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뉴트리션

가을엔 농염한 ‘풀바디 혹은 루비 컬러’ 와인을

글 김동식(와인칼럼리스트)

와인 랩소디

지난여름, 가볍고 산뜻한 맛의 로제 와인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유난히 무더웠던 날씨 탓이다. 분홍 컬러의 ‘썸머와인’을 마시며 온몸으로 퍼진 열기를 가라앉혔다는 것. 늦은 밤, 친구들과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는것은 와인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렇다면 아침저녁으로 찬바람 부는 이 계절엔 어떤 와인을 마시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은밀하고 농염한 와인을 고르라’고 외친다. 이제는 가볍거나 상큼함보다는 ‘풀바디 혹은 짙은 루비 컬러’ 와인이 잘 어울리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울프 블라스 골드라벨 샤르도네

먼저 샤르도네 100%로 만든 호주 ‘울프 블라스 골드라벨’이 떠오른다. 잔을 조금만 기울이면 주변으로 맑고 투명한 레몬 컬러가 돋보인다. 중심부로 갈수록 짙은 골드 컬러를 발견할 수 있다. 완전한 가을 분위기에 가슴 두근거린다.

향은 어떨까. 눈을 감고 와인잔에 코를 대면 상큼한 시트러스 과일과 달콤한 파인애플·복숭아 향을 떠올릴 수 있다. 물론 오크 숙성에서 나오는 잔잔한 바닐라 향에도 금새 기분이 좋아진다. 풋풋한 여름과 달리 완숙한 맛이 배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프리미엄 샤르도네 생산지인 애들레이드 힐에서 재배된 포도만 사용했다. 실제 이 지역 기후는 바닷바람과 높은 고도 영향을 받아 서늘하다. 화이트와인 특유의 맛을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산도 생성에 유리하다. 서브 온도는 8℃ 정도. 풍부한 아로마와 부드러운 산도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요리인 생선찜이나 산적, 고기전 등과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와인이 가지고 있는 산도가 음식의 기름진 맛을 잘 감싸주기 때문이다. 열대과일 풍미 역시 담백한 음식 맛을 풍부하게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미지

베린저 나파밸리 까베르네 쇼비뇽

보랏빛이 아름다운 ‘베린저 나파밸리 까베르네 쇼비뇽’도 이 가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이다. 짙은 루비 컬러 외관에서 가을의 쓸쓸함과 화려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테이스팅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검은 과일 향을 만날 수 있다. 코를 가까이 대지 않았는데도 블랙체리와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등 잘 익은 과실 분위기가 물씬 풍겨온다.

시간이 지나면 이번에는 달콤한 다크 초콜릿과 부드러운 바닐라, 기분 좋은 삼나무 향을 쉽게 잡을 수 있다. 풍부한 구조감과 함께 오랫동안 이어지는 잔향이 특히 인상적인 와인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1876년 설립) 베린저 와이너리 역사와 함께한 나파밸리떼루아를 가장 잘 표현한 레드와인으로 알려졌다. 어울리는 음식으로 고기적이나 떡갈비 같은 육류요리를 추천한다. 와인이 가지고 있는 부드러운 탄닌이 다진 고기의 질감과 맛을 더욱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오픈 즉시 음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접근성이 높은 와인이라는 것이 수입사의 설명이다.





이미지

몽그라스 안투 쉬라

칠레 콜차구아 밸리에 자리 잡은 비냐 몽그라스의 대표 와인인 ‘안투 쉬라’도 가을철에 마시기 좋은 와인으로 꼽을 수 있다. 쉬라 100%로 양조한 이 와인의 큰 특징은 짙은 자줏빛 컬러와 농염한 검은 과일 향이다. 남미 최상급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집중하면 은은한 오크와 발사믹, 마른건초, 바닐라, 훈제 향을 잡을 수 있다. 특히 여러 종류의 와인 향이 서로 섞이면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것. 포도밭 경사면이 적도를 향해 강렬한 태양의 기운을 포도송이에 흠뻑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안투(Antu)는 원주민 언어로 ‘태양’이라는 의미다.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첫 모금에 ‘태양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는 것. 미디엄 바디와 부드러운 타닌, 잘짜인 구조감은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도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그와 함께 오랜 여운의 매력 또한 함께 느낄 수 있어 가성비를 실감할 수 있다. 14개월간 100% 프렌치오크통 숙성과 4일간 저온발효시켰다. 그 덕분에 10년 이상 보관(숙성)이 가능하다. 알코올 도수 14.6%, 서빙 온도는 16~18℃가 적정하다. 진한 크림소스와 숙성된 육류요리는 물론 숙성 치즈와 잘 어울린다.





