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26개 원료(사탕수수왁스알코올, 참당귀뿌리추출물, 포고버섯균사체분말 등)를 일괄적으로 고시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건강기능식품업계, 전문가 단체 등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시형 건강기능식품’이란 식약처가 고시한 성분을 기준·규격에 부합하도록 제품을 만들면 별도의 인정 절차 없이 기능성을 표시해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다.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이란 고시형과 달리 개인·연구소 등이 특정 원료에서 기능성을 발굴, 효과·안전성에 대한 인체시험 및 동물실험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하고 심의·허가를 받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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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26개 원료를 일괄적으로 고시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건강기능식품업계, 전문가 단체 등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사진=헬스조선 DB

전문가들은 “개별인정형 원료를 세부 기준 없이 일괄적으로 고시형으로 전환하면 함량 미달인 업체에서 원료 기준규격만 갖추고 안전성·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할 수 있다”며 “제2, 제3의 백수오 사태가 터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 법에 따르면 개별인정형 원료는 신고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면 고시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 법에 따라 최근 26개의 개별인정형 원료가 고시형으로 전환될 예정인데, 개별인정형 원료가 고시형으로 전환되면 어떤 업체든지 해당 원료의 함량과 유해물질 여부만을 확인해 같은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문제는 같은 원료라고 하더라도, 효과와 안전성이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총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폴리코사놀-사탕수수왁스알코올’의 경우 현재 쿠바산만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쿠바산 폴리코사놀은 SCI급 논문이 100편에 달하지만, 미국산·중국산 등 다른 나라에서 만든 것은 같은 효능에 대한 근거가 없다. 오히려 쿠바국립과학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산 폴리코사놀을 가지고 동물 실험을 한 결과, 혈당을 높이고, 간독성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건강기능식품일 경우에는 단일 성분이 아닌 자연 추출물(식물)인 경우가 많아 동일한 효능이 안나타날 수 있다. 현재 식약처에서는 특정 식물의 1~2개의 지표성분만 가지고 동일한 기능성을 부여하는데, 예를 들어 체지방 분해에 도움이 되는 ‘그린커피빈추출물’의 경우 기능성을 인정하는 지표성분은 ‘클로로제닉산’이고 클로로제닉산은 동남아산 커피, 브라질산 커피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박태선 교수는 “실험을 해보면 클로로제닉산이 있다고 해서 모두 체지방 분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식물의 품종과 자라는 환경에 따라 지표성분 외에도 수많은 기능성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약품은 복제품을 생산할 때 효과와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같은 입증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박태선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은 이러한 절차도 없다”며 “의약품은 특허 기간이 10~20년이나 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3년’으로 명시했는데 3년이란 기준이 어떤 근거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역시 “건강기능식품은 기준과 규격이 동일하다고 같은 제품이라고 간주할 수 없다” 밝히고 있다. 또한 산업적 측면에서 업체가 개별인정형 원료를 어렵게 개발해도 3년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떤 업체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연구 개발을 할까 의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건강기능식품협회는 세부 원칙 없이 개별인정형 원료를 무분별하게 고시형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재검토’와 다른 법률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고시형 전환 기간을 3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는 것에 대한 내용을 식약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현재 식약처에서는 각 제조 업체에 고시형 전환 가능성을 통보하고, 고시형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공문을 보내 각 업체의 입장을 듣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정책과 김솔 과장은 “3년이 지난 모든 개별인정형 원료가 고시형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러 업체와 전문가들의 우려를 고려해 식약처 자체적으로 심의과정을 거쳐 고시형으로 전환할 원료와 개별인정형으로 남을 원료를 가려낼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태선 교수는 “식약처의 심의과정이라는 것은 누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할지 의문이다”며 “소비자가 효능·안전성이 입증된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산업계와 학계가 건강기능식품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면 과학적 검증절차를 받은 개별인정형 원료는 고시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