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당뇨병 환자 생활습관 밀착 관리… 합병증 막는 것도 의사 의무"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전문가 인터뷰] 고경수 상계백병원 당뇨병센터 교수

혈당 관리 안 되면 합병증 빨리 와
족부·시력 잃거나 심장 질환까지
"식사·운동… 자연스러운 변화 유도"

"당뇨병이 있는 줄도 모르고 발이 저려 병원에 왔다 당뇨합병증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많아요.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몸이 망가지는 줄 모르고 병을 키운 환자를 보면 안타깝습니다. 그 상태라도 빨리 치료를 해 더 나빠지는 것은 막아야죠." 서울 상계백병원 당뇨병센터 고경수 교수는 "당뇨병보다 합병증이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당뇨합병증은 높아진 혈당 때문에 혈관이나 신경이 손상돼 나타난다. 당뇨합병증 중 가장 많은 게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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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백병원 당뇨병센터 고경수 교수가 당뇨병 환자의 검사 기록을 보고 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병의 가장 흔한 합병증이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발 절단하는 '당뇨족',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원인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주로 팔다리에서 생기는데 환자들은 '이유 없이 화끈거린다, 저린다, 따끔거린다' 등으로 표현한다. 고혈당으로 신경과 연결된 혈관이 망가지면서 영양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전선의 피복 같이 신경을 감싸고 있는 신경섬유가 손상돼 자극이 없어도 스스로 이상 신호를 낸다. 처음에는 감각이상만 나타나다가, 증상이 오래 돼 신경이 완전히 망가지면 감각이 전혀 없는 '의족(義足)' 상태가 된다. 그러면 발에 상처가 나도 아프지 않아 모르고 지나간다. 고 교수는 "방치하다 상처가 깊어져 궤양이 생기면 치료가 잘 안 돼 결국 발을 잘라내야 한다"며 "증상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발을 잘라내는 것을 막을 수 있는데 나이 탓이나 일시적인 증상으로 무시하다 병이 커진다"고 말했다.

당뇨가 심해 눈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모세혈관이 손상될 수도 있다. 손상된 모세혈관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혈관이 눈에 과도하게 생기면 당뇨망막병증으로 시야가 흐려진다. 신장의 모세혈관이 손상되면 노폐물이 배설되지 못하고 쌓여 신부전으로 커지거나 심장 혈관을 손상시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뇌경색 등이 생긴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1.2%(3만2300여 명)은 말기신부전이 있었고 16%(43만1900여 명)는 당뇨망막병증을 동반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눈 검사를 받는 당뇨병 환자는 30%에 불과했다. 심장혈관에도 영향을 끼쳐 당뇨병 환자 1만명 중 74명은 스텐트 시술을 받았는데, 이는 당뇨병이 없는 환자의 7배나 되는 수치다. 스텐트 시술이 불가능해 관상동맥 우회 수술을 받는 당뇨병 환자도 1만명 당 5.6명이나 됐다. 고경수 교수는 "일반적으로 당뇨병을 앓는 기간이 오래될수록 합병증 위험은 커지지만 당뇨병 초기라도 혈당 수치가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합병증이 빨리 생길 수 있다"며 "특히 비교적 젊은 40대 환자들은 관리를 소홀히 하다 합병증이 생긴 뒤에 뒤늦게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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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변화 이끄는 게 의사 능력"

당뇨병 환자는 약으로 혈당이 떨어진 상태를 잘 유지하면 당뇨병 관리를 잘 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고 교수는 "당뇨병 관리에서 약 만큼 중요한 게 건강한 생활습관"이라며 "의사는 당뇨병 환자가 생활습관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 교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밀착형 상담이다. 고 교수는 두세 달마다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그동안 무엇을 주로 먹었고,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묻는다. 환자가 하는 말 중에 긍정적인 부분은 더 격려를 하고, 고쳐야 할 것 중 딱 한 가지만 다음 진료 때까지 지키게 한다. 고경수 교수는 "평생 흰쌀밥만 먹던 70대 노인에게 까끌까끌한 현미밥을 먹으라는 것은 치료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며 "평생 몸에 들인 생활습관은 되도록 유지하되 '하루에 30분만 걸어라' '간식을 한 달만 끊어 보자' 같이 당뇨병에 영향을 주는 것을 하나씩 부담 없이 지키게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당뇨합병증 검사는 초등학생 숙제 검사하듯 고 교수가 직접 꼼꼼하게 챙긴다. 고 교수는 "증상이 없는 환자에게 합병증 검사를 하라고 하면 대부분 무시하고 지나치기 일쑤"라며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의사의 의무"라고 말했다.

'특효약'으로 알려진 각종 식품 맹신은 금물

당뇨병은 한 번 생기면 평생 관리를 해야 한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느끼기 어렵고 약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각종 건강식품이나 민간요법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고 교수는 "당뇨병에 좋다고 알려진 각종 식재료는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하고 오히려 신장이나 심장, 소화기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이런 식품을 먹을 때에는 반드시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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