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걷던 다리였는데, 선생님 믿고 따르니 운동도 할 수 있게 됐죠”

큰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충격받지 않는 환자는 없다. 이때 환자를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주치의다. 주치의와 잘 소통하며 깊은 신뢰를 쌓은 환자는 병을 이기는 힘이 강해진다. <헬스조선>은 환자와 의사를 한자리에서 만나 이들의 역경 극복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네 번째 주인공은 다리동맥경화 시술·수술을 3회 경험한 안동열 씨와 주치의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이태승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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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안동열 씨 & 주치의 이태승 교수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한 지난 6월 중순, 분당서울대병원 내 정원에서 안동열 씨와 이태승 교수를 만났다. 긴장을 풀기 위해 던진 ‘두 분은 친하신가’라는 질문에, 두 사람은 고개를 저으며 ‘에이, 남자끼리 뭘요’했지만, 쑥스러워하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서로를 향한 웃음이 가득했다.

 

헬스조선: 두 분은 언제, 어떻게 처음 만났나요? 그때 환자 상태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안동열 씨 저는 다리가 아픈 지 꽤 됐습니다, 5년 정도? 그런데 교수님은 작년 6월에 처음 만났어요. 그동안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했거든요. 그러다가, 교수님 만나고 나서야 아픈게 다 나았죠(웃음). 그전에는 나이 먹어서 다리가 쑤시는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걷기 힘들 정도로 다리가 아픈 거예요. 근처 병원에 갔더니 노화로 생기는 척추관협착증일 수 있다고 했어요. 검사해보니 가벼운 협착증이 있대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척추관협착증으로 생기는 다리 통증은 죽을 정도는 아닐 거다’라고 해요. 버티고 살라고 해서 그렇게 살았어요. 근처 한의원도 다니고 그랬죠. 하지만 다리 통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졌어요. 걸음을 못 걸을 지경이었습니다. 억지로 걸어도 200~300m 걷고나면 도저히 움직일 수 없어서 주저앉곤 했어요. 걷지 못하니 큰일이다 싶어서, 분당 야탑에 있는 좀 큰 병원에 갔습니다. 그곳 의사선생님이 하는 말이 ‘50대 50’일 거래요. 무슨 소린가 싶어 들어봤더니, 척추관협착증으로 아플 가능성 절반, 다리 혈관이 좋지 않아 아플가능성 절반이래요. 처음 듣는 말이었죠. 의사선생님이 MRI(자기공명영상)와 혈관초음파검사를 해보더니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라고 했어요. 깜짝 놀랐죠, 큰 병원으로 가라면 가벼운 질환은 아니니까요. 긴장되는 마음으로 ‘어디로 가는 게 좋겠냐’고 했더니 분당서울대병원 외과의 이태승 교수님에게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그렇게 교수님을 처음 찾았습니다.

이태승 교수 환자 상태는 좋지 않았습니다. 2004년에는 어깨관절질환으로, 2006년에는 전립선암으로 수술을 받았더라고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2005년 건강검진을 받으셨는데, 당시에도 동맥경화 위험 소견이 있었어요. 여기서 허리통증에 하지저림을 호소한다는 건 다리 혈관에 동맥경화가 올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검사해보니 다리의 주요한 혈관에 심한 죽상동맥경화가 있었어요. 80% 이상 좁아져 있었습니다. 죽상동맥경화는 혈관 안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내피세포 때문에 거의 막힌 상태를 말합니다.

안동열 씨 사실 상태가 안 좋아도 큰 병원에서는 바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대기 환자가 많아서요. 게다가 이태승 교수님이 유명한 분이라서 진료받기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운이 좋았던 게, 제가 병원을 찾았을 때가 메르스로 떠들썩한 시기였어요(웃음). 대기 환자가 많지 않아서 바로 교수님을 볼수 있었죠.

이태승 교수 네, 그때는 병원이 참 한가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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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안동열 씨 & 주치의 이태승 교수

헬스조선: 다리동맥경화라고 하면 암이나 뇌졸중처럼 위험한 질환은 아니지 않나요?

