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나 치약 같은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이 유해하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물건에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페녹시에탄올·트로메타민·글리세릴스테아레이트 등 20여 종의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는 화장품도 있다.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 왜 위험하고 어디에 들어 있을까?

화학물질 왜 위험한가
화학물질은 주로 피부·코·입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다. 이화여대 예방의학과 하은희교수는 “체내에 들어온 화학물질은 종류에 따라 내분비계·생식기계·호흡기계·신경계 등에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소아가 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자폐증이나 과잉행동장애(ADHD) 같은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신경·행동 장애의 10%는 화학물질이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생활용품을 쓰지 않고 살수는 없다. 또한 대부분의 생활용품은 화학물질이 허용치 범위 안으로 들어가 제조되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4만3000여 종이다. 이 중 안정성이 확인된 물질은 약 15%이다(한국환경보건학회 자료). 나머지 85%에 대한 유해성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하은희 교수는 “생활용품을 살 때 되도록 화학물질이 적게 든 제품을 고르고, 세제나 샴푸 등을 쓸 때는 권장 사용량을 지켜야 화학물질의 노출을 다소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살균·항균 기능이 강조된 제품을 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살균·항균 제품은 균을 죽이기 위해 트리클로산 등의 화학물질이 더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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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우리 주변에 있는 화학물질 제품
자주 쓰는 생활용품에 어떤 유해 화학물질이 있는지 알면, 그 성분이 안 든 것을 고르거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생활용품인 치약·샴푸·화장품·표백제·물티슈에 많이 들어 있는 대표적인 화학물질과 유해성에 대해 알아보자.

표백제 표백제에는 치아염소산나트륨이 있다. 치아염소산나트륨은 락스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치아염소산나트륨은 옷감의 표백을 돕는 역할을 하지만, 피부에 직접 닿으면 화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치아염소산나트륨에서 나오는 가스를 과다흡입할 경우 기관지가 자극돼 ‘반응성 기도 장애증후군’이란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심한 경우 폐부종 등이 함께 생긴다. 해당 성분이 없는 표백제를 쓰거나, 어쩔 수 없이 쓴다면 소량을 물에 희석해 사용하는 게 좋다.

치약 치약에는 치석을 없애고 항균 기능을 하는 트리클로산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트리클로산은 많이 사용하면 위험하다. 체중 1kg당 300mg의 트리클로산에 14일간 노출되면 근육긴장도가 떨어져 움직임이 둔해지고 다뇨증이 생긴다는 동물실험이 있다. 트리클로산은 내분비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로 지방 조직에 축적되는데, 여성의 경우 가슴 주변 지방조직에 쌓여 있다가 모유수유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치약 성분표에서 트리클로산이 없는 것을 고르거나, 성분이 함유된 치약은 양치질 후 물로 입을 꼼꼼히 헹구는 게 좋다.

샴푸 샴푸에는 물과 기름을 잘 섞이게 하는 계면활성제인 디에탄올아민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디에탄올아민은 피부를 통해 체내로 흡수된다. 임신한 쥐의 피부에 디에탄올아민을 접촉시키면 태아 쥐의 세포성장이 억제되고, 기억과 관련된 뇌 부위 세포괴사를 유발한다는 동물실험이 있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팀은 다에탄올아민이 든 샴푸를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영향이 끼치는 건 아니지만, 가능한 한 피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화장품 화장품에는 각종 파라벤이 들어 있다. 부틸파라벤, 프로필파라벤, 에틸파라벤, 메틸파라벤 등이다. 파라벤은 방부제로, 화장품을 상하지 않게 해준다. 그러나 파라벤은 몸에 들어오면 내장이나 근육 등에 쌓여 배출이 잘 안 된다. 몸에 쌓인 파라벤은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해, 생식 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자를 파라벤에 노출시키니 활성도가 떨어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는 파라벤이 피부염을 유발하고 소화기·호흡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최근에는 ‘무(無)파라벤’ 등을 강조하면서 천연 방부제를 사용한 제품이 많다.

물티슈 촉촉하다는 기능을 강조한 물티슈에는 보습·윤활 작용을 하는 폴리에틸렌글리콜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상처가 난 피부와 이 물티슈가 접촉되면 체내로 폴리에틸렌글리콜 성분이 흡수된다. 이렇게 되면 피부발진이나 두드러기가 생길 수 있다. 구역·구토·급성폐손상·급성신부전이 유발됐다는 보고도 있다. 물티슈를 쓰지 않고 손수건 등으로 해결하거나, 폴리에틸렌글리콜 성분이 없는 물티슈를 사용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