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학
안전한 남성피임법
글 이윤수(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의원 원장) | / 그림 유경민
입력 2016/11/26 09:30
Q. 30대 초반 회사원입니다. 아이가 벌써 둘이라서 정관수술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선배들이 정관수술을 하면 고자가 된다며 하지 말라고 합니다. 저도 몸에 칼을 대서 피임을 하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습니다. 남자가 할 수 있는 다른 피임방법은 없는지요? 새로운 남성피임법이 개발되었다는 보도를 가끔 접하는데, 새로 개발된 방법을 써도 될까요?
A. 피임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비교적 안전한 남성피임법으로는 콘돔 사용과 정관수술이 있습니다. 콘돔사용은 100% 완전하지 않고 간혹 임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임실패율은 2~18%까지 연구자마다 다양합니다.
정관수술은 영구피임 방법으로 1960년대 가족계획 일환으로 장려된 이후 지금까지 시술되고 있습니다. 정관을 자르고 묶어 정자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막습니다. 수술시간은 15분 내외로 국소마취로 시행되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피임실패율은 수술 후 2년까지 1000명 중 11명 정도로, 실패의 절반 이상이 수술 후 처음 3개월 안에 발생합니다. 수술 후 3개월 이후에는 거의 실패가 없습니다. 따라서 수술 초기 한동안은 콘돔 등 다른 피임 방법을 병행해야 합니다. 수술 후 2~3개월 뒤에 비뇨기과에서 정액검사를 통해 남아 있는 정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최근 시술하는 무도정관수술은 칼을 대지 않고 수술하는 것으로 심리적 불안감을 덜어줍니다. 정관수술을 하더라도 나중에 임신을 원하면 정관복원수술이 가능합니다. 미세수술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머리카락보다 가는 실을 이용해 끊어진 정관을 연결시키는 수술입니다. 연결된 관을 통해 다시 정자가 다닐 수 있게 막혔던 정관을 열어줍니다. 수술 및 임신 성공률은 수술하는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다릅니다.
새롭게 연구되는 남성피임법으로 고환에서 정자 생성을 방해하거나 만들어진 정자의 운동을 막는 방법 등이 있으나 아직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환에서 정자의 배출을 막아주는 방법이나 정자 생산을 정액 1mL당 100만 마리 이하로 낮추면 불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정자의 배출을 막아주는 방법으로는 폴리머 겔을 정관 내에 주입하는 바잘겔(Vasal Gel)이 있으며 성공률이 높습니다.
구강 복용약제와 호르몬제 주사 등이 연구되고 있으나 부작용이 있거나, 동물실험과는 달리 임상실험에서 기대만큼 효과가 없어서 연구가 중단된 것이 많습니다. 목화 추출물인 고시폴은 정자 생산을 감소시키며, 혈관확장제인 니페디핀은 정자의 지질 대사에 장애를 가져와 난자와 수정을 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그밖에 비타민A 대사에 관여하는 물질인 가멘다졸은 정자의 운동성에 영향을 줍니다.
최근 인도네시아 관목인 젠다루사(Gendarussa)에서 추출한 약물로 99% 피임 효과를 보였다는 기사가 있으나 좀더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많은 연구에 비해 피임 효과 및 부작용 등으로 단지 동물실험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으며, 좀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윤수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의원 원장. 비뇨기과학회 서울시 지회장과 사단법인 열린의사회 회장을 지냈으며, 이화여대병원·연세대 외래교수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