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경험자, 심부전 위험 2배
매년 심장 기능 검사 받아야

유방암으로 항암(抗癌) 치료를 받거나 과거에 받았던 경험이 있으면 심혈관 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유방암 수술 후 항암 치료에 쓰이는 독소루비신이나 트라스트주맙 성분의 항암제가 심장 독성(毒性)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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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독소루비신은 암세포 증식을 억제해 사멸시키는데, 호르몬 치료를 할 수 없는 유방암 환자에게 주로 사용된다. 유방암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 중 절반가량이 이 약을 쓴다. 트라스트주맙은 유방암으로 과다 발현되는 단백질 HER-2에 대한 표적 치료제로 유방암 환자의 10~15% 정도가 대상이 된다. 서울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박우찬 교수는 "독소루비신은 심장 근육에도 작용해 심근 세포를 죽이고, 트라스트주맙은 심장 세포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HER-2 단백질까지 사멸시킨다"며 "이로 인해 심근수축력 저하나 심장 세포가 줄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 옥스포드대학 연구진이 유방암 경험자 1만6000여 명과 일반인 6만7000여 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유방암 경험자의 심부전 발병률이 일반 사람보다 약 2배 높았다.

이들 항암제가 남긴 독성은 심장 내에 쌓이기 때문에 투여량이 증가하면 위험성이 늘고, 치료가 끝나도 안심할 수 없다. 독소루비신의 경우, 심장마비 위험성이 누적 사용량과 비례해 증가한다는 유럽종양학회의 보고도 있다. 고대안암병원 임상약리학과 박지영 교수는 "독소루비신과 트라스트주맙 성분의 항암제가 함께 사용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독성 작용은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보통 병원에서 유방암 항암 치료를 받을 때는 치료 전후로 심초음파검사 등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기본 검사가 시행된다. 박우찬 교수는 "치료를 받고 난 후에도 흉통이나 호흡곤란, 지나친 피로 등 심혈관 질환 의심 증상이 생기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가 완전히 끝나더라도 매년 한 번씩은 병원을 찾아 심장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