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통증의학과
"대상포진, 가시에 찔린 듯 아파… 수포 생기기 전 치료해야"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5/11/11 06:30
대상포진 치료 의사의 대상포진 체험기
면역력 떨어지면 생겨
치료 늦으면 신경통 시달려
50대 이상, 백신 접종 도움
'수십 개의 바늘에 찔리는 듯한 고통' '칼에 찔린 듯한 통증'이 생기는 대상포진은 의사라고 예외일 수 없다. 대상포진을 치료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인 경기도 안양시의 국제나은병원 한영미(50) 원장은 대상포진을 두 번이나 앓았다. 한창 마라톤에 빠졌던 10년 전에 처음 고통을 체험했다. "마라톤 대회가 끝나고 며칠 뒤 왼쪽 가슴과 등에 가시에 찔린 듯한 따끔거리는 통증이 생겼지만 옷에 작은 가시가 걸린 것으로 생각해 그냥 넘겼어요. 그런데 사흘 뒤 갑자기 욱신거리면서 가슴을 조이는 듯한 통증과 함께 피부 발진이 생겨 대상포진인 줄 알았지요." 한 원장은 진료를 볼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항바이러스제와 강한 진통제로 겨우 다스렸다.
◇바이러스, 면역력 떨어지면 언제든 활동
대상포진의 원인은 수두바이러스다.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피로가 쌓이는 등 면역력이 떨어지면 어렸을 때 몸에 들어와 숨어 있는 수두바이러스가 활동을 재개해 걸린다. 수두바이러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40대 중반 이상이라면 거의 대부분 대상포진 고위험군이다. 수두 백신이 국내에 도입된 게 1988년이고, 국가 필수 예방접종 대상이 된 게 2005년이기 때문이다. 젊을 때에는 면역력이 강해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누를 수 있지만, 면역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50대부터 환자가 는다.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60% 이상이 50대 이상이다. 나이 뿐 아니라 폐경이거나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항암치료를 받는 등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다. 대상포진이 무서운 건 극심한 통증뿐 아니라 후유증이 오래 남기 때문이다. 전체 환자의 20%, 70세 이상 환자의 50% 정도는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다.
◇통증 적은 초기에 잡아야
대상포진이 나타나면 수포들이 띠 모양으로 길게 생기는데, 보통 수포가 생기기 전에 경미한 통증이 먼저 온다. 한 원장은 "가시에 찔린 것 같은 통증이 대상포진 신호라는 것을 염두에 뒀다면 나도 곧바로 항바이러스제를 썼을 것"이라며 "50대 이상에서 원인 없이 통증이 생겼다면 대상포진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 근육통인 줄 알고 파스만 붙이다 물집이 잡히고 통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가 대상포진을 진단받는 환자도 있다. 대상포진 발병 후 3일(72시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면 통증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쳐 통증이 극심하면 마약성 진통제를 쓰거나 통증이 생긴 신경 마디에 국소 마취제를 주사하는 신경차단술을 해야 한다. 바이러스 자체를 없앨 수는 없고 바이러스의 활동이 잦아들 때까지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평소에 면역력 키우는 게 관건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지면 생기기 때문에 평소에 면역력을 키우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다. 한영미 원장은 "화재를 초기에 잡지 못하면 화염에 휩싸이듯 대상포진도 치료시기를 놓치면 걷잡을 수 없이 통증이 커진다"며 "평소에 면역력을 키워야 대상포진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규칙적인 운동, 영양가 있는 식단, 금연, 절주 같은 좋은 생활습관을 들여야 한다.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50대 이상은 예방백신 접종이 도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