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병가 일수 10일 미만에 그쳐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개선됐지만, 직장 내 우울증에 대한 편견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와 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영훈 교수 공동 연구팀이 최근 1년 사이 직장에 다닌 18세에서 64세 사이의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우울증 진단을 받은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휴식기 없이 그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게다가 병가를 낸 사람도 휴식기간이 평균 10일정도로 짧아,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한 직장 내 편견으로 제대로 휴식기를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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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3명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의한 병가를 사용했으나, 평균 병가 일수가 10일 미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헬스조선 DB

연구진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직장인 1000명 중 7.4%(74명)가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이는 201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서 국내 인구의 우울증 평생 유병률과 같은 수치다. 이들 중 우울증 진단 후 병가를 신청한 직장인은 31%에 불과했으며 병가 기간 역시 9.8일에 그쳤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7개국의 경우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직장인의 51%가 병가를 신청하고, 병가 일수도 35.9일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에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직장인들이 정신질환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직장인들은 병가를 낼 때도 정신질환이 아닌 다른 이유를 대거나 숨기는 경우가 많아 휴가신청 사유에 '우울증'이라고 적는 비율이 34%에 그쳤다. 휴가 사유를 제대로 적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우울증인 것이 알려지면 직장생활이 어려울 것 같아서'가 75%로 가장 많았고, '개인적인 이유라서 비밀로 하고 싶어서', '말을 하더라도 나를 이해해줄 것 같지 않아서'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주변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우울증을 대하는 직장 내 분위기나 여건이 얼마나 경직돼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직장 내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있음에도 대부분이 대처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설문 조사에서 '직장 동료 중 하나가 우울증이 있다고 인지했을 때 어떻게 행동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212명 중 '우울증에 대한 대화를 회피하겠다'는 답이 30.2%(65명)으로 가장 많았다. '도움을 제안하겠다'는 답이 28.8%로 그 뒤를 이었지만, '어떻게 할 줄 모르겠다'고 답한 사람 역시 28.8%로 같은 비율을 보였다.

해운대백병원 김영훈 교수는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직장인의 경우 의욕 저하, 집중력 저하, 피로감 등으로 단순한 업무 처리에도 시간이 오래 걸려 생산성이 떨어지고 직장 내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머뭇거리거나 실수할 가능성도 커져 결과적으로는 회사는 물론 나아가 국가 경제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을 진단받고도 계속 일을 하는 경우 상당수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심각한 인지 장애를 보였다. 업무를 지속적으로 시행한 그룹의 57.4%가 집중력 저하를 보였고, 27.8%는 계획성 있게 업무를 추진하지 못했다 또한 25.9%는 의사결정능력에 장애를 보였으며, 13%는 건망증 증상을 보였다. 삼성서울병원 홍진표 교수는 "무엇보다 우울증을 진단받고 직무수행이 힘들면 눈치를 보지 말고 병가를 내거나 결근을 할 수 있는 직장 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회사에서는 우울증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우울증 치료와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정신의학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현정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