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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의 1/5밖에 남지 않았던 심장기능, 6시간에 걸쳐 수술해 회복할 수 있었죠"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 사진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급성심근경색 이겨낸 김기일 씨&주치의 정철현 교수

큰 병에 걸린 환자와 그 보호자를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주치의다. 주치의와 잘 소통하며 깊은 신뢰를 쌓은 환자는 병을 이기는 힘이 강해진다. <헬스조선>은 환자와 의사를 한자리에서 만나, 이들이 함께 만들어낸 역경 극복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즐거운 동행, ‘해피 투게더’의 열두번째 주인공은 급성심근경색을 이겨낸 김기일 씨와 주치의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장 정철현 교수(흉부외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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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가 많이 누그러진 3월 아침, 서울아산병원의 비어있는 한 진료실에서 김기일 씨(69)와 정철현 교수를 만났다. 김기일 씨는 아들인 김정민 씨와 함께였다. 생사를 오간 급성심근경색이란 병의 특성상,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당시 곁에 있었던 보호자가 상황을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정철현 교수는 김기일 부자(父子)를 보자마자 친근한 얼굴을 보는 듯 반겼다. 김기일 씨에게 ‘운동은 어떻게 하고 계시느냐’는 말을 건네며 이야기하다, 김정민 씨에게는 ‘담배를 끊으시라’며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환자를 돌보는 것을 넘어서, 환자의 가족까지 신경 쓰며 담소를 나누는 세 사람의 모습에서는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여유가 느껴졌다.

헬스조선 김기일 씨는 처음 어떻게 병원에 오게 됐나요?

정철현 교수 2015년 12월 초였습니다. 중환자실에 급성심근경색환자가 있다며, 수술 의뢰가 왔습니다. 김기일씨였죠.

김정민 씨 오후 7시 반쯤이었어요. 아버지가 갑자기 ‘속이 안좋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시면서 가슴 언저리를 두드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았어요. 한 달 전쯤 다른 병원을 통해 심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 관상동맥이 막혀 있다고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고,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서 자세한 검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아버지 상태가 나빠보여 곧바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을 찾았죠.

정철현 교수 기록을 보면 김기일 씨는 응급실에 들어와서 여러 검사를 받는 도중 심장이 정지했어요. 곧바로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죠. 지체없이 심폐소생술을 받는 건 중요합니다. 심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온 몸에 피가 돌지 않아요. 다른 곳은 그렇다 쳐도, 뇌는 무척 섬세한 곳이라 뇌로 가는 혈류가 5분 이상 막히면 위험합니다. 손상이 시작되거든요. 이렇게 되면 어떤 후유증이 생길지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김기일 환자는 운이 좋았어요. 응급실에 오기 전에 심정지가 일어나거나, 오는 도중 심정지가 일어나는 환자도 많습니다. 김기일 환자는 병원에서 심정지가 일어났기 때문에 심정지가 일어난 순간 적절한 심폐소생술을 받았습니다. 23분 동안 의료진이 쉬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했어요. 그리고 곧바로 에크모(ECMO, 체외막산화장치) 장치를 환자와 연결했죠. 이 정도면 상당히 빨리 진행된 겁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쓰려졌을 때 받았다는 사실로 유명세를 탄 에크모는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인공적으로 이산화탄소는 제거하고 산소를 포함시켜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장치입니다. 손으로 계속 심폐소생술을 할 수 없으니 에크모 장치를 연결하는 겁니다. 에크모를 넣으면 시간을 좀 더 버는 셈이죠. 에크모가 환자의 심장과 폐를 대신해주니까요.

김기일 씨 타이밍이 참 좋았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심폐소생술이 효과적으로 되지 않으면 뇌경색이 올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수술해도 소용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응급처치를 잘 해준 분들에게도 많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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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김기일 환자의 치료 상황과, 수술 과정에 대해 말해주세요.

정철현 교수 심폐소생술 후 에크모를 장착한 상태에서 중환자실로 옮긴 후,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교수들이 모였습니다. 환자의 상태를 보면 심장기능이 모두 망가진 상태라 막힌 심장혈관을 이어주는 수술이 아니라, 심장이식밖에 답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죠. 심장기능을 측정했을 때 50%를 정상 수치로 본다면 환자는 10%밖에 안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김정민 씨 그때 당시만 해도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됐어요. 다른 선생님들이 수술이 힘들겠다고 했고요. 심폐소생술을 할 때만 해도 심장이 멈췄다 뛰었다 하셨어요. 돌아가실 가능성이 99%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정철현 교수님이 갑자기 본인이 한 번 해보겠다 말하는 겁니다. 정말 감사했어요, 해보겠다는 말씀에 믿음도 갔고요.
김기일 씨 저는 쓰러진 이후의 기억은 없지만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은 항상 교수님 기술이 참 좋아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정철현 교수 아닙니다. 제 기술이 좋은 게 아니라, 환자분이 참 운이 좋았어요. 심정지도 응급실 안에서 와서 빠르게 처치를 받았고, 에크모 장착 이후 심폐 기능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거든요. 수술 전에는 환자의 상태가 참 중요합니다. 소생 가능성이 없었으면 저도 수술한다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 타이밍이 적절했고, 심근경색도 심하게 오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김기일 환자는 12월 6일에 응급실로 왔는데, 10일 오전에 괴사된 심장을 살리기 위해 관상동맥우회술을 했습니다. 혈관 상태를 보고 이어줘서, 피가 잘 돌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술 전에는 심장에 있는 관상동맥(冠狀動脈) 세 가닥이 모두 막혀 있었습니다. 심장 기능은 정상인의 1/5 수준밖에 되지 않았고요. 가슴을 열고 6시간에 걸쳐 수술을 했습니다. 환자 가슴 안쪽에 위치한 내흉동맥과 다리에 있는 복제동맥을 잘라 왼쪽 관상동맥의 끝에 이어 붙였습니다. 움직이고 있는 심장에 2㎜ 가량의 혈관을 연결해주는거죠. 관상동맥우회술은 막힌 혈관은 그대로 두고, 다른 건강한 혈관을 연결하는 수술이거든요.

