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당일 예민해져 있는 상태에서 번거로운 병원 시스템에 지쳐 짜증났던 기억이 납니다. 이름과 아픈 곳을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몰라요. 수술 전 입원하는 동안 친해진 간호사도 있었는데, 그도 수술 당일이 되니 처음 보는 사람처럼 이름과 나이, 아픈 곳을 자꾸 묻더라고요. 간호사와 수술실로 이동하는 중에 다른 의료진을 만나 함께 들어가는데, 그도 간호사한테 제 신원을 다 들어놓고 저한테 이름, 나이, 아픈 곳을 또 물어봤어요. 수술실에 들어가서도 똑같은 말을 두세 번 더 했습니다. 차트에 보면 다 나와 있을 텐데, 똑같은 말을 굳이 반복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A 환자에게 이름과 아픈 부위를 수차례 묻는 것은 '안전한 의학적 처치'를 하기 위함입니다. 수술을 포함한 의학적 처치를 할 때, 한 명의 의료진이 모두 도맡아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이 협업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때 의료진 사이에서 환자의 정보를 주고받는 순간이 생깁니다.
환자가 병동에서 담당 간호사의 관리를 받다가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기 위해 검사실로 이동할 때 담당 간호사가 검사실 직원에게 환자의 정보를 인수·인계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런 일은 여러 번 반복되는데, 단 한 번이라도 잘못 인수·인계했다가는 잘못된 환자에게 잘못된 부위에 잘못된 치료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수술실에서 환자가 마취된 사이 의사가 인수·인계를 잘못 해 병든 오른쪽 다리 대신 멀쩡한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의료사고가 생길 수 있는 겁니다.
환자와 부위를 헷갈리지 않고 제대로 된 의학적 처치를 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09년 '안전한 수술 가이드라인'을 발간, 환자의 신분을 반복적으로 확인해서 의료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의료진은 환자에게 병실에서 나온 순간부터 수술 시작 전까지 4~5회 이상 똑같은 것을 묻고 의료진끼리 확인하면서 환자 정보를 되새기지요.
좀더 안전하게 제대로 된 수술을 받고 싶다면 의료진이 정보를 물을 때 귀찮아하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답하는 게 좋습니다. 신원을 물어오는 의료진이 있으면 무조건 처음 보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이름, 나이, 수술받기로 한 부위, 병명, 수술명을 읊어주는 겁니다. 예를 들면 "김철수, 58년생, 왼쪽 무릎 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같은 식으로요.
평소처럼 집 근처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늘 먹던 약을 처방 받았어요. 그런데 약사가 "다음부터는 동네의원에서 진료받으라. 법이 바뀌어서 또 대학병원에서 진료받으면 약값이 비싸질 것이다"라고 말해주더군요. 갑자기 약값이 비싸진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A 약사의 말처럼 의료급여법이 바뀌었습니다. 1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니 유념해두는 게 좋겠습니다. 감기, 당뇨병, 고혈압, 위염, 변비, 결막염, 두드러기, 다래끼 같은 52개의 비교적 가벼운 질환이나 만성질환으로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으면 약값이 비싸집니다. 이제까지는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받아도, 대학병원 같은 대형병원에서 받아도 외래 약값 본인 부담금이 500원으로 똑같았습니다.
하지만 11월 1일부터는 대형병원에서 진료 받으면 원래 약값의 3%를 부담해야 합니다. 500원보다는 훨씬 비싸지겠지요. 동네의원이나 종합병원보다 작은 일반병원에서 진료받으면 지금처럼 500원만 내고 약을 받을 수 있어요. 보건복지부가 이렇게 법을 바꾼 이유는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환자가 진료 가능한 병원에서 빠르게 치료받게 하기 위함입니다.
동네의원과 일반병원 같은 1차 의료기관에서도 진료 및 처방이 가능한 비교적 가벼운 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찾으면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겠지요. 그러면 희귀·난치병이나 중증질환처럼 대형병원에서만 진료가 가능한 급한 환자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제대로 된 관리를 못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1차 의료기관은 환자가 적어 비활성화될 것이고요. 정부는 바뀐 법이 의료기관의 기능별로 환자를 나눠 관리하고,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