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골절로 병원을 찾은 군인에게 잘못된 약을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한 가천대 길병원 간호사 A(26)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인천지법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3월 손가락 골절 접합 수술을 받고 회복을 위해 병동으로 온 육군 B(20)일병에게 주사를 놨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에게 처방된 주사와 비슷한 병에 들어있는 전혀 다른 종류의 주사를 투여했다. B씨가 처방받은 약은 궤양방지용 '모틴'과 구토를 막는 '나아제'인데, B씨에게 근이완제인 '베카론'이었다. B씨는 투약 전 친구들과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았으나, 투약 후 3분 뒤 심정지 증상을 보였다. B씨는 의식불명에 빠진 뒤 한달 여 만인 지난해 4월 저산소성 뇌 손상 등으로 숨졌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B씨에게 투여한 것으로 알려진 '베카론'은 2분 이내에 자가호흡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마취보조제로, 환자의 인공호흡 장치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용하면 안되는 약물이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주치의가 지시한 약물을 정상적으로 투여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며, 경찰이 신청한 A씨의 구속영장도 기각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시로 비우게 돼 있는 간호사 카트에서 사고 후 베카론 병이 발견된 점 등 정황증거와 간접증거를 토대로 검찰 측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확한 확인 없이 약물을 투약해 피해자를 숨지게 한 중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피고인의 과실로 젊은 나이에 군 복무를 하던 피해자는 생명을 잃었고, 유가족들은 큰 고통을 느껴 과실이 매우 중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번 재판 과정에서 병원 측이 사고 발생 직후 병동 안에 있던 '베카론'을 없애고 간호 기록지를 허위 작성하는 등 증거 은폐 정황도 드러났다. 사고 당일 병원 부원장과 담당 의사, 법무 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책 회의에서 "병동에서 근육이완제가 발견됐다"며 "병동에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병원 측은 숨진 B일병이 입원한 병동에 설치된 비치약품함에서 베카론 3병을 빼내고 고위험약물의 위치를 바꿨다. 병원 직원들이 '약품비품 청구서와 수령증'을 통해 이 약물을 병원 내 약국에 반환한 것처럼 작성했으나, 실제로는 약국이 아닌 적정진료관리본부로 넘어간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병원 관계자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현재 정확한 정황을 파악하는 중으로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