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의 남성 클리닉

Q 30대 중반의 회사원입니다. 결혼한 지 3년이 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아 정액검사를 받았더니, 정자의 수가 적고 운동성에 문제가 있다며 비뇨기과 진료를 받으라고 합니다. 비뇨기과에서는 정계정맥류라고 하면서 수술해야 한다고 합니다. 왼쪽 음낭 부위의 혈관 이상이라고 하는데, 특별히 아픈 적이 없고 성기 부위를 다친 적도 없는데 이런 증상이 왜 생겼나요? 수술하면 정자가 좋아지고 임신이 가능할까요?
A 일단 임신하고자 하면 수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정자의 상태가 나쁘더라도 정상적인 정자가 어느 정도 있다면 난자를 만나 임신이 되는 데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고장 난 정자가 많다면 그만큼 난자를 만나 임신할 확률이 줄어들겠지요. 고장 난 정자라도 운반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가지고 있는 유전자는 정상이기 때문에 기형아 출산 위험은 없습니다. 정계정맥류란 고환에서 나오는 정맥의 해부학적 구조 이상으로 발생합니다. 대부분 남성에게서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발견되는 경우 또한 다양합니다. 문의하신 분처럼 임신이 되지 않는다며 찾아오는 경우가 흔하며 남성불임 원인의 20~30%를 차지합니다.
청소년기에는 음낭 안에 덩어리가 만져져서 찾아오기도 합니다. 자각 증상으로 정맥이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음낭의 외부에서 보면 마치 지렁이가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덩어리로 만져집니다. 일부 남성의 경우 간헐적이거나, 지속적인 고환 통증이나 고환 위축으로 병원에 옵니다. 진단은 서 있는 자세에서 주로 왼쪽 음낭 내에 뭔가 만져진다면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진단이 어려울 경우 숨을 멈추고 배에 힘을 주어 복압을 높여보면 일시적으로 굵어진 정계정맥류가 만져지기도 합니다. 검사로는 고환 크기 측정, 초음파 검사, 호르몬 검사와 더불어 정액검사를 통해 정계정맥류가 고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합니다.
정맥류로 인해 혈액순환이 안 되면 고환의 온도가 지속적으로 올라가서 정상적인 정자 형성에 지장을 초래하여 기형 정자가 만들어집니다. 정계정맥류를 장기간 방치하면 고환에 저산소증이 생기고, 부신과 신장의 독성 물질의 역류 등으로 인해 조직이 망가지면서 고환 크기가 줄어듭니다. 치료는 주로 서혜부 부위를 절개하는 개복 수술을 많이 합니다. 정맥을 차단해 혈액이 다른 곳으로 흐르게 하면 더 이상의 정체로 인한 고환 손상을 피할 수 있게 됩니다. 절개 부위는 2.5cm 정도에 불과하며 절개창을 통해 모든 혈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수술을 하면 고환동맥과 림프관 손상을 최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정계정맥류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잘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병이 진행성이기 때문에 일찍 발견해 조치할수록 불임에 대한 불안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습니다. 임신계획이 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비뇨기과에서 점검받는 것이 좋습니다. 문의하신 분도 아이를 낳을 계획이라면 지속적인 고환 손상을 막는 의미에서 늦지 않게 수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의원 원장. 비뇨기과학회 서울시 지회장과 사단법인 열린의사회 회장을 지냈으며, 이화여대병원·연세대 외래교수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