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심전도 결과지에 적힌 서맥, 빈맥, 심방세동이 대체 뭐야?
글 안지현(KMI 한국의학연구소 의학박사)
입력 2015/11/20 09:21
운전을 하다 학교 앞 ‘서행’이라는 표지판을 보곤 한다. 자동차의 주행속도를 줄여 천천히 느리게 가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심장박동수가 느린 것을 ‘서맥’이라고 한다. 대개 사람의 심장은 1분에 60~100회 정도 뛴다. 아주 어릴 때에는 정상적으로 1분에 110~150회까지 뛰지만 나이 들수록 65~85회로 내려온다. 심장박동수는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긴장하거나 운동 중일 때 빨라지고, 편안한 상태나 수면 중에는 느려진다. 보통 박동수가 1분에 60회보다 느린 경우를 서맥으로 간주한다. 서맥 가운데 심장의 전기적 신호가 처음 시작되는 ‘동성결절’에서부터 박동수가 느린 경우를 ‘동성서맥’이라 한다. 건강검진에서 서맥인 경우는 대부분 증상이 없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건강한 사람도 서맥인 경우가 많고, 평소 운동으로 단련된 경우 박동수가 1분에 50회 아래인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동성서맥에서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간혹 혈압약 가운데 일부 약이나 갑상선호르몬이 덜 나오는 갑상선기능저하증 때문에 박동수가 느려지기도 한다. 드물지만 박동수가 매우 느려 어질어질한 증상이 있다면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서맥과 반대로 박동수가 1분에 100회 이상으로 빠른 경우를 ‘빈맥’이라 한다. 건강한 사람도 바삐 걷거나 달린 뒤, 커피를 마신 뒤, 불안하거나 초조할 때 박동수가 빨라진다(동성빈맥). 열이 날 때, 통증이 있을 때, 탈수가 있을 때, 빈혈이 심할 때에도 빈맥이 생길 수 있다. 만약 더위를 참기 힘들고 땀이 나고 체중이 줄어드는 증상이 함께 있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의심할 수 있다. 편안한 상태에서도 항상 빈맥이 있다면 진료를 받도록 한다.
심전도에서 부정맥 소견이 있더라도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러 부정맥 가운데 치료가 꼭 필요한 흔한 부정맥으로 ‘심방세동’을 기억해야 한다. 심방세동은 심장박동이 매번 고르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왼쪽 손목에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대면 불규칙한 맥박을 느낄 수 있다. 박동이 고르지 않은 심방세동도 오래 지속되면 심장 안에 피떡이 생긴다. 피떡이 어느 순간 떨어져 나가면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중풍)이 오거나 장혈관을 막아 배가 심하게 아플 수 있다.
따라서 평소 피떡이 생기지 않도록 피를 묽게 하는 약을 써야 한다. 심방세동 환자가 빈맥까지 겹치면 혈압이 떨어져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박동수 조절이 필요하다. 또한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의 질병이 심방세동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원인을 찾아 함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심방세동의 경우 전문의의 처치를 통해 정상 심장박동으로 회복시키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