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모(23)씨는 거의 1년 동안 설사에 시달렸다. 특별히 잘못 먹은 게 없는데도 변이 계속 무른 상태였다. 복통이 심해지고 피가 묻은 변이 나와서 병원을 찾았는데, 대장내시경검사 결과 대장 전체를 침범한 '중증 궤양성대장염'이었다.
◇젊은층에서 염증성장질환 증가
최근 만성적인 복통, 설사, 혈변 등을 나타내는 만성 염증성장질환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만성 염증성장질환은 장내 세균을 포함한 인체 외부의 자극에 대해 몸이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이면서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젊은층에게 자주 발견된다. 만성 염증성장질환은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 두 가지 질환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궤양성대장염이 크론병보다 더 흔하다. 경희대학교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김효종 센터장은 “궤양성대장염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 아주 드물었다"며 "현재 국내 궤양성대장염 유병률은 인구 10만명당 30.87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20대~30대의 비교적 젊은층에서 자주 발생하고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자주 나타난다”고 말했다.
◇혈변 보이면 대장내시경 검사 필수
궤양성대장염은 대장 점막 또는 점막하층에 국한된 염증을 특징으로 하는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성장질환으로,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혈성 설사, 변을 참지 못해 급히 화장실을 찾는 대변절박증, 복통 등이 주요 증상이다. 궤양성대장염은 유전,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국내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1.6~2.0%는 궤양성대장염의 가족력이 있으며,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가족에서 궤양성대장염 발병 위험도는 일반인에 비해 14.2배로 높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나라에서는 서구화된 식생활이 궤양성대장염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는 연구들이 많다. 이런 식습관을 통해 장에 흡수되는 물질들이 아시아인의 장 속에 분포하는 미생물들과 조화하지 못해 장을 공격하는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제설탕이나 패스트푸드, 마가린 같은 고당질 고지방 식품을 많이 먹으면 궤양성대장염 발생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효종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대장내시경을 50대 이후 대장암 검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검사로 생각해 젊은 사람들은 필요한 데도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며 "복통이나 설사가 4주 이상 지속될 때, 혈변을 봤을 때는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