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골프·테니스 엘보쯤이야’라고요?

글 조현우(한맘플러스 재활의학과의원 원장)

헬시 골프

▲ 골프만 했는데 왜 테니스 엘보가 올까?


나에게 테니스 엘보가 찾아온 날

드라이버가 조금 빗맞아서 비(飛)거리를 손해봤다. 핀까지는 190m 정도 남았다. 그린 주변에는 특별한 위험물이 없으니 두 번째 샷이 거리만 제대로 나온다면 그린 위에 올릴 수 있겠다 싶었다. 3번 유틸리티 클럽을 잡고 힘껏 휘둘렀다. 마음먹은 대로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왼쪽 바깥쪽 팔꿈치에 ‘찡’ 하고 기분 나쁜 신호가 전해져온다. 아뿔싸! 나에게도 테니스 엘보가 찾아온 것인가? 그럭저럭 라운딩을 마치고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진료실에서 초음파 기기를 켜고 팔꿈치를 탐색해보았다. 다행히 초음파상으로 큰 손상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고, 힘줄 주변이 약간 부어 있는 소견만 관찰되었다.

골프로 인한 팔꿈치 손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자주 만난다. 이들은 바깥쪽 팔꿈치를 만지면서 아래 팔이 저리다거나 팔힘이 빠져서 물건 들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과거에도 가끔 팔꿈치가 아팠지만 금방 좋아져서 병원에 가지 않고 골프를 계속하였는데 점점 통증이 심해져서 어프로치 연습조차 힘들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이런 환자의 팔꿈치 바깥쪽을 누르거나 손목을 뒤로 젖히면 팔꿈치가 아프거나 찡하는 통증이 발생한다고 호소한다. 엑스레이나 초음파검사를 하면 대부분 ‘테니스 엘보’라는 진단이 내려진다. “저는 테니스를 안 하는데요?” 환자는 눈이 휘둥그레지지만 바깥쪽 팔꿈치의 손상, 즉 테니스 엘보다.

골프만 했는데 왜 테니스 엘보가 올까?

골프를 했는데 왜 테니스 엘보가 생길까? 이런 의문이 들겠지만 골프하다가 골프 엘보보다 테니스 엘보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바깥쪽 팔꿈치 근육에 손상을 입는 테니스 엘보는, 안쪽 팔꿈치 근육에 손상을 입는 골프 엘보보다 5배 더 많다고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는 골프로 인한 팔꿈치 손상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프로 골퍼가 팔꿈치 손상을 입는 경우는 전체 골프 손상에서 6%에 불과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는 전체 골프 손상의 35%가 팔꿈치 손상이다. 또한 아마추어 골퍼는 팔꿈치 손상의 80% 이상이 안쪽 손상, 즉 테니스 엘보다.

골프의 스윙 동작 중 손목과 팔꿈치가 부상을 입기 쉬운 구간은 톱과 임팩트, 그리고 릴리즈(임팩트 후 오른손이 왼손으로 넘어가는 동작)할 때다. 이때 스윙 템포가 너무 빠르거나 스윙 동작 중에 손목이 적절한 위치에 있지 않으면 손상 입기 쉽다. 확실히 아마추어 골퍼는 프로 골퍼에 비해 손목을 많이 사용한다. 허리와 어깨의 유연성 부족으로 인한 비거리 손실을 줄이기 위해 손목과 아래 팔 부위에 힘을 잔뜩 넣어(프로보다 10% 이상) 임팩트를 가한다. (독자들도 자신의 스윙을 한번 잘 확인해보기 바란다) 이렇게 잘못된 방법으로 공을 치지만 공이 잘 맞을 경우 계속해서 같은 방법으로 스윙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팔꿈치 손상, 특히 테니스 엘보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 테니스 엘보(그림의 원 안)는 팔꿈치 바깥쪽 힘줄이 손상 입는 경우를 말한다. 팔꿈치 안쪽 손상은 골프 엘보다. /그림=그림 셔터스톡


