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지갑에 쏙, 물 없이 싹… 편리하게 만든 '필름형 약' 뜬다
이보람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6/06/15 07:30
발기부전·조현병·알레르기 등 약 복용하기 힘든 환자에 유용
쓴맛 잡는 등 진화… 시장 커져… 국내서 개발한 약, 세계로 수출
필름형 약(구강붕해필름)의 성장세가 심상찮다. 특히 발기부전 치료제에서 필름형 약은 2012년 56억원이였던시장 규모가 2015년에는 144억원대로 163% 성장했다. 점유율도 2012년 6%에서 2015년에는 13%로 늘었다. 최근엔 B형간염, 말라리아, 정신병, 알레르기 천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름형 약이 출시되고 있다.
강남차병원 비뇨기과 김동석 교수는 "발기부전 치료제에서 필름형 약이 인기를 끄는 건, 지갑에 보관이 가능해 휴대가 쉽고 특정 약을 먹는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비뇨기과 환자 뿐만 아니라 약을 먹기 어렵거나 약을 거부하는 환자에게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발기부전부터 조현병까지, 쓰임 확대
필름형 약 시장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복용 편리성과 빠른 약효 때문인데, 나이가 들면서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노인이나 침대에 누워만 있는 환자들은 약을 먹다 재채기나 구토가 생기기 쉽다. 필름형 약은 물이 필요 없어 섭취가 용이하다. 약 먹기를 거부하기 쉬운 조현병(정신분열증), 우울증에서도 필름형 약은 입에만 넣으면 저절로 녹기 때문에 쉽게 쓸 수 있다.
또한 갑작스런 상황에서 빨리 효과를 내야 하는 알레르기·두드러기·천식 환자에게도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필름형 약은 입에서 모두 녹은 뒤 위장관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약효가 나타나는 시간도 알약보다 빠르다.
◇필름 유연성 높이고, 쓴맛 제거
필름형 약의 진화도 눈에 띈다. 종전엔필름 자체의 유연성이 부족해 잘 부서져 변질되기 쉬웠다. 셀룰로오스나 풀루란 같은 고분자 화합물에 약 성분을 섞거나 입혀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또한 약 특유의 쓴맛이 곧바로 혀로 전해져 환자들이 불편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약 제조 기술 발달로 유연성은 물론이고 쓴맛까지 잡은 상태이다. 필름도 얇게 만들어져 휴대가 더욱 간편해져 지갑 안에 넣어 다닐 수 있을 정도다.
CMG제약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쓴맛 차폐 특허 및 안정성 특허'에 대해 특허를 받은 제약사다. 약 특유의 쓴맛은 줄이고 필름 유연성을 높여 부서지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했다. CMG제약은 이런 기술을 이용해 지난해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 '제대로필'과 B형간염 치료제 '씨엔테'를 출시한 바 있다.
◇CMG제약 등 글로벌 시장서 순항
국내 제약사가 만든 필름형 약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CMG제약은 현재 홍콩, 대만, 중국, 말레이시아 등과 기술 수출 계약이 진행 중이며 에콰도르, 칠레 등 중남미 10여 개국에는 기술이전 계약을 논의 중인 상태다. 올해 3월엔 조현병(정신분열병) 치료제 '아리피프라졸OTF'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1상을 완료했다. 이 약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조현병 치료제 아리피프라졸 알약을 필름형으로 변경한 것이다. CMG제약 이주형 대표는 "조현병은 지속적인 약물 투여가 중요한데 환각이나 환청 같은 증상이 심한 환자는 약 복용을 기피하거나 뱉어내는 경우가 많다"며 "필름형 약은 입안에만 넣으면 바로 녹아 쉽게 투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CTC바이오는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 위궤양치료제 '넥시움' 등 3개 제품을 필름형 약으로 개발, 현재글로벌제약사인 애보트와 메나리니등이 제품 판권을 가지고 아시아 9개국에서 판매키로 했다. 또한 씨엘팜은 2014년 브라질 EBX사와 5000만달러 규모를 투자하는 브라질 합작사 설립계약을 맺고, 필름형 말라리아치료제 '안티말'을 아프리카 지역에 수출할 예정이다. 서울제약은 지난 2012년 미국 화이자와 필름형 비아그라 제품 공급계약을 맺으며 주목받은 바 있으며, 최근엔 대만회사 센터랩과도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 '불티스'의 수출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