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모유는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산, 각종 호르몬과 면역물질이 들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모유의 영양학적·면역학적 우수성은 아무리 뛰어난 분유라도 완벽히 재현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모유 수유가 무조건 완벽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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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결핍성빈혈
“모유만 먹고 컸는데 우리 아이가 철분 결핍이라고요?” 서울 성동구에서 생후 7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김모씨(35)는 최근 찾은 병원에서 아이가 철결핍성빈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딱히 큰 병이 있지도 않고, 젖도 잘 먹는 아이였기 때문에 김씨는 무척 놀랐다.

모유만 먹으면 영양소 섭취에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유만 먹는 신생아는 철결핍성빈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출생 체중이 2.5kg가 되지 않았거나, 6개월 이상 모유 수유만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철결핍성빈혈은 몸속에 철분이 모자라면서 적혈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생기는 빈혈이다. 6세 미만의 경우, 혈액검사를 통한 혈색소 농도가 11g/dL 미만이면 철결핍성빈혈이라 부른다. 철결핍성빈혈이 있는 신생아는 얼굴·손바닥 색이 창백하다. 구내염이나 감기 등에 자주 걸리고, 성장이 느려지기도 한다.

모유에는 철분 함유량이 거의 없다. 신생아는 생후 6개월간 원래 몸에 가지고 있는 철분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몸무게(2.5kg 이상)로 태어나면 철분을 따로 공급받지 않고 모유만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몸무게가 적다면 다르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이경 교수는 “출생 체중이 2~2.5kg에 해당되는 아기들은 출생 시 몸에 갖고 있는 철분의 양이 부족할 수 있다”며 “모유에는 철분 함유량이 부족해, 이 같은 아기들은 따로 철분을 보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체중이 2kg보다 적게 나가는 미숙아들은 퇴원 시 처방을 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2.5kg 이상으로 태어났다고 해도, 6개월 넘겨서까지 모유만 먹는다면 철분 결핍의 우려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기가 필요로 하는 철분량은 많아지는데, 6개월이 지나면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던 철분이 거의 고갈되기 때문이다. 6개월이 지나서도 모유를 먹여야 한다면 보충식 등으로 철분을 공급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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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 부족
김이경 교수는 “모유 수유만 할 때 철분 외에 보충해야하는 영양분이 비타민D”라며 “출생 체중과 상관없이 구루병 예방을 위해 보충을 권한다”고 말했다. 비타민D는 뼈를 튼튼하게 하고, 각종 면역계에 영향을 미친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천식 등 알레르기질환에 잘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비타민D 부족으로 구루병에 걸리면 팔·다리 등의 뼈가 변형돼, 성장장애가 생길 수 있다. 모유에 있는 비타민D의 양은 221IU/L 정도로, 같은 양의 분유와 비교하면 절반가량이다. 그 때문에 모유만 먹을 때는 별도로 비타민D를 보충하는 게 좋다.

미숙아라면 모유 수유를 하지 말아야 하나요?
미숙아가 태어났을 때, 철분이나 비타민D 결핍이 두렵다고 모유 수유를 피할 필요는 없다. 미숙아에게는 치사율 20%에 육박하는 심각한 질환인 ‘괴사성장염’이 잘나타나는데, 모유를 먹고 자란 미숙아들은 괴사성장염이 발생할 확률이 낮다. 실제로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모유를 먹고 자란 미숙아 그룹은 29명 중 1명만이 괴사성장염이 나타났다. 모유를 먹었지만 괴사성장염이 발병한 미숙아 1명은 수술 없이 회복됐다. 그러나 분유를 먹고 자란 미숙아 그룹은 24명중 5명이 과사성장염이 나타났고, 이 중 4명은 수술을 해야 했다.

김이경 교수는 “미숙아에게는 모유 수유를 하되, 칼슘·인·단백질·철분·비타민D 등이 함유된 모유강화제를 모유에 타서 먹여야 모유의 장점을 다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양소 보충은 이렇게
1. 미숙아에게 모유 수유를 한다면 유축기로 젖을 짜낸 뒤, 모유강화제를 권장량만큼 타서(제품에 따라, 모유 양에 따라 권장량이 다르다) 아이에게 먹인다.
2. 2.5kg 이상으로 태어났다면 생후 6개월간은 모유만 먹어도 괜찮다. 6개월이 지난 뒤에도 모유 수유를 한다면 반드시 철분이 풍부한 식품(쇠고기, 시금치, 바지락 등)으로 이유식을 만들어 함께 먹여야 한다.
3. 분유와 모유를 번갈아 먹인다면 철분·비타민D 성분 강화 분유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4. 비타민D의 경우, 젖에 발라서 먹게 하는 보충제 등을 약국에서 살 수 있다. 단, 구입 전 주치의와 미리 충분히 상담한 뒤 용량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