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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근회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회장

지난 1월부터 시행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에 따라 그 동안 선천성 신경인성 방광환자에만 해당되던 자가도뇨 요양급여 지급이 질병 및 사고 후유증으로 방광질환을 얻게 된 중도장애인 즉, 후천성환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아마 척수장애인이 그 대표적인 대상이 될 것이다.

자가도뇨 요양급여는 국민건강보험이 장애인들의 자가도뇨 카테터 구매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자가도뇨 카테터 제품은 신경인성 방광환자들의 배뇨활동을 도와주는 필수적인 용품이다. 신경인성 방광환자들은 스스로 배뇨 활동을 조절하기 어려워 다양한 방법으로 소변을 배출해야 하는데, 자가도뇨 카테터를 활용한 간헐적 자가도뇨법이 가장 간편하면서도 합병증 발생률도 낮아 표준 배뇨관리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존의 많은 신경인성 방광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1회용 자가도뇨 카테터를 재사용하거나, 수분섭취를 줄여 소변 배출 자체를 줄이는 등 불편과 건강상의 위험을 감수해 왔다. 비록 이번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으로 기존 가격의 10%대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마저 부담으로 느끼는 환자가 많다.

2015년 척수장애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척수장애를 얻은 후 기존 직장을 잃게 된 경우가 73%에 달한다. 대부분의 후천성 척수장애인들이 장애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겪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재취업 기회 부족과 스스로 업무 수행에 대한 불신으로 경제 활동을 포기한 환자들도 전체의 60%에 달하고 있다. 직장을 잃고 경제활동을 중단한 환자들에게 일반적인 생리 현상인 소변 해결을 위한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은 기본권 측면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앞으로 해소되어야 할 사항이다.

유럽의 OECD 가입 국가들은 장애인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1980년대부터 자가도뇨 카테터 구입에 대한 의료 혜택을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노르웨이, 독일, 덴마크, 스웨덴, 체코, 그리스 등 10개 국가가 수량 및 금액 제한 없이 전액 요양 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며, 스위스는 10% 비용만 지불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운영중인 건강보험 요양급여 지급 제도는 자가도뇨 카테터 제품 기준으로 하루 최대 6개, 9천원으로 수량과 금액이 제한되어 있다. 이는 일반인 기준 평균 소변 횟수인 8회에 비해 부족한 수량이다.

물론 선천성, 후천성 질환을 구분하지 않고 더 많은 환자가 안전하고 편리한 자가도뇨를 할 수 있도록 보험 적용을 확대한 법률 개정에 대해서는 늦은 감이 있음에도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척수장애인들이 보통의 사회 활동을 영위하지 못하고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현실에 맞춘 보다 실질적인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유럽 국가의 요양급여 혜택 모델에 견주어 환자들이 필요에 따라 충분한 도뇨가 가능하도록 요양 급여 지급의 제한이 풀려야 하지 않을까. 또한 환자 부담금 역시 현재 10%에서 5%, 나아가 전액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신체적, 경제적 이중고를 겪고 있는 수많은 장애인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사항이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지급 기준이 선, 후천성 환자를 가리지 않고 적용되도록 변화한 것처럼, 요양급여 무제한 전액 지급 또한 현실화 되길 기대해 본다.

또한, 척수손상 직후부터 도뇨 카테터를 통한 배뇨훈련을 하고, 올바른 사용법을 숙련시켜서 바로 사회활동이 가능하도록 처방의 기준도 바뀌면 좋을 것이다. 병원 입원 중에는 도뇨 카테터 처방을 못 하도록 돼 있다. 제도 때문에 존엄한 인권과 건강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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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편집팀 | 기고자=구근회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