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앤 피플

동물실험 대체제 개발해 ‘러쉬 프라이즈’ 수상,
연세대 치과대학 김미주 교수

의료·바이오 분야에서 동물실험은 아직까지 필요하고,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서는 인공재료를 써서, 실험체를 대체하자는 시도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추세다.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의 김미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몇 없는, 치과 재료 분야에서 동물대체실험을 연구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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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 프라이즈'수상한 연세대 치과대학 김미주 교수

2016년 11월 18일, 서울 청담동에서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가 주관한 시상식, ‘2016 러쉬 프라이즈 아시아’에서 김미주 교수는 일본의 쿠미코 타츠미 교수, 중국의 첸 유 교수와 함께 나란히 서서 트로피를 들고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2012년 만들어진 러쉬 프라이즈는 총 5개 부문(과학·교육·홍보·로비·신진연구자)에서 동물실험 근절 및 대체실험 활성화에 기여한 개인·단체에게 매년 약 4억원의 상금을 주는 시상이다. 올해는 총 5억원가량의 상금이 수여됐다.

김미주 교수가 수상하게 된 이유는 치과 재료 부문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서다.

우리나라에서 치과 재료 부문에서 동물 대체 실험을 연구하는 사람은 김미주 교수와 그의 스승(연세대학교 치과대학장 김광만 교수)을 제외하면 찾기 힘들다.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는 아니다. 왜 이쪽 분야를 연구했느냐고 물으니 김 교수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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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 프라이즈'수상한 연세대 치과대학 김미주 교수

4년간에 걸친 동물실험대체제 개발
“이번에 상을 받은 연구는 2010년에 시작해서 2014년에 끝난 실험입니다. 길고 어려웠죠. 연구한 동물대체실험에서, 동물조직을 대체하는 물질을 찾는 데에만 1년이 걸렸어요. 100개도 넘는 물질을 시도해봤죠.

그런데 사람들이 ‘왜 이걸 논문으로 쓰세요’란 반응을 많이 보였습니다. 동물실험하면 편리한데, 왜 대체실험을 해야 되느냐 이거죠.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었어요. 개인적으로도 옳은 일이라 생각해 계속했습니다.”

김미주 교수의 연구 주제는 ‘덴틴 베리어 테스트(Dentin barrier test)’다. 덴틴이란 치아 제일 바깥쪽 부분인 법랑질 바로 안쪽의 상아질이다. 충치 치료를 하면 상법랑질과 상아질 등을 제거하고, 레진·에나멜 등 인공재료로 그 속을 채운다. 인공재료는 계속해 개발되는데, 이때 재료에 대한 독성 테스트를 한다.

실제 치아에 적용하면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독성 테스트는 대부분 햄스터를 사용해 실험한다. 인공재료를 햄스터 볼주머니에 가득 채우고, 삼키지 못하도록 볼주머니와 목을 케이블타이(플라스틱 줄)로 묶는다. 그렇게 일정 시간을 넣어둔 뒤 햄스터 볼주머니와 구강에 염증이 얼마나 생겼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덴틴 베리어 테스트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실험이다. 원래 덴틴 베리어 테스트에 쓰이는 기구 자체는 과거에 존재했다. 원판 모양의 소 이빨을 끼워 넣으면, 치과에 쓰이는 인공재료와 접촉시켜 인공재료가 소이빨에 주는 피해를 평가하는 형태로 되어 있는 가로·세로 각각 50cm 크기의 기구다.

그러나 덴틴 베리어 테스트 기구를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테스트 기구를 일부러 구입해야 할 뿐 아니라, 소 이빨을 기구의 규격에 맞도록 원판 모양으로 사포질해 갈아내는 작업을 실험자가 일일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미주 교수는 소 이빨을 대신할 수 있는 인공적인 대체물을 찾아냈다. 바로 ‘밀리포어 필터’와 ‘폴리우레탄’이다.

“이 두 가지 대체물은 소 이빨과 치아 성질이나 밀도가 매우 유사하고, 독성실험했을 때 결과도 더 정밀하게 나왔어요. 밀리포어 필터는 정수기에서 물을 거를 때 쓰는 소재이며, 폴리우레탄은 의료용 밴드나 유아 안전용품에 많이 쓰이는 소재입니다.”

이 소재들을 사용하면 실험할 때마다 소 이빨을 일일이 규격에 맞게 갈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동물실험보다 편리하고 결과도 정밀하니, 연구자들이 덴틴 베리어 테스트같은 대체실험을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동물실험에 비해 경제적인 이득도 있다.

김미주 교수는 “실험 기간을 2년 정도로 잡고 비교하면, 밀리포어 필터나 폴리우레탄을 사용한 덴틴 베리어 테스트는 동물실험에 비해 경비가 5분의 1 정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힘든 길이지만 후배 양성 꿈꾼다”
김미주 교수는 의료 분야에서 이러한 동물대체실험이 있다는 걸 좀더 알리고 싶은데,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직 한국에는 동물대체실험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드물다.

지원금이나 후원금도 적고, 전임교수(정년보장을 받는 정규직 교수) 자리도 많지 않다. 후배를 양성하거나 좀더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 싶은데, 환자를 보는 의사가 아닌 기초학문·연구를 하는 의사가 자리를 잡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힘든 길이지만, 계속 갈 겁니다. 이 분야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사명감으로 뭉친 치과의사 후배가 들어온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 사진 김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