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날것’이 주는 아름다움에 빠지다

취재 강승미 기자 | 사진 김지아 기자

[이 사람의 힐링 라이프] 디자인 알레 우경미 대표

복잡한 도시 생활에 치이다보면 느리고 단순한 자연주의적 삶을 꿈꾸게 된다. 디자인 알레 우경미 대표도 그러했다. 디자인 알레는 하얏트 계열 호텔, 에르메스, 네이버, 판교 현대백화점 등 굵직한 기업의 조경 작업을 해온 조경디자인회사이다. 논밭이 있는 교외보다는 길쭉하게 뻗은 빌딩이 즐비한 서울 청담동 한복판에 있는 것이 어울릴 법하다. 그러나 우 대표의 과감한 결단 아래 디자인 알레는 서울 근교 과천으로 둥지를 옮겼다. 트렌디한 조경디자인 같은 겉모습보다 가공하지 않은 자연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너무도 즐겁다는 디자인알레 우경미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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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여는 아침

서울에서 15분만 차를 몰고 외곽으로 나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좁은 1차선 도로를 따라 굽이굽이 들어가다가 ‘디자인 알레(DESIGN allee)’라는 작은 푯말을 마주친다. 골목 끝에 다다르자 너른 정원이 펼쳐지고, 작업용 앞치마를 두른 이가 보인다. 이른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우경미 대표는 이미 정원에 나와 소일거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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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넓은 곳을 혼자 돌보는 거예요?

저야 늘 24시간 이곳에 있으니까요. 아침이고 밤이고 눈에 띄는 대로 이렇게 손질하는 거죠, 하하. 남편도 이런 걸 좋아해서 같이 해요. 그리고 여기는 회사 식구들이 모두 함께하는 공동 농장 같은 곳이에요. 서로 도와서하지 않으면 해나가기 어렵거든요. 누구든 지나가면서 치워야 할 게 보이면 치우고 손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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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알레 1층 카페의 테라스석.

주로 뭘 키워요?

블루베리부터 가지, 허브 등 내키는 대로 일단 다 심어봐요(웃음). 피망·파프리카·오이·가지·토마토 등 채소도 재배하고요. 온실에서는 로즈마리 등 허브와 구군식물을 키워요.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대신 찌꺼기 등으로 만든 퇴비를 사용해 영양분을 공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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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알레에 들어서는 입구

키워서 직접 다 드세요?

그럼요. 내 손으로 키운 거니 믿고 먹게 되더라고요. 정원에서 바비큐할 때 밭에 심어놓은 상추를 따다가 쌈을 싸 먹고요. 로즈마리 등 향긋한 허브를 샐러드에 넣기도 하고, 빵 만들 때 넣기도 해요.

직접 키운 걸 먹으면 더 맛있게 느껴질 것 같아요.

맛이 달라요. 오이나 토마토 같은 채소는 그냥 베어 물기만 해도 단맛이 나요. 햇빛을 마음껏 받고 자라서 그런지 껍질도 더 튼튼하고 단단해요. 시중에서 파는 것과는 향도 확연히 달라요. 애플민트나 로즈마리 등 허브는 주변에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특유의 향이 훅 올라오고요.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싶은데, 정말 먹어보지 않으면 모를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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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에서 직접 키운 허브를 넣은 딸기 샐러드.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식재료가 지천에 있으니, 그것들을 갖고 요리해서 먹어요. 집에서 요리할 때도 있지만, 우리 사무실 안에 있는 주방에서 밥해서 먹기도 하죠. 주변에 나가서 먹을 데가 별로 없기도 하고, 배달음식은 지겨워서 아예 주방을 만들었어요. 사무실 식구들끼리 돌아가면서 다양하게 요리하는데, 다들 요리 실력이 수준급이에요. 여기서 자꾸 요리해 먹다보니까 인스턴트 음식은 안 찾은 지 오래된 것 같네요.

