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균 막는 바른 복용법
처방 약, 증상 나아도 전부 복용을
잘 안 듣는 약은 알아두고 피해야
유산균 보충, 부작용 감소에 도움

◇항생제 복용량·기간 준수해야
항생제를 먹다가 증상이 조금 나아졌다고 복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하면, 세균이 완전히 사멸하지 않고 남게 된다. 이렇게 남겨진 세균은 항생제가 아예 들어오지 못하도록 세포막을 강하게 만드는 등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면서 내성균이 된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정두련 교수는 "병원에서는 지침에 따라 세균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용량과 기간을 정해 항생제를 처방한다"며 "복용량과 복용 기간을 따르지 않으면, 세균 중에 죽지 않고 남은 균이 항생제에 맞서는 유전자를 획득하고 증식해 결국에는 내성균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태평양감염재단이 국내 20대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항생제 복용 중 증상이 나아지면 복용을 중단해도 되나'라는 질문에 73.5%가 '그렇다'고 답했다.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증상이 나았다고 하더라도 처방받은 약을 모두 복용해야 한다.
◇3개월 내 같은 성분 항생제 복용 피해야
항생제를 복용했다면, 최소 3개월간은 같은 성분의 항생제 복용은 피해야 한다. 항생제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내성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항생제 내성 방지를 위해 같은 성분의 항생제를 3개월 내 재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캐나다약사회도 환자에게 3개월 이내 항생제를 복용한 적이 있는지 필수적으로 묻도록 한다. 우리나라는 이런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환자가 직접 처방전 등으로 항생제 복용력을 미리 알려야 한다. 엄중식 교수는 "최근 3개월 내 항생제를 복용했거나 장기간 복용한 적이 있다면, 다른 성분의 항생제 처방이 필요할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 균 배양검사로 내성균을 확인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잘 안 듣는 항생제 알아둬야
병이 잘 안 낫는다고 병원을 옮길 때도 항생제 처방전은 챙겨가야 한다. 내성균이 생겨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도 다른 성분의 항생제 처방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병원에서 환자의 항생제 복용력을 파악하지 못하면, 같은 성분의 항생제를 처방해 자칫 치료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엄중식 교수는 "항생제 복용 후 약 48~72시간이 지나도 증상 완화가 없다면, 항생제 내성을 의심할 수 있다"며 "이때는 다른 성분의 항생제를 처방받아야 치료 효과를 높여 항생제 복용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산균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 줄여
항생제는 세균과 체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균을 구별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장에 있는 좋은 균까지 공격해 설사나 소화불량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정두련 교수는 "확실한 연구 결과는 없지만, 항생제를 먹을 때 유산균을 보충해주는 것이 부작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항생제 내성균
특정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세균이다. 세균이 항생제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세포막을 두껍게 하는 등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내성균이 된다. 다양한 종류의 항생제 내성균이 생기면, 쓸 수 있는 항생제가 줄어 질병 치료가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