에 취약해진다. 따라서 가능한 한 골격에 칼슘을 충분히 비축해두는 게 좋다.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된 후에 칼슘을 많이 먹는다고 골의 질량이 많아지는 건 아니다. 여성은 30대 초반에 자신의 최대 골질량을 가진다. 그 이후에는 매해 0.5~1%씩 골소실이 일어난다. 폐경이 되면 골소실이 급격히 가속된다. 그래서 젊을 때 칼슘 섭취와 운동 등으로 자신의 골질량을 최대로 만드는 게 좋다.
칼슘이 많이 든 음식이라고 하면 우유나 유제품을 흔히 떠올린다. 그러나 멸치·뱅어포처럼 뼈째 먹는 생선, 콩·두부도 칼슘의 좋은 급원이다. 브로콜리나 케일 같은 녹색 채소에도 칼슘이 많다. 브로콜리에 들어 있는 칼슘은 양도 많을 뿐 아니라, 우유에 들어 있는 칼슘보다 흡수율이 더 높다.
칼슘은 대체로 흡수율이 높은 편이 아니라, 섭취량과 별개로 흡수에 영향을 주는 요인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D 와 C 는 칼슘의 흡수를 돕는다. 낮 시간에 햇빛을 쐬며 산책이나 적당한 운동을 하면 비타민D도 합성되고 근육과 뼈를 자극하여 골격 발달에도 도움된다. 반면 과다한 동물성단백질, 포화지방, 인, 나트륨 등은 칼슘의 흡수를 저해한다. 무심코 마시는 탄산음료도 인산염이 많아 칼슘 흡수를 저해하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나트륨 과다섭취, 국물음식 줄여야
칼슘과는 정반대로 과하게 섭취하고 있어 문제가 되는 무기질이 있는데, 바로 나트륨이다. 나트륨 하면 우리 몸에 나쁜 성분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 나트륨 역시 인체에 아주 중요한 영양소다. 체액의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맞추고 산과 알칼리도(pH)를 조절한다. 뇌와 신경의 정보 전달이나 근육의 움직임에도 꼭 필요하다. 나트륨이 부족하면 탈수증상, 피로, 두통, 현기증, 경련 등이 발생한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과하면 탈이 나는 법! 나트륨 과다섭취는 고혈압, 위암, 심장질환, 신부전, 골다공증, 비만 위험을 높인다. 우리나라 국민의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의 권장 섭취량보다 2배 가까이 많을 정도로 심각하다. 위암 발병률 세계 1위인 것도 과다한 나트륨 섭취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짭짤한 김치, 찌개·국수·라면 등 국물음식, 젓갈 등 소금을 이용한 발효음식, 가공식품이나 외식 음식도 나트륨 과다섭취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국물음식 적게 먹기’를 제안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국 없는 날로 하고, 평상시에도 국이나 찌개는 국물보다는 건더기 위주로 먹기를 권한다. 조리법도 조림보다 찜이나 구이로 하는 게 낫다. 양념은 소금 대신 멸치, 다시마, 북어, 들깨가루 등 천연 조미료나 염도가 낮은 간장을 사용하면 나트륨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곧 우리 자신(We are what we eat!)’이라는 말이 있다. 별에서 온 그대, 무기질을 통해 우리 역시 별이 된다.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아름다운 초록별인 이 지구를 건강하게 지키는 것일 수도 있다.
남기선 풀무원 식생활연구실 실장,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부회장이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석사, 미국위스콘신주립대 영양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 의과대학 소아과학과 연구교수를 지냈다. 《두부콩밥상》, 《저염밥상》, 《뱃살잡는 Low GL 다이어트 요리책》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