이태승 교수 동맥경화가 뇌로 가면 뇌졸중, 심장으로 가면 심장마비예요. 촌각을 다투는 질환이죠. 1분으로 환자 상태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다리로 가면 당장 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리동맥경화에 대해 잘 몰라요. 흔하게 잘 알려진 질환이 아니다보니,다리가 쑤신다고만 생각하죠. 이 병을 앓는 분들은 무작정 방치하면 걷지 않으려고 합니다. 너무 아프거든요. 보행장애로 발전해서,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 오는 분도 계세요. 정말 심한 경우에는 발가락부터 까맣게 색이 변하면서 조직이 괴사하고 썩습니다. 당장 죽지 않는다고 해서 위중하지 않은 병은 아니에요. 다리를 아예 쓰지 못할 수 있는 병이니 환자들은 얼마나 답답할까요. 치료도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치료방법 중 하나인 대퇴동맥혈관성형술(좁아진 혈관을 풍선이나 스탠트로 넓히는 치료법)을 대퇴부(넓적다리)에 한다고 가정해볼게요. 대퇴부는 일상생활을 할 때 여러 방향에서 다양한 힘을 견뎌야 하는 부위라, 스탠트 시술 했을 때 스탠트가 뒤틀리거나 끊어지기도 하거든요. 필요한 위치에 적절하게 삽입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한쪽 다리를 치료할 정도면, 다른 쪽 다리도 망가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시술이나 수술을 여러 번 해야 합니다. 환자분은 운이 좋았어요. 다리동맥경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치료받은 지금은 편히 걸을 수 있으니까요.

안동열 씨 제가 운동을 좋아해요. 산책도 하고, 골프도 곧잘 합니다. 그런데 다리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운동을 할 수 없었어요. 걸을 때의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 압니다. 그러다보니 무기력해지고, 몸도 안 좋아지는 것 같고…. 교수님을 만나서 참 다행이에요. 지금은 골프도 즐겁게 다니고, 걷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요.

헬스조선: 환자분은 다리동맥경화 시술을 두번, 수술을 한번 했는데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이태승 교수 다리에 있는 동맥은 길어요. 배꼽부터 발끝까지 130~140cm입니다. 혈관이 길게 이어져 있다보니, 다리동맥경화가 있으면 한 부위만 막혀 있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환자분도 그런 경우였어요. 처음 병원에 방문한 2015년 6월, CT를 찍어보니 양쪽 다리가 모두 안 좋았습니다. 폐색(閉塞)에 가까운 부위가 두 곳 이상이었죠. 심하게 딱딱해져서 구슬처럼 보이는 협착 부분도 있었어요. 제일 심한 부분인 왼쪽 다리를 먼저 치료하기로 결론 내렸고, 풍선성형술로 공간을 확보한 뒤 스탠트를 삽입했습니다. 치료는 성공적이었어요. 다리 혈류 흐름이 2배 이상 증가했고 보행능력도 좋아졌습니다.

안동열 씨 치료 전, 교수님이 미리 이야기를 하셨어요. ‘좋지 않은 곳이 여러 군데라, 시술이나 수술을 여러 번 할수 있다’고요. 그 말을 듣고 교수님을 오히려 더 신뢰하게 됐죠. 솔직하게 다시 치료해야 한다고 말하는 의사는 많이 보지 못했거든요. 환자가 의심할까봐, 걱정할까봐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 교수님은 정확하게 제가 어떤 상태이고, 어떤 이유 때문에 이런 시술이나 수술을 몇 번 정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어요. 치료가 끝난 뒤, 다리가 정말 가벼워진 걸 느끼면서 교수님 말이라면 다 믿고 따르게 됐죠. 첫 치료를 받고 6개월 정도 지나니 걸을때 다시 다리가 아프더라고요. 검사해보니 왼쪽 다리 혈관 중 9cm 정도가 막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12월에 다시 시술하게 됐어요.

