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35일 남미일주 여행기… 자연과 역사, 삶, 춤이 공존하는 수수께끼의 대륙
글 채경석(《천만시간 라틴, 백만시간 남미》 저자) | / 사진 헬스조선DB
입력 2016/10/23 09:20
일생에, 꼭 한번 가봐야 할 곳, 남미 대륙. 오지여행전문가 채경석 씨가 안데스산맥을 따라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34일간 두 발로 누볐다. 한 글자 한 글자 읽는 사이 어느덧 남미가 눈앞에 생생히 재현된다.
유럽을 낳은 땅, 남미로의 여행
신이 “너의 인생에 단 한 번 여행할 수 있다면 어디를 가겠느냐”고 물으며 팻말이 달린 수십 가닥의 끈을 내려주었다. 나는 하늘거리는 팻말을 하나씩 확인하다 ‘남미 안데스’라고 쓰인 팻말에 우뚝 멈췄다. 거부할 수 없는 단어였다. 그 대지엔 무엇이 있을까? 망설임 없이 힘차게 그 끈을 잡아당겼고, 이내 꿈에서 깼다. 너무 멀어서, 때로는 생소해서 덜컥 겁을 먹고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여행지 남미. 하지만 꿈에서도 남미의 끈을 붙잡은 걸 보면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보다.
1000년간 세상의 뒤편에 있었던 유럽이 세상을 리드하게된 건 괴짜의 무모한 도전 때문이었고, 그 중심에는 ‘남미 대륙’이 있었다. 마르코 폴로가 남긴 《동방견문록》을 읽고 꿈을 키우던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찾아낸 것도, 황금제국 엘도라도를 집요하게 추적한 에르난 코르테스와 프란시스코 피사가 신대륙을 향한 험한 항해에 오른 것도 같은 이유다. 그 결실(?)로 아즈텍과 잉카의 금과 은은 고스란히 유럽의 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남미는 어떤 땅이었기에 유럽을 일으켜 세웠을까. 의문과 호기심을 가지고 태평양을 건너, 다시 적도를 지나 남미의 심장부 페루 리마에 닿았다. 리마에서 시작한 여행은 남미의 실체에 접근하기는커녕 지상그림으로 알려진 ‘나스카라인’에 막혀 깊은 혼란에 빠졌다. ‘미스터리 문명의 산실’ 이란 명성이 피부에 와 닿았다. 구대륙은 석기시대부터 청동기, 철기를 거치며 차근차근 문명의 발전을 이뤘지만 남미는 발달단계가 들쑥날쑥하다. 바퀴, 화약, 철제용구가 없는 낮은 단계의 문명이건만, 나스카 라인이 보여주는 수학적 실체는 도대체 어디서 왔단 말인가.
이런 부조화는 잉카문명에서도 볼 수 있었다. 하늘에 걸린 공중도시 마추픽추, 50t의 돌을 나무 자르듯 마름질해 빈틈없이 맞춘 18각의 잉카석축, 황도경사와 일치하게 건축한 티와나코 신전 등은 청동기 문명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보이는 대로 이해하기에도 무리고, 상상하기에도 무리였다. 남미는 마치 타임머신같이 먼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미래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하려는 노력은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자연의 신비, 볼리비아
볼리비아에 들어서면서 놀라운 자연 앞에 경탄하게 됐다. 4000m 고도에 펼쳐진 고원평야 알티플라노와 그 안에 다이아몬드같이 빛나는 우유니 소금사막은 여행자의 발목을 붙든다. 우유니 사막에 들어서면 너도나도 걸리버가 될 수 있다. 드넓고 눈부시게 하얀 소금사막이 원근감마저 사라지는 마술을 부리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에 맥주병을 세워놓고, 뒤편으로 멀찌감치 사람이 서면 맥주병에 아슬아슬 매달린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동료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듯 재미있는 연출도 가능하다. 이렇게 신비한 나라가 어디 있을까. 또 해질녘의 풍경은 어찌나 황홀한지. 노을은 지금껏 본 적 없는 풍만한 색감으로 하늘은 물론이고, 이내 발밑까지 물들였다. 우리 일행은 어둠이 내려앉도록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소금사막의 추억을 뒤로하고 광활한 알티플라노와 안데스를 넘어 칠레에 입국했다. 18일 만에 문명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긴 시간 높은 고도에 머물렀음에도 이상하게 염려하던 고산 증세는 전혀 없었다. 어찌된 일일까. 3600m의 쿠스코 3900m의 티티카카를 지나 4000m의 알티플라노까지. 서서히 고도에 적응하며 움직여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고보면 잉카 여행은 볼리비아에 오기 위한 고도적응 기간인 셈이었다.
남미의 절정, 파타고니아 트레킹!
‘빙하와 요정의 나라’ 파타고니아는 남미의 또 다른 얼굴이라 할 만하다. 아니 나에게는 남미 여행의 정수였다. 문화와 역사는 간접 체험이 가능하지만 자연은 그 속에 머물며 호흡해야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파타고니아에서 보낸 8일간의 트레킹은 대지와 그 대지에서 피어난 문명을 오롯이 피부로 느끼는 값진 시간이었다.
70대 중반의 여행 동반자는 ‘8일간의 트레킹을 무사히 소화할 수 있을까’ 우려 반 걱정 반으로 여행길에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습윤하고 평탄한 대지는 낯선 이방인을 포근하게 안아주었고, 자연에 동화된 우리 육체는 하루하루 활기차기만 했다. 내가 걸은 피츠로이, 세로토레, 파이네 암봉군을 비롯해 역동적인 페리토 모레노 빙하 등은 가히 ‘남미 여행의 꽃’이라 부를 만했다.
