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바로 알고 바로 먹자

마침 회사일로 건강기능식품 샘플을 수집해야 해서 겸사겸사 집에 있는 약통을 모두 정리해보았다. 약과 건강식품은 제외하고 건강기능식품만 골라내야 했는데, 놀랍게도 10개의 약통 중에 2개를 빼고는 모두 건강기능식품이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성장세가 만만치 않다. 최근 4년 동안 매년 10% 이상 성장해 국내 시장 규모가 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초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으니 이러한 고성장추이는 앞으로도 한동안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생산 또는 수입되는 건강기능식품들은 우리 식탁 위에도 찬장 안에도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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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은 생체조절기능을 갖춘 식품

건강기능식품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식품의 기능부터 짚어봐야 한다. 식품에는 크게 3가지 기능이 있다. 생명과 건강유지에 관련된 영양 기능(1차 기능), 맛·냄새·색 등 감각이나 기호적 기능(2차 기능), 건강유지와 증진에 도움이 되는 생체조절 기능(3차 기능)이 그것이다. 식품은 종류에 따라 수행하는 중요 기능이 다르다. 예를 들어 색깔이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의 아이스크림은 2차 기능이 큰 식품이다. 아이스크림에는 탄수화물 공급 같은 영양 기능도 있지만, 우리는 주로 달콤한 맛과 비주얼에 끌려 아이스크림을 사 먹지 아이스크림에서 생체조절 기능까지 기대하지 않는다.

건강기능식품은 3차 기능인 생체조절 기능에 초점을 맞춘 식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안전성과 기능성 등을 인정한 원료를 사용해야 하고, 원료와 함량이 라벨에 기재되어야 한다.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식품과도 구분되는데, 건강기능식품에만 인증마크 또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표기를 할 수 있으므로 라벨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제품명이 기재된 면에 건강기능식품 표기 또는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만 건강기능식품이다. 건강식품은 건강기능식품과는 달리 함량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고 기재 의무도 없다. 예를 들어 같은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된 홍삼은 건강기능식품으로서 식약처 기준과 규격에 맞는 용량의 진세노사이드(홍삼의 유효성분명)가 들어 있어야 하고, 원료·함량·기능이 모두 라벨에 표기되어야 하지만, 건강식품으로 나온 홍삼은 진세노사이드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어떤 기능을 하는지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식약처에서 인정하는 건강기능식품의 효과는 어디서 확인하면 될까? 바로 포장 라벨을 보면 된다. 포장 박스를 버렸다고 해도 괜찮다. 병에도 같은 내용의 라벨이 붙어 있다. 사실 ‘어떤 건강기능식품이 어떤 효과가 있다’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의약품에 ‘효능·효과’가 있다면 건강기능식품에서는 ‘영양·기능’이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단순한 식품으로 쉽게 생각해도 안 되지만, 약처럼 특정 질환에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도 안된다. 가끔 영양·기능 정보 외에 여러 광고성 문구로 포장지면이 가득 채워진 제품들이 있는데 이런 문구는 참고하더라도 영양·기능 정보와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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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줌’ 과 ‘도움을 줄 수 있음’의 차이를 알아야

혹시 약국에서 구입한 소화제나 두통약 라벨의 효능·효과란에 ‘소화불량에 도움을 줌’ 또는 ‘두통에 도움을 줄 수 있음’ 같은 표현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이제 집에 있는 아무 건강기능식품의 영양·기능 정보를 들여다보자.

대부분 ‘OO에 필요’, ‘OO에 도움을 줌’ 또는 ‘OO에 도움을 줄 수 있음’ 같은 문구로 끝나는 것을 볼 수 있다. ‘OO에 필요’라고 적혀 있으면 영양소의 기능을 설명하는 것이고, ‘OO에 도움을 줌’ 또는 ‘OO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고 되어 있으면 특정 생리활성을 하는 원료의 기능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비타민E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므로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쓰일 경우 라벨의 영양·기능 정보에는 ‘유해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데 필요’라는 문구로 그 기능이 표현된다.

비타민 A·B군·C·D·E, K, 마그네슘, 엽산, 철분, 아연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비타민, 미네랄 등은 모두 영양소이므로 그 기능이 이와 같이 표현되어 있다. ‘OO에 도움을 줌’은 그 기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비교적 확실하여 식약처가 1등급 생리활성 기능 성원료로 인정하여 그 기능을 표현하는 것이고, ‘OO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은 1등급보다는 과학적 근거가 약하여 2등급으로 분류된 생리활성 기능성 원료의 기능을 설명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젊은 여성이 많이 찾는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는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1등급 생리활성 기능성 원료이고, 중년 남성들이 많이 찾는 쏘팔메토는 전립선 건강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2등급 생리활성 기능성 원료이다. 대부분의 생리활성 기능성 원료는 2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다. 3등급도 있다. ‘OO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관련 인체적용시험이 미흡한’ 것들인데, 시판되는 제품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등급은 원료나 성분의 종류에 매겨지는 것이므로, 같은 원료나 성분이면서 다른 등급은 될 수 없다. 즉,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성분으로 2등급인 제품이나 쏘팔메토 성분으로 1등급인 제품은 있을 수 없다. 다시 말해 등급은 원료나 성분마다 매겨지는 것이지 개별 제품에 매겨지는게 아니다. 또 라벨에 등급을 숫자로 표시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대부분 위와 같이 기능·영양 정보 문구로 제공된다. 드물지만 질병 발생 위험감소처럼 좀더 구체적인 기능을 표기하는 원료도 있다.

칼슘, 비타민D, 자일리톨 등 3가지인데, 칼슘과 비타민D는 골다공증 위험 감소에, 자일리톨은 충치 발생 위험 감소에 도움을 준다.한 개의 원료가 여러 기능을 가질 수 있고, 복합제라면 상당히 많은 기능을 한 개의 제품이 갖게 된다. 친절한 제품은 제품 내의 각 원료별로 어떤 영양·기능이 있는지 구분해서 표시해주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은 그냥 뭉뚱그려서 적어놓는다. 또 복합비타민제처럼 너무 많은 종류의 원료가 들어 있어 다 적기 어려운 경우는 강조하고 싶은 영양·기능만 적어놓기도 한다. 다다익선이라고, 표시된 기능이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그리 간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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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인 약학정보원 학술팀장

각 원료의 함량, 조합, 제조관리 수준, 포장, 첨가물에 따라 같은 목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무수히 많고 그 수준과 품질도 천차만별이다. 최소한 라벨에 표시된 영양·기능 정보의 의미를 잘 이해해야 모래알 속에서 진주를 찾듯, 수많은 건강기능식품 중에서 나에게 가장 도 움이 되는 건강기능식품을 찾을 수 있다.

 /정경인
약학정보원 학술팀장. 성균관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의약정보회사 (주)킴스 학술팀장을 거쳤으며 대한약사회 학술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약사교육연구회 학술부회장, 한국메디컬라이터협회 학술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