김정민 씨 수술은 참 잘 됐어요. 수술 끝난 뒤 이틀 만에 에크모를 제거했습니다. 다시 이틀이 지난 후에는 인공호흡기도 뗐고,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었죠. 퇴원 후에는 아버지의 심장기능이 32% 정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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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수술 후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김기일 씨 의료진은 운동을 하라고 권하는데… 과거에 쓰러졌던 일이 저에게 트라우마가 되었나봐요. 심장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지면 자꾸만 덜컥 겁이 납니다. 그러다 보니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기 쉽지 않아요. 조금 움직이면 심장이 잘 뛰잖아요. 긍정적인 건데 괜히 무서워하게 돼요.

정철현 교수 운동은 좋죠. 그렇지만 무조건 무리해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할 필요는 없어요. 특히 수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아픈 사람은요. 환자의 상태에 맞게,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됩니다. 운동하기 겁나도 마냥 누워 있는 것보다 앉아 있는 것부터 시작한다거나, 일주일에 1~2번 정도는 걷는다거나….

김정민 씨 아버지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교회를 걸어서 가세요. 더 운동하라고 권해드리고 싶은데, 겁이 나는 건 마찬가지더라고요. 교수님 말씀을 잘 참고해서 아버지와 함께 운동해야겠어요.

정철현 교수 운동이 어렵다고 느낀다면 단계별로 차근차근 강도를 높여보세요. 처음엔 지금 하는 식으로 일주일에 1번씩 평지를 걷다가 다리에 힘이 생기면 언덕도 걷고, 일주일에 2번씩 횟수도 늘리고 하는 거죠. 실내자전거나 수영도 좋습니다.

헬스조선 같은 수술을 해야 하거나, 해당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김기일 씨 전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자체를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의식이 돌아와서 중환자실에 누워 있을 때, 항상 두 주먹을 꽉 지고 있었어요. 힘들지만 다시 생명이 생겼으니 살아야겠다, 살고 싶다는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요. 그리고 심장이 다시 아프게 되면 서울아산병원으로 또 올 겁니다. 교수님과 병원에 대한 신뢰가 크거든요. 물론 아프지 않게 잘 관리해야죠(웃음).

정철현 교수 삶에 대한 의지가 있는 환자는 의료진의 권유도 잘 받아들이고, 수술 후 병 관리도 잘 합니다. 의지가 있는 환자는 의료진 입장에서도 좋고요. 그리고 심근경색증의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치료를 받는 겁니다. 흉통이 생기고 12시간이 지나면 심장근육의 대부분이 죽어버리기 때문이죠. 안타깝게도 많은 환자들이 심근경색증인데, 흉통이 생긴 뒤 곧바로 응급실에 오기보다 시간을 많이 지체한 뒤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흉통 외에 소화불량 같은 증상도 함께 나타나는데, 당장 쓰러지지 않는 경우도 꽤 많아요. ‘손끝을 바늘로 따면 괜찮아질 거야’ ‘청심환을 하나 먹으면 돼’ 같이 생각하기도 하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팔이 저리는 등 심근경색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평소 담배를 피우거나 고혈압․고지혈증이 있으면 더 그렇습니다. 심장질환은 어느 날 불쑥 찾아오는 질환이 아닙니다. 나이, 생활습관, 식이, 각종 순환기 질환, 흡연,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서서히 생겨온 질환이에요. 수술이 끝난 후에도 위험인자는 잘 관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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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현 교수가 알려주는 관상동맥협착․심근경색 예방법
1 담배는 시작도 하지 말고, 피우고 있다면 반드시 금연한다.
2 스트레스를 줄이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다.
3 매일 30분 이상 운동해 운동 부족으로 생기는 비만을 예방한다.
4 건강한 식습관을 가진다.
5 정기적으로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측정한다.
6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7 치료를 할 때는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상의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임한다.
8 수술이 끝난 뒤에도 2차 예방을 위해 운동․식습관 조절 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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