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보조 장치, 심장 치료술 발전시켜
약물 방출 스텐트, 혈관과의 협착 방지
소형화된 인공 판막, 시술로 교체 가능

심장 수술은 난도(難度)가 매우 높은 외과 수술 중 하나다. 평균 수술 시간이 10시간이 넘고 가슴을 열고 갈비뼈를 잘라야 하는 등 수술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수술이 실패할 위험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20~30년 전부터 심장 치료에 도움을 주는 보조 장치들이 개발, 상용화되면서 가슴을 열지 않은 채 진행하는 '시술'이 '수술'을 서서히 대체하고 있다. 심장 치료에 대한 의사와 환자의 부담이 모두 크게 준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한 대표적인 보조 장치가 혈관 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스텐트(혈관 내 삽입하는 관)'와 '인공판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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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트, 인공판막 같은 심장치료 보조장치들이 생기면서 위험 부담이 컸던 심장 수술이 간단한 시술로 바뀌어가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스텐트, 혈관 협착 크게 줄여

스텐트는 좁아진 혈관 사이에 끼워 혈액이 지나는 통로를 넓히는 데 쓰이는 장치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협심증, 심근경색이 생겼을 때 주로 쓰인다. 금속으로 만들어졌지만 구멍이 많은 망(網)의 형태여서 혈액이 쉽게 통과한다. 덕분에 가슴을 여는 수술 대신, 사타구니에 1㎝ 미만의 절개창을 내 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한 후 막힌 심혈관 부위까지 이동시켜 치료하는 '시술'이 가능해졌다.

스텐트의 재료와 성능도 계속 발전 중이다. 스테인리스 합금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스텐트는 유연성이 덜했다. 하지만 현재는 스텐인리스 합금의 내구성과 함께 유연성까지 갖춘 코발트-크롬 재질의 스텐트가 주로 쓰이며, 혈관에 가하는 자극이 줄었다.

2003년에는 '약물 방출 스텐트'도 개발됐다. 기존 스텐트는 혈관에 삽입했을 때 혈관과 협착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약물 방출 스텐트는 혈관이 스텐트를 이물질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면역억제제가 도포돼 혈관과의 협착이 거의 없다. 최근에는 스텐트를 길게 만들어 넓은 환부를 스텐트 한 개로 치료 가능한 '레졸루트 오닉스'라는 약물 방출 스텐트도 나왔다.

◇인공판막도 소형화, 시술로 가능

심장으로 혈액을 들여보내거나 심장에서 혈액을 방출시키는 혈관에는 혈류 방향을 조절하는 '판막'이 있다. 판막은 혈액이 바른 방향으로 흐르게 돕는데, 판막이 딱딱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인공판막으로 교체해야 한다. 최근에는 인공판막을 일시적으로 소형화시켜 다리 혈관을 통해 심장까지 이동시켜 치료하는 시술이 시도되고 있다.

▷경피적 대동맥 판막 삽입술=대동맥(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방출하는 혈관) 판막은 혈액 속 지질 성분이 쌓여 딱딱해지거나 막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인공판막으로 교체가 필요할 수 있다. 인공판막은 1㎝ 미만의 크기로 접혀 혈관을 따라 이동한 뒤 시술이 필요한 위치에서 우산이 펴지듯 커진다. 보통 인공판막이 한 번 커지면 다시 줄이기 어려워 시술 위치를 잘못 잡았을 때는 재시술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판막이 커졌어도 크기를 줄여 위치를 이동시킨 뒤 다시 크기를 키우는 기기가 나와 시술 중의 위치 재조정이 가능해졌다. 대표적인 인공판막이 에볼루트 R이다.

▷경피적 폐동맥 판막 삽입술=폐동맥(심장으로 들어온 혈액을 폐로 보내는 혈관) 판막은 선천적으로 막혀있는 경우가 많은데, 혈액의 흐름이 느린 편이어서 인공판막을 넣으면 혈전이 잘 생긴다. 따라서 이물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속 대신 실제 조직(돼지 판막 등)으로 만든 판막을 쓰는데, 10년 마다 교체해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최재영 교수는 "과거에는 매번 가슴을 절개하는 수술을 해야했지만, 소형화된 인공판막이 나오면서 이를 시술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며 "덕분에 입원 기간은 물론 합병증 위험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폐동맥 인공판막은 멜로디 밸브가 유일하다.

◇"장치 더 유연하고 작아질 것"

여러 보조장치가 개발됐어도 아직 심장 시술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나이가 너무 많아 혈관이 약하거나 혈관이 과도하게 꺾여있는 경우다. 이들은 보조 장치가 혈관에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혈관이나 주변 조직이 손상을 입기 쉽다. 이에 대해, 최재영 교수는 "앞으로는 심장 시술을 위한 보조 장치들이 더 유연해지고 작아져, 현재 시술이 불가능한 환자들에게도 모두 쓰일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