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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췌장에도 毒… 폭음 한 번 해도 癌 발생 위험
이보람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03/08 07:30
에탄올 분해되며 염증·섬유화
급하게 자주 마시면 손상 더 커
음주 다음날 복통, 췌장염 의심
보통 음주는 알코올을 해독하는 신체 기관인 간(肝)에만 영향을 준다고 알고 있지만 췌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소주 1병 이상을 2시간 안에 마시는 폭음은 급성 췌장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췌장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폭음을 금하고, 술을 마실 땐 천천히 마셔야 한다고 강조한다.
◇술 분해 산물이 췌장 염증·섬유화 유발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이 체내로 들어오면 독성물질로 변환되면서 췌장에 염증을 유발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술의 주 성분인 에탄올이 체내로 들어오면 '지방산 에틸에스테르'라는 대사 산물로 변환된다. 이 대사 산물은 췌장의 염증과 췌장이 딱딱해지는 섬유화를 유발해 만성적인 췌장염을 일으킨다. 또 에탄올은 흡수·분해 과정을 거치면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로도 변하는데, 이 물질은 단백질이나 DNA와 결합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재철 교수는 "하루에 소주 2잔에 해당되는 15g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췌장염을 일으킬 수 있고, 만성 췌장염은 췌장암 발생 위험을 13.3배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췌장은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를 돕는 췌장액을 만들어 낸다. 폭음을 하거나 지속적으로 음주를 하게 되면 췌장액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십이지장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췌장으로 역류해 췌장 세포에 손상을 입힌다. 손상이 지속되면 염증이 된다. 실제로 국내 한 대학병원이 급성 췌장염으로 치료받은 65세 미만의 환자 142명을 분석한 결과, 급성 췌장염 원인 1위는 술(45.8%)로 나타났다.
◇음주 다음 날 복통… 급성 췌장염 의심
췌장 건강을 생각한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지만, 술을 마신다면 천천히 마시는 게 췌장에 무리를 덜 준다. 평균적으로 1시간 동안 분해되는 알코올의 양은 10g 정도이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인석 교수는 "술을 마신 후 숙취가 오래 가고 잘 취하는 사람들은 췌장 건강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폭음을 했거나, 자주 음주를 하는 경우엔 그 다음날 복통 여부도 살펴야 한다. 상복부 깊은 곳에서 묵직한 통증이 1시간 이상 지속되면 급성 췌장염일 수 있다. 이인석 교수는 "등이나 가슴, 아랫배로 통증이 뻗는 양상을 보인다면 혈액 검사와 CT, MRI 등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