저절로 건강해질 것 같아요.

그렇죠. 제철 따라 자연에서 나는 식재료를 바로바로 먹으니까요. 건강에서 음식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점에서 보면 저도 나름 건강을 잘 지키고 있는 편 아닐까요?

 

자연이 주는 즐거움

마이알레 농장은 봄이면 장미가 만발하고, 여름이면 정원 가득 푸릇한 잎이 자라나 숲이 우거진다. 가을이면 각종 농작물이 풍성하게 자라며, 겨울에는 눈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그리워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는 우 대표의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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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미 대표는 반려견 마루(왼쪽)와 오토(오른쪽)와 함께 있을 때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원래 자연을 좋아했나요?

어릴 적부터도 워낙 자연을 좋아했어요. 또 조경디자인 일을 해오다보니 자연은 이제 제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거처를 청담동에서 과천으로 옮긴 건가요?

자연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도심 한가운데인 청담동에 사무실이 있을 때는 자연을 접할 일이 별로 없잖아요. 그 공간 안에서 실내 식물도 키워가며 인위적으로 자연을 만들었지만, 그것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어느 날 결심했어요. 진짜 자연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작업실, 창고, 디자인 사무실 등 하나씩 옮겨가며 이사를 시작했어요. 제대로 자리를 잡은 지 이제 3년 정도 됐어요.

도시를 벗어나면 뭐가 좋은가요?

삶에 활기를 찾게 되었다고 할까요. 집에 들어가서 눕거나 쉬거나 할 틈이 없어요. 농장 일은 정말 손이 많이 가요.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 손이 가지 않으면 안 될 일이 많아요. 이리저리 움직이다보니 따로 운동할 필요가 없을 정도예요. 공기도 확실히 좋아요. 여기 뒤가 바로 청계산이거든요. 차 탈 일이 별로 없는 것도 좋죠. 서울에살 때는 출퇴근하느라고 답답한 차 안에서 두 시간씩 있었는데요. 사무실과 집을 모두 여기로 옮겨버리니 차 안에 갇힐 일이 없어져서 좋아요. 그만큼 제 시간도 여유 있게 쓸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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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3층 라운지 공간. 클래식 음악, 미술, 원예 등 각종 소규모 클래스가 열린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전혀요. 여기에서 사는 게 정말 좋아요. 사계절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어요. 맨날 사진 찍는 게 일이라니까요. 자연을 그대로 느끼고 있으면 살아 있음을 더욱 실감하게 돼요. 낮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밤도 아름다워요. 해가 지면 야외 등을 켜놓고 풍경을 감상하거든요. 그럴때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귀농을 추천하는 입장이죠?

강력 추천합니다. 하지만 귀농 전에 일거리를 찾아야죠. 그냥 무작정 아무 일 없이 있는 것보다 일을 하는 편이 보람도 생기기 때문이죠. 작게라도 개인적인 비즈니스를 하든지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일 등 찾아보면 할 게 많을 겁니다. 또한 혼자서보다는 다른 이와 함께 귀농하는것을 추천해요. 가령 꽃이 예쁘게 핀 것을 혼자 보면 ‘와~ 예쁘다’ 하고 말지만, 다른 사람들이 옆에서 ‘그렇지 너무 예쁘다’라며 공감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기쁨이 커지는 거죠. 게다가 현실적으로도 농사 일 하려면 일손이 많이 필요하니까, 함께하는 사람이 여럿일수록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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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도 자연을 가까이 하는 방법

자연을 가까이서 느끼고 싶어 귀농의 꿈을 품었더라도, 바로 거처를 옮기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가까이하는 방법은 없을까. 우경미 대표는 작은 화분 하나만 책상 위에 올려두어도 자연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골로 가고 싶어도 그렇지 못할 수 있잖아요. 아파트 같은 공간에서 자연 친화적인 라이프를 즐길 방법은 없을까요?