파타고니아에서는 자연만이 아니라 그 땅을 휘저었던 영웅들의 이야기와도 만났다. 마젤란, 훔볼트, 찰스 다윈, 피츠로이, 리오넬 테레이, ‘만인의 사랑’ 에바 페론…. 그들의 이야기를 쫓다보니 그 속에 남미의 진실이 있었고, 자연은 그 진실을 넉넉히 품고 있었다.
시(詩)가 된 탱고, 삶이 된 삼바
마지막 여행지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이과수로 향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탱고에 취하고 브라질에서는 삼바에 홀렸다. 부두 노동자들의 비애가 시로 승화된 탱고와 흑인 노예의 고통스런 몸부림이 삶으로 풀어져 나온 삼바는 남미의 어두운 단면을 엿보는 통로였다.
‘모든 물의 종착지’ 이과수를 둘러보려면 아르헨티나에서 하루, 브라질에서 하루가 필요할 정도로 거대했다. 이틀 내내 육감적인 폭포의 낙차에 넋을 빼앗겼다. 단지 폭포를 보고 물벼락을 맞았을 뿐인데도 35일간의 피로는 씻은 듯 사라졌다.
“여행을 떠나면 비로소 첫 장을 넘긴 것이다”라고 말한 철학자가 있었다. 어찌 보면 여행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처럼 보이지 않는 다리에 첫발을 내딛는 것과 같다. 호기심과 확신으로 첫발을 내딛어야만 한다. 오히려 머뭇거리면 절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번 남미 여행이 바로 내게는 그런 첫발과 같았다. 일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되돌아봐도 지난겨울은 내 인생의 축복이었다.
Tip. 남미여행을 위한 필독서
《천만 시간 라틴, 백만 시간 남미》
(비타북스 펴냄, 1만5000원)
오지여행가 채경석씨가 안데스산맥을 밞아가며 그 땅의 숨겨진 사연과 역사를 모으고 기록한 인문탐사 여행기다.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가로질러 신이 빚은 대자연과 사라진 문명을 친절한 시선으로 써내려간 글은 남미에 대한 로망을 더욱 키워줄 것이다. 나스카 평원에 남겨진 기묘한 지상화, 아마존의 광대한 늪지와 원시림, 안데스산맥 최고봉 아콩카과와 천년빙하…. ‘죽기 전 꼭 봐야 할’ 남미의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내내 잉카와 아즈텍 문명의 미스터리, 혁명가 체 게바라의 삶과 죽음, <에비타>에 얽힌 세기의 로맨스까지, 지도에 나오지 않는 사연과 역사, 문화가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헬스조선 비타투어 추천, 남미 여행 프로그램 2選
파타고니아와 우유니 사막까지 걸어서 남미 속으로!
꽃중년 남미 완전정복(34일)
남미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거의 모든 곳을 둘러보는데, 단순 관광이 아니라 걸으면서 오감으로 남미를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다. 페루 나스카 지상화를 본 뒤 마추픽추, 우유니 소금사막, ‘파타고니아의 핵심’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등을 거쳐 ‘악마의 목구멍’ 이과수를 끝으로 34일 일정을 마친다. 안데스 횡단 크루즈에 몸을 싣고 화산 생태마을, 페우야와 ‘남미의 스위스’ 바릴로체를 찾는 일정도 설렌다. 《천만시간 라틴, 백만시간 남미》의 저자 채경석 씨가 한국인 전문 트레킹 전문가로 동행한다.
<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걷기와 자연을 즐기는 중장년
일정 2017년 3월 6일~4월 8일(34일)
주요 관광지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5개국 27지역)
트레킹 구간(총 9일) 잉카 트레일(6~7시간), 와이나픽추 트레킹(3시간), 우로스·타킬레 섬 탐방(2시간), 안데스 빙하호 트레킹(2시간), 피츠로이 트레킹(8~9시간), 세로토레 트레킹(6~7시간), 페리토 모레노 빙하 트레킹(2시간), 파이네 트레킹 1일차(8시간), 파이네 트레킹 2일차(7시간)
1인 참가비 1880만원(유류할증료·가이드 경비 포함)
럭셔리 크루즈여행, 육로 명소탐방을 한 번에!
크루즈 타고 떠나는 남미일주(28일)
편한 크루즈 여행의 장점과 남미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육로여행의 장점을 한데 모았다. 2017년 1월 5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항공으로 이동 후 ‘크라운 프린세스’호에 승선한다. 장거리를 안락하게 7일간 이동하며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땅 끝 마을 우수아이아, 영국령 포클랜드제도 등을 여행한다. 크루즈에서 내려서는 페루 마추픽추, 이과수, 파타고니아 지역 등 21일간 둘러 보고 2월 1일 귀국한다. 한국인 전문 크루즈 인솔자 동행.
<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편한 관광 여행을 즐기는 중장년
일정 2017년 1월 5일~2월 1일(28일)
주요 관광지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포클랜드제도(6개국 18지역)
크루즈 여행(6박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승선–우루과이 몬테비데오 도착 후 관광–전일 항해–전일 항해–포클랜드제도 도착 후 관광–전일 항해–아르헨티나우수아이아 도착 후 관광–칠레 푼타아레나스 하선
1인 참가비 1690만원 (내측 기준, 추가비용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