이미지

오드펠사 알리아라

봄 그리고 여름, 두 계절 사연이 응축된 짙은 보라 컬러가 압권이다. 잔을 기울여봐도 웬만해서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코를 가까이 대면 가장 먼저 말린 과일과 헤즐넛, 무화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잔을 흔들면 재스민과 장미 향이 두 번째로 다가온다. 코를 박고 집중하면 마지막으로, 세 번째 초코렛 향도 잡을 수 있다. 고민 끝에 한 모금 마시면 벨벳처럼 퍼지는 부드러운 탄닌감이 행복하다. 복잡미묘한 여러 종류의 향과 함께 가을처럼 다가온다. 일생을 살면서 결코 잊지 못할 컬러와 향, 맛을 지닌 와인이다. 생산량이 워낙 적다보니 가격이 좀 비싼 편이다.

1990년 노르웨이 선박회사 오너 단 오드펠(Dan Odfjell)이 남미 출장 중 마이포 밸리 매력에 푹 빠져 빈야드를 사들였다. 칠레 중부 해발고도 170~240m의 카우케네스 론뚜에, 마울 레, 꼴 차구아 밸리 등지에서 자란 포도를 사용했다. 7년의 노력 끝에 중력주조 방식을 채택했다. 그로부터 또 3년이 지난 후, 2000년에 첫 빈티지와인을 생산했다. 말벡(42%)과 까베르네쇼비뇽(30%), 쉬라(18%) 등 여러 품종을 블랜딩해서 만든 와인이다.

특이하게도 배럴 상태에서 5~6일간(14℃이하) 마세라시옹 과정을 거친 후 유산 발효를 시작했다. 이후 15일간 25℃에서 추가로 마세라시옹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특유의 컬러와 향기를 담아냈다.

용어 마세라시옹(Maceration)
발효 전후와 도중에 포도껍질, 포도즙을 일정 시간 함께 담가두는 과정을 말한다. 이를 통해 포도주 특유의 색깔과 향기, 맛을 추출해낸다.





이미지

주정강화 ‘마데이라’

가을이 몹시 쓸쓸한 주당이라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포르투갈 포트(Port), 스페인 ‘쉐리(Sherry)’와 함께 세계 3대 주정강화 와인으로 유명한 ‘마데이라(Madeira)’에 도전해볼 만하다. 마데이라는 북대서양 포르투갈 남서부의 화산섬 마데이라에서 생산되는 주정강화 와인을 말한다.

와인의 발효 과정 도중 95도의 높은 알코올 주정을 첨가하여 발효를 멈춘 뒤 일정 기간 열을 가해 만든다. 그 후 숙성 과정을 통해 마데이라만의 스타일이 완성된다. 알코올 도수는 17~22% 일반 와인보다 높다. 이 와인의 스타일은 스위티부터 드라이까지 종류가 많다. 일반적으로 캐러멜이나 호두, 견과류 오일, 복숭아, 헤이즐넛, 오렌지 껍질 등 다양한 풍미를 지니고 있다. 포도 품종으로는 ‘틴타 네그라(Tinta Negra)와 세르시알(Sercial), 베르데호(Verdelho), 말바지아(Malcasia또는 Mamsy) 등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와이너리로 주스티노스 마데이라(Justino’s Madeira)를 꼽을 수 있다. 1953년 세워진 와이너리지만 그 명맥은 1870년에 설립한 주스티노 헨리케(Justino Henriques)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마데이라섬에서 가장 오래된 생산자 중 하나로, 가장 많은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파인미디움 드라이(3년), 리저브 파인 미디움 리치(5년), 베르데호(10년)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미지

김동식

와인컬럼니스트. 국제 와인전문가 자격증(WSET Level3)을 보유하고 있다. ‘와인 왕초보 탈출하기’ 등 다수의 와인 칼럼을 썼다. 서울시교육청 등에서 와인 강의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좎럡��댆洹⑥삕�좎럩�뺧옙醫롫윪占쎈틶�앾옙�덇덱�좎럥踰⑨옙�낅꽞�얜�援� �좎럩伊숋옙�쎌삕占쏙옙�뺝뜝�숈삕占쎌슜�삼옙醫묒삕 �좎럩伊숋옙�논렭占쎈뿭�뺧옙�얠삕占쎈뿭�뺝뜝�꾪돫�닿엥�앾옙��ぃ�좎룞��

占쎌쥙�⒳펺�뗭삕占쏙옙�뗭삕占쎈끏已�옙醫롫윥占쎈벨�숋옙占쎌굲壤깍옙占쎈뜄�됧뜝�뚯쪣占쏙옙 占쎌쥙�⒳펺�뗭삕占쎈벊彛띶뜝�덇턂占쎈틶�앾옙�덉굲�좎럩�쒙옙�쇱삕�ル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