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약! 많이 쓰는 병원 VS 적게 쓰는 병원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셔터스톡
입력 2016/10/02 09:20
■ 전국 의료기관 약 처방 실태
■ 약 많이 처방하면 왜 문제인가
■ 전국 333개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약 처방 현황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으면, 어떤 약인지와 함께 약이 몇 종류나 처방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많이 섭취할수록 부작용 위험이 높아지고, 약을 대사하는 간에도 무리가 올 수 있다. <헬스조선>은 약을 과다 사용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와 국내 의료기관의 약 처방 실태를 다각도로 취재했다.
취재 바탕 자료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병원평가정보와 약제급여 적정성평가 결과보고(2015년 하반기)를 활용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로 ‘약 처방 많은 병원’ 확인 가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8년부터 국내 병·의원의 처방전당 약품목 수를 조사해 등급을 매기고 있다. 등급은 절대적 수치가 아닌, 다른 병·의원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알려주는 ‘백분위’로 결정된다. 백분위 순위가 20 이하면 ‘1등급’, 20 초과 40 이하면 ‘2등급’, 40 초과 60 이하면 ‘3등급’, 60 초과 80 이하면 ‘4등급’, 80 초과 100 이하면 ‘5등급’이다. 예를 들어, 백분위 순위가 20이면 국내 병·의원 중 약을 적게 처방하는 상위 병원 20%에 든다는 뜻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4분기 국내 병·의원의 처방전당 약품목 수의 평균은 4.13개였고, 가장 최근 자료인 2015년 하반기에는 3.42개로 나타났다. 8년간 0.71개가 줄었지만, 처방전당 2~3개의 약품목만 처방하는 의료선진국 독일·일본 등보다 많은 편이다.
부작용 예방, 효과 증진 등 처방 품목 늘리는 이유 여럿
처방하는 약품목 수를 과도하게 늘리는 이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주요 처방약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미리 예방하기 위한 목적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감기약을 처방할 때 90% 이상은 위장약을 함께 처방한다. 중앙약국 이준 약사는 “감기약에 들어 있는 진통제가 위장장애를 유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항생제도 위장장애 부작용 위험이 있어 위장약을 함께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앓고 있는 질환이 악화돼 이후 생길 수 있는 증상을 예측해, 이를 방지하는 약을 미리 처방하는 것도 원인이다. 예를 들어, 열만 있는 감기 환자에게 해열제뿐 아니라 항히스타민제 같은 콧물·기침약을 같이 처방하는 것이다. 환자가 증상 완화 효과를 빨리 실감하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같은 진통제군에 속해 있는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를 모두 처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가톨릭대 약대 임성실 교수는 “이 둘은 굳이 같이 먹을 필요가 없지만, 증상이 조금 더 빨리 완화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함께 처방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약효를 빨리 내기 위해 여러 항생제를 동시에 처방하기도 한다. 이준 약사는 “균을 없애는 방식이 다른 여러 항생제를 함께 처방하는 것”이라며 “역시 증상 완화 효과를 빨리 보기 위해 과도하게 약을 처방하는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용 약 많아지면 간 무리 주고, 약 효능 떨어지기도
약을 불필요하게 많이 복용하게 되면 그만큼 부작용 겪을 위험도 높아진다. 부작용이 전혀 없는 약은 없기 때문이다. 지멘스 진단사업본부 김형선 약사는 “약은 간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약을 과도하게 복용하면 간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같이 먹어선 안 되는 약이 함께 처방될 확률도 높아진다. 예를 들어, 항생제를 처방할 때 이로 인한 위장장애를 막기 위해 알마게이트 성분의 제산제가 함께 처방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알마게이트 성분의 제산제는 항생제의 효능을 떨어뜨린다. 약 처방 품목 수가 많아지면 이런 위험이 생길 확률이 자연히 늘어날 것이라는 게 다수 약사들의 주장이다.
종합병원보다 의원의 처방 약품목 수 더 많아
규모가 큰 종합병원보다 의원에서 약이 더 많이 처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5년 하반기 조사 자료에 따르면, 처방건당 약품목 수 평균이 상급종합병원 3.01개, 종합병원 3.45개, 병원 3.64개, 의원 3.70개였다. 호흡기계질환, 근골격계질환 각각에서 처방된 약품목수를 따져봤을 때도 의원의 처방건당 약품목 수가 가장 많았다.
의원의 처방전당 약품목 수가 유독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병원보다 의원 수가 많고, 이로 인해 환자 유치 경쟁이 심한 탓이다. 환자가 약효를 빨리 보게 해야 치료를 잘 하는 병원으로 소문이 나기 쉽다. 그 때문에 굳이 써도 되지 않는 약을 처방하면서서 증상 완화 효과를 높인다. 환자가 “세고 빨리 듣는 약으로 처방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의원에서는 다양한 증상을 한꺼번에 진료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김형선 약사는 “큰 병원에서는 한 진료과에서 한 가지 질환만 보지만, 의원은 여러 질환을 한꺼번에 보기 때문에 다양한 약을 처방하게 되는 것도 이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약사는 “종합병원은 자체적으로 처방 약품목 수를 제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종합병원 치과의 경우 발치 후 항생제를 처방할 때 위장약을 같이 처방하지 않는다”며 “항생제만 우선 복용하고 속이 쓰리면 약국에서 다시 위장장애에 도움이 되는 일반약을 사먹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의사에게 “약 최소한만 처방해달라” 요구해야
약을 불필요하게 많이 복용하는 것을 예방하려면 우선 처방전을 관심 있게 살펴야 한다. 같은 기능을 하는 약이 여러 개 처방되지 않았는지 약사에게 묻고, 처방된 약품목 수가 6개 이상으로 너무 많지 않은지 등을 확인한다. 의사에게 “약은 최소한으로 처방해달라”고 말하거나, 구체적으로 특정 약을 처방하지 않는 것은 어떤지 물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감기로 인해 병원을 찾았는데 콧물 증상이 없다면 의사에게 “미리 콧물약을 처방하지 말아달라”거나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위장약은 빼달라”고 말하는 식이다. 단, 무조건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의사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노인의 경우 감기약 복용으로 위장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아 위장약을 같이 처방받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보는 의사·약사가 많다. 또 약 처방을 최소한으로 받은 후 속쓰림 등의 증상이 생기면 약국을 찾아 바로 약을 처방받는 등 위험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전국 333개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처방건당 약품목 수 현황
이외의 병원·의원 약물 처방 현황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의 ‘병원평가’ →‘약’→‘약품목수’ 항목에서 병원명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등급 전체 요양기관(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의원·보건소·보건지소·보건의료원)을 대상으로 평가결과를 백분위 순위화해 5개 구간으로 등급화했다. 백분위 순위가 20 이하면 ‘1등급’, 20 초과 40 이하면 ‘2등급’, 40 초과 60 이하면 ‘3등급’, 60 초과 80 이하면 ‘4등급’, 80 초과 100 이하면 ‘5등급’이다.
처방률 처방건당 6품목 이상 처방비율을 상대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평균 수준과 동일한 경우, 높은 경우 1 초과, 낮은 경우 1 미만이며 상대지수가 2 이상일 경우는 2로 표시된다.
※처방건당 약품목 수가 대체로 높은 편이지만 6폼목 이상 처방비율이 많지 않다면, 등급은 높아도 처방률은 낮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