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앤 피플] 영화·사진으로 심리 치료하는 심영섭 '심영섭 아트테라피 센터' 대표

영화뿐 아니라 사진, 그림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이용해 내담자(상담받기 위해 찾아온 사람)의 심리를 치유하는 데 10년 넘게 종사한 인물이 있다. 영화평론가로 이름을 날린 심영섭 대표다. 그는 현재 자신의 이름을 건 상담센터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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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 아트테라피 센터 대표 심영섭

영화치료,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많은 사람을 울고 웃고, 때로는 뭉클하게 만드는 영화. 이 영화를 이용해 사람의 심리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영화치료'인데,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영화치료란 영화를 이용해 내담자의 마음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분석해 심리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영화치료라는 용어는 1990년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심리학과 스튜어트 교수는 '영화란 영혼에 놓는 주사'라고 말했다. 그만큼 영화가 사람의 심리를 끄집어내고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영화치료를 국내에 처음 들여온 사람이 바로 '심영섭 아트테라피 센터' 심영섭 대표다. 심 대표는 올해로 생긴 지 7년째 되는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의 초대 회장이기도 하다. 심 대표는 영화치료의 효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다', '치료받기 이후의 삶이 이전과 너무 다르다'고 얘기해요. 삶이 완전히 변화되는 거죠. 그만큼 예술을 이용한 치료의 힘은 강력합니다."

영화치료는 우선 내담자가 영화를 본 후 치료사와 함께 이야기하며 내담자의 생각과 느낀 점 등을 공유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영화 선택은 치료사가 하는데, 영화 속 소재보다는 치료 목적에 맞춰 영화의 주제를 선택한다. 치료사는 영화의 인물이나 줄거리, 그와 관련해 내담자가 느끼는 감정 등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내담자의 성향, 그동안 드러내지 않은 생각 등을 끄집어내 분석한다.


영화 관람 후의 힐링 효과는 반나절이면 사라져
심 대표는 2003년 영화치료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그는 심리학 박사 과정 중 논문만 남겨놓고 영화평론가 활동을 겸하고 있었다. 심리학과 영화, 둘 다 흥미로웠지만 서로 거리가 있는 학문이어서 하나는 접어야 할 것 같아 고민하던 차에 영화치료를 접했다.
"영화치료라는 개념을 접했을 때 제 삶에 등대가 나타나 빛을 밝혀주는 것 같았어요.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면서 인생을 영화치료에 전념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죠."
심 대표는 영화치료가 진로 정하는 것을 돕기 위해 활용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때는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를 활용할 수 있다. '빌리 엘리어트'에는 발레에 흥미를 갖고 있는 주인공이 로열발레학교 심사위원 앞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심사위원이 "춤출 때 느낌이 어땠냐"는 물음에 주인공은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다"는 말로 답한다.
"이 장면에서는 몰입이라는 감정을 내담자에게 알게 할 수 있어요. 내담자에게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일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을 하면서요."
좋은 영화를 보면 누구나 힐링을 느끼는데 영화치료가 일반적인 영화관람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심 대표의 답변은 이렇다.
"영화를 보고 힐링되는 것은 분명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효과가 오래 가지 않아요. 대개 반나절도 안 돼서 효과가 사라지죠. 이후 치료사와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영화치료는 영화를 통해 환자가 무엇인가를 느낀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료사가 영화 줄거리, 주인공의 성향 등을 환자와 이야기하면서 환자의 심리 상태를 분석·치료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심 대표에 따르면 영화치료는 단순히 말로 하는 상담치료보다 효과적이다. 말은 의식적이고 방어적이지만 영화·사진 같은 예술을 접할 때는 자신도 모르는 새 무의식이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것. 심 대표는 이런 예술 활동의 장점을 살려 영화뿐 아니라,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역할극을 해보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이용해 내담자의 심리를 분석·치료하고 있다.


심리학과 영화를 결합할 수 있어서 좋아

심 대표는 상담하는 일을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하며 나이가 60이 넘어서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연구소에 사람이 북적이는 건 바라지 않는단다.
"정말 간절함을 가지고 온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해주는 데 만족합니다. 서울 한구석에 있는 제 연구소까지 오는 사람들을 보면 실제로 모두 간절해요."
심 대표는 2월에 미국으로 떠나 1년간 휴식을 취하다 올 예정이다.
"그동안 소처럼 일해서 이제 좀 쉬고 싶어요. 쉬는 동안 영화치료에 대한 책을 쓸 계획입니다. 제가 없는 동안 다른 연구원들이 저만큼 열심히 일해주고 있을 거예요. 다들 저와 함께 10년씩 연구한 베테랑입니다. 충분히 잘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취재 이해나 기자 | 사진 김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