근육 손상의 작은 경고 무시하면 건병증으로 고생할 수도

이제 건병증(Tendinosis)이라는 병에 대해서 알아보자. 건병증은 염증 등으로 인해 힘줄에 변성이 온 상태를 말한다. 근육은 한 뼈와 다른 뼈에 붙어서 수축과 이완을 통해 관절이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조물이다. 근육 덩어리가 바로 뼈에 붙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질긴 힘줄 형태로 변형되어 뼈에 붙어 있다. 힘줄은 과도한 사용이나 큰 충격으로 파열되는 경우가 있다. 힘줄 안에서 미세파열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염증이 발생하여 힘줄이 붓는다.

이런 염증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보통 5일 내에 끝난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손상을 입으면 국수다발처럼 가지런히 놓여 있어야 할 힘줄섬유들이 갈라지고 흐트러진다. 이렇게 힘줄 속에 형성된 이상 조직은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섬유를 포함하고 있어 근육을 사용할 때마다 기분 나쁜 통증을 일으킨다. 또 이런 이상 신호가 오는데도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힘줄의 부분파열로 진행되기도 한다. 바로 건병증이다. 건병증은 마치 홍수 후에 오물찌꺼기들이 잔뜩 쌓여 있는 상황과 같다. 이로 인해 정상 힘줄에서는 없는 통증이 생겨나고 정상적인 근육운동에 의한 관절운동이 어렵게 된다. 작은 손상이 여러 번 발생하면서 팔꿈치에서는 통증을 우리 뇌에 전달하고 휴식과 치료를 하라고 부탁하는 신호를 여러 번 보냈으나 이를 무시한 결과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연습량이 많을 경우 몇 번씩 충격을 경험하게 될 수밖에 없다.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감지되면 되도록 빨리 전문병원을 찾아서 몸상태를 체크하여,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고 조심하는 것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건병증의 치료는 가능한 한 조기에 시작할수록 좋다. 힘줄 조직이 손상을 입으면 상당히 오랜 기간 치료해야 하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초기엔 적절한 휴식과 얼음찜질이나 진통소염제 복용만으로도 진행을 막을 수 있지만 중기에는 스트레칭, 충격파 치료, 도수치료(손을 이용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보다 더 악화되면 포도당을 사용하는 증식주사(프롤로주사), 자가혈액주사 등이 동원되어야 하며 최악의 경우 수술까지 갈 수 있다.

건병증 예방하는 골프 수칙

➊라운드 전 충분한 스트레칭이 필수다. 손목을 폈다 굽혔다 하는 운동을 반드시 포함시켜라. 스트레칭은 30초 이상 유지하면서 충분히 한다.

➋스윙은 되도록 천천히 한다. 너무 빠른 백스윙 끝의 빠른 다운스윙은 임팩트 시 충격을 크게 해 테니스 엘보의 위험이 커진다. 백스윙을 천천히 부드럽게 한다는 마음을 가지면 스윙 템포가 잘 맞아 좋은 샷을 날릴 수 있고 팔꿈치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➌비거리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어깨가 충분히 돌아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비거리에 대한 욕심을 내다 보니 손목을 강하게 쓸 수밖에 없다. 평소에 허리의 코어근육과 몸통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고, 스트레칭을 규칙적으로 하면 비거리가 늘어난다.

➍임팩트 순간에는 왼쪽 팔꿈치가 강한 충격을 받는다. 이는 짧은 순간이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테니스엘보 위험이 커진다. 임팩트 시 왼 손목이 자연스럽게 펴지고 오른 손목을 굽히면서 릴리즈해야 팔꿈치에 걸리는 부담이 줄어든다.



조현우

한맘플러스 재활의학과의원에서 골프클리닉을 담당하고 있는 재활의학과 전문의다.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스포츠의학회, 대한임상통증학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골프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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