작은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든 가능해요. 예를 들면 집안에서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한쪽 공간을 찾아보세요. 그곳에 자기만의 자연을 들여놓으세요. 화분을 둬도 좋고, 꽃을 키우거나 관엽식물, 선인장 등을키워도 되고요. 베란다가 있으면 작게 텃밭을 만들어보세요. 금세 근사해집니다.

그 정도로도 자연에 대한 갈증이 해소될까요?

자연이 아예 없는 삭막한 환경에 비하면 천지 차이죠.  단 한번 키워보세요. 식물을 가꾸다보면 자연을 저절로 느끼게 될 겁니다. 계절이 지나면서 잎이 떨어지기도 하고, 열매가 맺기도 하는 걸 보면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게 돼요.

식물을 가꿀 때 팁을 알려준다면?

처음 원예를 시작할 때 작은 화분을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에는 오히려 큰 화분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화분이 작으면 그만큼 토양이 작아서 흙이 빨리 말라요.  시 물을 주면 금방 촉촉해지고요. 그러다보면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일정한 수분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어요. 그리고 작은 화분이 식물이 자라면서 뿌리가 금방  분 안에 꽉 차기 때문에 화분갈이를 자주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어요. 하지만 키울 공간이 좁아서 작은 화분을 놓아야 하는 경우에는 물을 적게 줘도 되는 선인장을 기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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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알레 2층 소품숍 전경. 물뿌리개, 모종삽, 화분 등 원예 용품이 가득하다.

자연 친화적 삶을 알리는 라이프스타일 농장

자연주의, 그린라이프 등 자연 친화적인 삶에 대해서 많이 얘기하지만 정작 실천하려 들면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 우경미 대표는 자연 친화적인 삶이 우리 곁에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며,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렇게 라이프스타일 농장 마이알레가 탄생했다.

 

마이알레는 어떤 곳인가요?

자연을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는 곳이에요. 조경디자인을 하면서 주로 회사를 상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개인을 상대로 일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죠. 자연을 사랑하는 여러 사람들이 서로 공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걸 하나요?

작물 재배, 원예 등 도심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쉽게 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소규모 클래스를 열어요. 농장을 돌며 자연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강의를 듣지 않아도 그저 여기에 와서 구경해도 좋아요. 1층 카페와 2층 소품숍을 천천히 보다보면 자연주의 라이프를 몸소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카페에서는 우리 농장에서 키운 작물로 요리한 음식을 맛볼 수 있고요. 소품숍에서는 물뿌리개, 모종삽, 화분, 앞치마 등 원예 용품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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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는 인기가 많아요?

다양하게 변신해서 그런지 반응이 좋더라고요. 음악회도 하고, 클래식 강의도 열고요. 기업 워크숍도 많이 해요. 워크숍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힐링’ 프로그램으로 구성돼요. 아침에 요가하고 나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꽃꽂이하는 프로그램도 인기 많고요. 아이리스가 만발하는 4월에는 아침 일찍 정원을 돌아보고, 정원에 둘러앉아 피크닉바구니를 펼쳐놓고 차를 마시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여러 명이 모이면 자연과 함께하는 힐링 클래스는 얼마든지 가능하답니다. 지난번에는 현대카드 임직원들과 세미나를 했어요. 오전에 클래식 강의를 듣고, 우리 농장에서 직접 키운 재료로 준비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다같이 크리스마스 리스를 만들었어요. 어찌나 재밌어 하는지, 그 모습만 봐도 뿌듯해요.

봄입니다. 마이알레에선 또 어떤 일을 준비하고 있나요?

매년 봄이면 마이알레에서 ‘봄마켓’을 하는데요. 이번에는 4월 23~24일에 열립니다. 정원, 원예, 리빙 소품은 물론이고, 직접 만든 빵과 수제잼 같은 음식 등 다양한 것을 준비 중이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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