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tory] 현대인의 고질병 '변비'
대변 봐도 시원치 않거나, 힘 많이 줘야 한다면 '변비'
변비약·카페인·흡연·관장, 腸 무력하게 해 증상 악화

디자이너인 이모(30·서울 강서구)씨는 변비 탈출을 위해 지난 10여 년간 안 해본 게 없다. 20대 초반에 처음 변비가 생겼는데, 변비 상태를 참을 수 없어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변비약을 수시로 사 먹었다. 하지만 변비약에 의존하다 보니, 약 개수나 약 먹는 횟수를 늘리지 않고서는 대변을 보는 게 다시 힘들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담배를 피우면 대변이 잘 나온다는 친구들의 말에 화장실에 갈 때마다 담배도 피워보고, 관장·한약 복용 등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소용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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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는 물을 적게 마시거나,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거나, 앉아 있는 시간이 길거나, 대변을 참는 등의 습관 때문에 생기는 생활습관병이다. 따라서 생활습관을 고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병이기도 하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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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지난해에 처음으로 변비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이씨는 의사로부터 "변비약, 담배 등이 장을 자극해서 장이 무력해졌다"며 "처음부터 꾸준히 생활습관을 개선했으면 좋았을텐데, 지금은 변비가 악화돼 약을 끊고 완전히 치료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변비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은 이씨처럼 잘못된 방법으로 변비를 혼자 해결하려다가 악화시킨 경우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백일현 교수는 "변비로 우리 병원까지 오는 환자의 상당수가 이미 장이 무력해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솔병원 소화기내과 이경훈 진료부장은 "변비 환자 10명 중 7~8명은 생활습관만으로도 충분히 극복 가능한 유형의 변비를 앓고 있다"며 "이를 빨리 깨닫고 생활습관부터 고쳐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이 부분을 간과한다"고 말했다.

변비는 생활습관병이다. 음식을 적게 먹으면 대변 부피가 작아 잘 배출되지 않고, 물을 적게 마시면 대변이 딱딱해져서 배변 시 힘이 든다. 운동을 안 하면 장도 잘 안 움직여 대변을 바깥으로 밀어내는 힘이 줄고, 대변을 자꾸 참다 보면 변의(便意·변이 마려운 느낌)가 안 생겨 대변이 장에 오래 머물러 있는다. 이처럼 생활습관의 영향을 받아 변비가 생기듯, 생활습관을 조금만 고치면 변비를 개선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대장항문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변비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12.8%는 변비약 복용을, 12.6%는 카페인 섭취를, 2.8%는 흡연을, 2%는 관장을 시도한다. 이런 방법들은 결과적으로 장을 더 무력하게 만들어 변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 인구의 8~20%가 변비를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변비는 드물지 않은 병이기 때문에, 왜 생기는지, 어떻게 극복하는 지를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