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메디컬 Why] 소음, 스트레스호르몬 높여 혈관 손상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 이기상 헬스조선 인턴기자

[층간소음, 심장·혈관에 나쁜 이유]

망치질 소리 등 50㏈ 이상 땐 영향 "심장 문제로 年 1만명 조기사망"

최근 경기 하남시에서 층간소음(騷音) 갈등으로 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소음은 '원치 않는 불쾌한 소리'로 삶의 질뿐만 아니라 신체·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층간소음은 본인의 의지대로 제어할 수 없고 휴식·수면 등을 방해하기 때문에 고혈압 같은 심혈관질환,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교감신경 항진 지속… 심혈관질환 원인


세계보건기구(WHO)는 2011년, '소음이 유럽인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소음과 심혈관질환 사이의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을 냈다. 소음은 스트레스 유발 인자가 되고, 스트레스호르몬을 증가시키며 자율신경계인 교감신경을 항진시킨다. 교감신경의 항진이 지속되면 혈압과 혈당 증가, 혈중 지질 농도 증가, 심박출량에 악영향을 미쳐 동맥경화증·협심증·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울산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이지호 교수는 "소음은 또한 수면장애를 일으켜 신체 리듬을 깨뜨려 심장·혈관에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2015년 유럽환경청(EEA)은 소음 노출로 인한 심장 문제로 매년 최소 1만명이 조기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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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은 정신질환을 악화시키고, 정신질환의 잠정적인 원인이 된다. 2009년 대한스트레스학회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항공기 소음 노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692명과 대조 지역 거주민 259명을 대상으로 불면증·불안·우울 척도 등을 분석한 결과, 소음 노출 수준이 높은 지역의 거주민에게서 불안과 우울 관련 증상이 많이 나타났다.

그밖에 소음은 아이들의 인지 기능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네덜란드 국립환경보건연구원(RIVM) 등의 연구에 따르면 항공기 소음에 장시간 노출된 아이들은 독해 능력이 떨어지고 인지 기억 발달에 장애를 겪었다.

◇소음 공간, 잠시라도 벗어나야


연구에 따르면 대략 50~60㏈ 사이의 소음에 노출되면 혈압 상승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윗층에서 아이들의 발걸음이나 뛸 때 나는 소리는 40㏈ 정도, 망치질이나 가구 끄는 소리는 59㏈ 정도다(한국환경공단). 그러나 개인에 따라 소음 민감도가 다른 점을 감안해야 한다. 소음 민감도는 질병이 있거나, 깊은 수면을 잘 못 취하는 노인·수험생 등이 높다. 이지호 교수는 "소음은 크기도 영향을 미치지만, 소음에 노출되는 시간도 누적돼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소음이 심한 공간을 잠시나마 피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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