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유행성출혈열 백신 맞으나 마나… 항체생성률 잘해야 45%
헬스조선 편집팀
입력 2016/07/27 09:07
녹십자 '한타박스' 효용성 논란
㈜녹십자가 생산하는 유행성출혈열 백신 '한타박스〈사진〉'가 효과가 없는 이른바 '물 백신'이라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의학전문 인터넷방송 시사메디TV에 따르면, 유행성출혈열에 감염되기 쉬운 전방지역 군인과 농촌 주민 등 고위험군 15만명에게 매년 접종하고 있는 한타박스의 항체양전율(항체가 생성되는 비율)이 2차 접종 후 23.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체양전율이 23.2%라는 것은 100명에게 접종했을 때 23명에게만 항체가 형성된다는 의미다. 통상 감염병 예방백신은 인플루엔자의 경우 항체양전율이 70%, 홍역은 95%, A형간염은 100%, B형간염은 90%, 장티푸스는 80%을 보여야 효과가 있다고 본다.
이 같은 사실은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가 올 초 국제학술지인 백신(Vaccine)에 게재한 논문 '건강한 성인에 있어서 한탄바이러스 백신의 안전성 및 장기 면역원성'에서 확인됐다. 김 교수는 1·2차 접종 후 2~6개월 내에 3차 접종을 해야 항체양전율을 45%까지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현재 접종 방식은 1·2차 접종을 하고 1년 뒤 3차 접종을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실제 항체양전율은 45%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 효과를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접종 방식을 바꿔야 하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3상 결과를 본 뒤 접종 방식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유행성출혈열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만명 정도 발생하며, 사망률은 4~7%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부터 3년간 1261명의 환자가 발생해 18명이 사망했으며, 이 기간 중 백신을 맞은 193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타박스는 1990년 조건부 허가를 받아 생산되기 시작했다. 1976년 유행성출혈열의 원인균인 한탄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한 고려대 바이러스병연구소 이호왕 박사가 개발했는데, 당시 한국 최초의 신약으로 인정받았지만, 임상3상(사람을 대상으로 효능, 부작용 등을 시험하는 단계 중 3단계)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접종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체제가 없다는 이유로 백신 접종을 계속 하고 있으며, 매년 평균 3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한타박스와 관련된 '물 백신' 논란은 1998년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재직하던 손영모 교수가 한 국제학회에서 "한타박스의 면역항체 생성률이 16.7%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발표한 뒤 본격화됐다.
2014년에는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이 효용성 문제를 거론했으며,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녹십자에게 임상3상을 진행한 뒤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백신을 생산하고 있는 녹십자 관계자는 "현재로선 특별히 입장을 밝힐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