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로봇수술 비용이 비싼 이유는?
헬스조선 편집장 김공필
입력 2016/02/15 10:40
<헬스조선>은 이번호에 ‘로봇수술 대해부’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의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로봇수술은 의사가 메스(수술용 칼)를 들지 않고 콘솔이라는 제어 장치를 조종해서 수술을 하는 획기적인 기술입니다. 국내에도 연 1만 명이 로봇수술을 받는 등 로봇수술은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번 특집 기사를 준비하면서, 로봇수술은 제가 막연히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유용한 수술임을 알았습니다. 특히 전립선 암 등 까다로운 수술에서 로봇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더군요. 합병증 유발이나 수술 후 회복 속도 면에서, 기존 수술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증거를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로봇수술의 결정적인 단점은 수술 비용이 비싸다는 것입니다. 로봇수술 비용은 건당 700만~1500만원으로 기존의 수술에 비해 2~3배나 많습니다. 로봇수술 가격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뭘까요? 그 이면에는 고가의 로봇수술 기기와 운영비가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로봇수술 기기는 ‘다빈치’(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가 거의 유일합니다. 현재 다빈치 1대의 판매가는 기종과 옵션에 따라 30~40억원입니다. 이 가격은, 국내에 로봇수술 기기가 처음 들어온 2005년의 가격과 비교할때 약 1.5배 더 높습니다.
첨단기기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대개 값이 떨어집니다. 생산량이 늘어나는 데다 경쟁제품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빈치 판매가는 오히려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다빈치가 커가는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데다 마땅한 경쟁자도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빈치의 유지 보수비와 소모품 교체비용도 만만찮습니다. 병원이 다빈치 제조사에 지급하는 유지 보수비는 기기 1대당 월 2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기기에 장착된 케이블 등 일부 소모품은, 정해진 수술 횟수 이상은 사용할 수없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기 때문에 교체하지 않을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다빈치 제조사는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병원은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합니다.
다빈치의 아성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여기 저기서 수술용 로봇을 개발 중에있지만 다빈치에 버금가는 제품이 곧 나올 것이라는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로봇수술 비용은 쉽게 내려갈 수 없는 구조입니다. 꿈 같은 상상을 해봅니다. IT 강국인 우리 나라의 어느 기업이 세계 최고의 수술용 로봇을 조만간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 2016년이 벌써 한 달 지났습니다. 새해 아침에 세운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행복한 2월 되십시오.
/헬스조선 편집장 김공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