이태승 교수 두 번째 시술에서는 혈관재협착을 방지하는 약물이 코팅된 풍선을 이용해 치료했습니다. 약물치료도 추가했고, 환자분의 만족도도 높았죠. 치료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하면 ‘지난번에 제대로 치료를 안 한 게 아니냐’며 화내는 분도 있는데, 안동열 환자는 항상 절 믿고 따라주셔서 힘내서 즐겁게 치료했어요. 저를 전적으로 믿는 환자분을 보면 항상 기운이 납니다.

안동열 씨 앞선 두 번의 치료는 왼쪽 다리였지만, 마지막은 오른쪽 다리였어요. 어려운 부위라 수술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흔쾌히 알았다고 했어요. 제 몸 상태를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이 주치의니까요.

이태승 교수 혈관 치료는 증상이 발생한 뒤에 치료하는게 좋습니다. 마구 건드리기엔 예민하고 어려운 부위에요. 처음 검사했을 때 오른쪽 다리도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큰 증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환자가 오른쪽 다리 통증을 호소해서 살펴보니 ‘표재성대퇴동맥’이란 부위가 70% 이상 막혀 있었어요. 이쪽은 시술만으로는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허벅지가 접히는 부분이라서 스탠트 삽입이 문제가 될 수 있거든요. 환자의 허벅지 부위를 열어 대퇴동맥의 경화 부분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고, 혈관이 다시 좁아지지 않도록 인공혈관을 넣어줬습니다. 작은 협착 부위는 풍선과 스탠트로 마무리했어요. 그렇게 길고 긴 세 번의 치료가 끝이 났습니다.

헬스조선: 의사와 환자의 신뢰가 있으면 역시 치료 효과가 좋아지나 봐요.

안동열 씨 어휴, 나는 교수님이 하지 말라는 건 안 합니다. 사실 제가 담배를 오래, 그것도 많이 피웠어요. 매일 두 갑씩 피웠으니까요. 아무도 담배에 대해서 간섭을 못하게 했죠. 근데 교수님이 담배가 혈관질환에 좋지 않으니 피우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 이후로 담배를 많이 줄였어요. 친구들이 놀랄 정도예요. 그렇게 담배를 좋아하던 사람인데, 하고요.

이태승 교수 아니 저는 아예 끊으신 줄 알았는데, 조금씩 몰래 피우시나 봐요(웃음). 담배는 혈관에 안 좋습니다.

안동열 씨 네, 교수님 말씀인데 끊도록 해야지요(웃음).

헬스조선: 다리동맥경화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한마디 해주세요.

안동열 씨 걷지 못하면 삶의 질이 굉장히 떨어져요. 저는 하루에 두 시간씩, 12km를 매일 걷고 있는데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나이 들어서 아프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혈관 문제는 아닐까 한번쯤 병원에 가보세요. 그리고 해당 주치의를 믿으세요. 나를 고치는 사람을 믿고 따라야 제대로 나을 수 있습니다.

이태승 교수 우리나라 의료 환경상, 환자와 길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어요. 설명이 부족하다 보니 궁금점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치의나 담당 간호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세요. 그리고 혈관질환은 약물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증상이 조금 좋아졌다고 약을 임의로 끊지 마세요. 의사의 지도에 따라 계속 복용하기 바랍니다.

 




이태승 교수가 말하는 다리동맥경화 예방 생활습관

1. 튀김, 곱창 등 기름진 음식은 피하라.
2. 담배는 혈관을 좁아지게 만든다, 금연이 중요하다.
3.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하루에 30분 정도 걸어라.
4. 매일 5~10층 정도의 계단을 오르면 다리 혈관이 튼튼해진다.
5. 유산소운동 외에도 스쿼트·까치발운동 등 다리 근력 운동을 해라.
6. 걸을 때 다리가 아프고 저리며, 다리 혈색이 좋지 않다면 혈관질환을 의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