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리포트] 암환자 64%, 통증으로 고통
‘암=불치병’이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암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현대 의학은 다양한 방법으로 암을 정복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암치료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암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하는 게 대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암환자 통증관리다. 약간은 생소할 수 있는 암환자 통증관리, 왜 중요하며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보자.

1 암환자 통증관리, 왜 필요한가?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3년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한국 남성은 5명 중 2명(38.3%)이, 한국 여성은 3명 중 1명(35%)이 암을 경험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암을 경험하지만, 생존율은 경험률에 비해 높다. 해당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환자의 5년 생존율(같은 연령대 일반인의 5년 생존율과 비교한 상대생존율, 100%면 일반인 생존율과 동일한 것을 의미한다)은 69.4%다. 3명 중 2명 이상이 암에 걸려도 5년 이상 생존한다는 뜻이다. 암을 ‘잘 달래서 공존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결국 어떻게 암과 동행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중요해지는 추세다.
힘들게 고통스러워하며 몇 년을 보내는 사람도 있고, 큰 불편함 없이 여생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통증관리는 암 환자의 삶에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암이나 암치료로 겪는 증상은 통증, 구내염, 메스꺼움, 식욕부진, 변비 등이 있는데, 이 중 대표적인 것이 통증이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진행성·전이성 암 환자의 64%가 통증을 경험한다고 답했다. 또한 진행성 암 환자 3명 중 2명은 수면이나 인간관계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심한 통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 무작정 참기보다 바로 치료해야
많은 암환자들은 통증이 나타나도 암 자체를 치료하는 것에만 신경 쓰거나 진통제 복용을 미루는 게 좋다고 잘못 생각한다. 문지연 서울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인식이 많이 개선된 편이지만, 아직까지 통증 자체를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암환자들이 겪는 통증의 종류는 다양하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암환자들이 겪는 통증의 가장 큰 원인은 암 자체(65%)다. 암이 뼈나 신경계까지 퍼졌거나, 커져서 장기를 압박하면 통증이 생긴다. 그 다음은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요법에서 오는 통증(25%)이다. 항암 화학요법으로 인해 말초신경이 손상되거나, 방사능 치료가 유발하는 피부 자극 등이 이에 해당된다.
통증관리를 위해서는 우선 통증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환자는 가족과 의사에게 ▲통증이 어디에서 느껴지는지 ▲어떤 종류의 느낌인지 ▲통증의 강도는 어떤지 등을 말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보통 숫자를 활용해 통증을 구분한다. 0을 통증이 없음, 10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통증이라고 가정한 뒤 환자가 숫자를 매기게 한다. 일반적으로 1~4는 약한(경도) 통증, 5~6은 중간(중등도) 통증, 7이상은 강한(중증) 통증으로 구분한다.

2 통증관리 핵심 방법은 약물요법
그렇다면 암환자의 통증은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을까? 문지연 교수는 ‘약물투여’라고 말했다. 암으로 인한 통증의 80~90%는 약물요법으로 조절이 가능하다(대한마취통증의학회지, 2010). 이때 사용하는 약물은 마약성 진통제다. 많은 암환자들이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을 조절하고 있지만, 56~82.3%의 환자는 불충분한 통증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유럽 암학회 공식 학술지 <Annals of Oncology> 발표 논문 근거).
이유는 다양하다. 환자가 마약에 대한 편견으로 처방을 원하지 않거나, 의료진이 통증관리에 대한 지식이 불충분한 이유 등이다. 실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10개국의 의료진 1158명과 환자 249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42.8%의 환자들이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꺼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문지연 교수는 “진료하다보면 환자의 절반 이상이 ‘마약’이라는 단어 때문에 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간혹 약을 처방해줘도 먹지 않았다고 토로하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증을 계속 무시하면, 만성 통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 때문에 미국암센터협의체(NCCN)는 마약성 진통제를 모든 암성 통증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간·강한 통증에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권장한다.
조기에 시작해 한 가지 약제 유지하면 효과적
만성 통증을 잡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초기부터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를 적극적으로 처방하면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논문 결과도 있다.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한다고 하면 ‘마약에 중독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지만, 국내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통증 환자가 통증과 관계없이 정신적으로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를 탐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단, 다른 약물과 마찬가지로 내성과 신체적 의존성은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투여 용량을 높여야 한다. 통증의학 교과서로 쓰이는 한 책《Bonica's management of pain》에 따르면 용량을 증량할 때는 다른 종류 진통제를 함께 투여하는 것보다, 한 가지 약제의 양을 늘리는 게 효과적이다.
신체적 의존성과 마약 중독은 무엇이 다를까?
마약 중독은 정신적 의존성으로 분류한다. 약의 특정 작용을 체험하기 위해 섭취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가지면 정신적 의존성이다. 신체적 의존성은 이와 달리, 반복 투여에 의해 체내에 약이 계속 존재해 생체가 이에 적응하는 것이다.

3 마약성진통제 더 알아보기
먼디파마 ‘타진서방정’ 등 통증치료제 공급에 힘써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는 옥시코돈 성분을 이용한 것으로, 한국먼디파마의 ‘타진서방정’이 대표적이다. 서방정은 몸속에서 성분이 서서히 방출되는 정제약을 뜻한다. 타진서방정은 옥시코돈과 날록손의 복합제제로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을 필요로 하는 중등증 및 중증의 통증 조절에 효과적인 통증치료제이다. 옥시코돈은 80년 이상 사용돼왔으며 암성 통증, 신경병성 통증, 수술 후 통증, 기타 만성 통증 및 중증의 비암성 통증 치료에서 효과를 보인다.
타진서방정의 또 다른 성분인 날록손은 체순환에 들어가기 전 대부분(최소 97%)이 간에서 대사돼 옥시코돈의 진통 효과를 저해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마약성 진통제는 위장관 내 수용체와 결합하면서 변비를 유발하는데, 마약성 수용체에 길항제로 작용하는 날록손이 간에서 대사되기 전 위장관에서 마약성 수용체에 대한 옥시코돈의 작용을 차단함으로써 마약성 진통제로 유도된 변비를 감소시킨다.
마약성 진통제 Q&A
Q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를 자꾸 먹으면 중독된다?
암성 통증으로 복용하는 경우 중독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Q 참을 수 있는 만큼 참다가 통증이 심해지면 먹어야 한다?
통증이 시작되기 전이나, 통증 초기에 조절해야 만성 통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Q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면 나중에 약이 안 듣는다?
내성은 생길 수 있지만, 통증 강도에 따라 투여량을 계속 늘릴 수 있다. 단, 갑자기 많은 양을 투여하면 메스꺼움이나 변비, 권태감, 수면 시 불수의운동(의지와 관계없이 나타나는 몸 움직임) 등이 생길 수 있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부작용이 생기면 곧바로 주치의와 상담해야 한다.
Q 마약성 진통제를 잘게 가루낸 뒤 흡입하면 일반 마약과 같다?
현재 대표적인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옥시코돈 성분)에는 오남용 억제 기술이 도입돼, 개인이 억지로 힘을 가해도 잘게 부서지지 않거나 물 등에 용해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마약처럼 코로 흡입하거나 주사하기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